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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네팔인들의 고전 '무나마단'과 네팔 청년들

by 김형효 2011. 7. 19.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11)

 

지금 네팔의 수많은 청년들이 그렇게 나라를 떠나고 있다. 
가난에 찌들어 고통스럽게 살던 마단이 갓 결혼한 부인 무나를 두고 티벳으로 떠났던 것처럼...

후일 악덕 고리대금업자는 수시로 고리의 이자를 갚으라며 무나와 마단의 어머니를 괴롭힌다.

급기야 악덕고리대금업자는 무나를 겁탈하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마단의 어머니는 병을 앓다

죽는다. 무나 역시 고리대금업자의 등살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고 만다. 


성실하게 일하며 무나를 그리워하던 마단은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다.

돈도 많이 벌어 돌아오는 그는 티벳을 떠나 히말을 넘었다.

그때 마단은 마치 새 세상을 만나는 기쁨에 들떠온다. 
그러나 그가 돌아왔을 때 그가 그리던 가족은 없다.

그도 비극적인 현실을 비관하다 곧 세상을 뜬다.

 

이른 새벽부터 네팔의 학원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젊은 남녀들이 즐비하다. 가끔은 카트만두의 작은 마을어귀의 길목에 어린이들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각종 한국어 교재들이 즐비하다. 때로는 한국을 항국으로 기재한 교재도 보았다. 네팔인들이 많은 학원을 개설해서 가르치다보니 서툰 교재들도 넘쳐난다.

 

기자가 한국에서 네팔을 향해오던 며칠 전 사고로 세상을 뜬 네팔노동자가 있었다.

그리고 전신마비가 된 노동자도 있었다. 그들의 행복과 비극 사이에 우리의 따뜻한 눈길이

들어서길 바란다. 그것이 측은지심이던 넘치는 인류애이던 사람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이면 족하다.

 

이는 네팔사람들에게는 우리의 춘향전이나 심청전, 혹은 흥부전, 장화홍련전과도 같은 고전이다. 

 

고전이 마음속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는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어도 그 고전은 살아남는다.

평이하고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한 이야기는 유구하게 사람들의 내면에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네팔의 아침을 밝히며 길을 걷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3년 전의 네팔사람이 아니다. 그들이 새벽을 열고 있다.

네팔에 희망을 불러올 주역들이란 생각이다.

 

몬순을 맞은 네팔에는 거의 매일 세 시간 단위로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 
기자가 가보려던 코사이쿤드는 물론 네팔 각지에 장대비가 쏟아져

곳곳에 산사태가 나기도 하고 길이 막히기도 했다. 기자는 여행을 떠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EPS 붐은 곧 한국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불법 복제되어 있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보고 있다.

 

2007년 7월 만해문학축전에 초대된 네팔작가들과 한국의 작가 일반 시민들이 어우러졌다. 네팔 노동자 50여명도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고 노래하며 회포를 풀었다.

 

그래도 꿈을 꾸는 네팔의 젊은이들은 새벽길을 걷고 있다. 250여년 왕정을 이어온 네팔은 아직도 왕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다. 
얼마 전 언급했던 헌법 제정이 미루어지는 이유도 그 중 하나라는 네팔 지인의 이야기다. 희망은 꿈을 간직한 자의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포기하지 않는 자가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네팔에서는 포기하지 않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띤다. 

복잡하고 산만한 현실이지만, 여전히 무나마단의 아픈 고전을 간직한 히말라야의 영혼을 품은 그들이 세계 각지를 무대로 향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