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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만난 세상 이야기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연주를 듣고

by 김형효 2007. 12. 6.

1> 꽃잎이 호수에서 튕겨오르는 물번개를 맞고 야단났다.

    여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땅개미가 디딜방아를 찧으며 운동회를 여는 듯하다.

 

2> 자신을 맑히지 못하면 누구도 맑히지 못한다는 격언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약속된 이별에 전주곡 같이...... 약속된 사랑을 만난 것 같이......

    사랑의 준엄을 노래하는 듯하다.

    사랑의 준엄을 위한 노래가 예비된 듯하다.

    하지만, 반복된 사랑의 준엄은 사랑의 고통이다.

    나른하다.

    지루하다.

   

3> 북울림 소리가 사람의 심장소리와 가장 가깝다고 한다.

    깊은 절망의 잠 속에서 깨어나는 듯 신선하다.

    장엄한 길을 열어가는 전사의 길이 열리는 듯하다.

    살아있는 것이 아닌, 생명의 끈을 놓친 채 말라가는 나를 보는 듯하다.

    말려지는 나락처럼, 햇볕에 내맡겨진 메마른 나!

    존재의 허망스러움에 젖는다.

    매우 슬프다.

    고통도 없이 아프다. 

 

    객석의 관객도 무대에 휴지(休止) 중인 연주자도 다 말라가는 듯하다.

    허망의 시간이다.

 

4> 드디어 숨길이 열리고

    생명의 환희 속에 편안하다.

 

5> 날고 싶다.

    낮은 꽃나무 숲을 향하여~~~

    날아가고 싶다. 낮게 핀 꽃을 딛고

    꽃잎이 피어나는 모습으로 그렇게 날개를 펴고 싶다.

    백목련 꽃잎 한 장이 떨어져

    그 가냘픈 모습에 쓰린 마음을 끌어안고

    세상의 모든 꽃들이 동시에 피어나고

    세상의 잠들었던 모든 영혼들이 다함께 깨어나고

    모든 생명이 움을 트는 순간이다.

    격정에 멈춤이다.

    격정이 메아리친다.

    

6> 세상에서 가장 작은 꽃이, 가장 작은 꽃잎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 날리는 순간이다.

    얄궂은 음악회, 모두 잠들게 하고 격정을 몰아 깨우는 음악회다.

    느리게 느리게 세상에서 가장 가녀린 것이, 가장 평화롭게 떨어져 날린다.

    소곤소곤 잠들어 있는 아이의 등골이 잔잔한 파문처럼 스멀거리는 아이의 숨결처럼~~~

 

7> 천리마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솟구치는

    바람의 날개에 자신을 맡긴 호랑나비, 흰나비

    물방개와 메뚜기가 천방지축으로

    잠자리가 세찬 폭력으로 달려드는 제비를 피하는 것처럼 격정적인 희열이 느껴지는 순간!

    흰겨품을 물고 갯벌을 달리는 게걸음을 보시라!

 

8> 꽃잎 한 잎~

    나뭇잎 한 잎이 바람을 만들며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날아간다.

    날아 오르는 것

    날며 내리는 것

    그러다가 꽃잎이 나뭇잎에 얹히고

    그러다가 나뭇잎이 꽃잎에 얹히며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그렇게 찬란하구나!

 

    그렇게 삶은 살아볼만한 것이었구나!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