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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화가 천드라 쉬레스타를 만나다

by 김형효 2011. 8. 4.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23)

 

천드라 쉬레스타(37세)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한 네팔인 친구의 소개로 그녀의 전시회를 찾았다. 당시 고양창작스튜디오의 프로그램으로 초청된 네팔 작가로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처음 그녀의 그림을 본 느낌은 청과 홍이 조화를 이룬 느낌이 강했다. 동양적 혹은 한국적 색채를 느낄 수 있어 그림을 보는 느낌이 편안했다. 그것은 그녀의 그림에 호감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나중에 다시 만나 그의 한국전시회가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구와 서울 전시회를 마친 그녀는 평택의 소사벌 아트페어에 초청되기도 했고 다시 기자도 평택을 찾았다. 그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초대된 화가들이 있었다. 기자는 그곳에서 몽골의 님쿠(39세)라는 화가를 만났고 훗날 친구가 되었다. 

천드라 쉬레스타가 평택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평택의 이원희 시인을 그곳에서 만났다. 사진 왼쪽은 이원희 시인, 사진 오른쪽이 그림을 그린 천드라 쉬레스타다.

나중에 님쿠는 기자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고, 그는 기자의 안내로 수원 화성을 걷기도 했다. 특히 활터에 선 그의 활솜씨는 화성 활터 관계자들이 놀랄 만한 솜씨였다. 그를 통해 듣게 된 몽고 이야기 중 학생 때 활쏘기를 배우는 것은 기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지금 몽골 초원을 누비며 자신의 영감을 찾아 그림을 그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3년만에 네팔을 찾은 기자가 천드라를 찾았을 때, 그의 가족을 통해 지금은 인도 땅이 된 네팔의 고토인 시킴에 가 있었다. 기자가 네팔을 찾은 지 2개월이 다 되어 천드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거타거르(Gatagher)라는 곳에 있는 그의 집을 가기 위해 시외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30분 정도 시간이 걸려 그의 집 근처에 도착했다.

거타거르(Gatagher)는 카트만두 시외곽이며 카트만두 한국-네팔 친선 병원이 있는 티미와도 가깝다. 티미는 볏짚을 태워 도자기를 굽는 곳으로 네팔의 대표적인 도자기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의 집을 몇 차례 찾은 적이 있는 곳인데, 골목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전화를 걸었고 그녀의 형부가 오토바이로 집까지 안내해주었다. 

 

 

거타거르의 천드라 작업실에 걸린 그녀의 제자 그림이다. 시바신을 그렸다. 생성과 소멸의 신, 파괴와 생명의 신이 시바다. 네팔의 많은 화가들이 시바를 그린다.

천드라 작업중인 그림이다. 그녀는 눈에 이미지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리고 색채는 청,홍이 주를 이룬다.

그녀는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지난 2008년 이후 3년이 지났다. 변함없는 모습인데 그녀는 지금 시킴 주정부의 초청으로 시킴 지역을 순회하며 그림 강의를 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지냈다고 한다. 


그녀가 한국에 머물 때 기자와 교류하고 있는 몇몇 화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나중에 한국에서 전시를 열었던 그녀의 작품은 기자에게 맡겨졌고 기자가 그녀의 그림을 간직하고 있다. 물론 지난 2008년 네팔에서 일부 그림에 대한 댓가를 치르기도 했지만, 아직 그림 값을 대신하기에는 모자라다.

 

물론 네팔화가들을 위해 한국에서 그들의 작품 전시회를 네 차례 열었다. 특히 지난 2008년 3월 수원역에서도 열린 바 있는 '사진으로 보는 네팔, 그림으로 보는 네팔' 전시회에도 천드라 쉐레스타의 그림이 전시되었다. 기자는 기회가 되면 그녀의 개인전시회를 한국에서 열 생각이다. 그녀의 깊은 사색과 네팔의 여느 화가와 다른 그녀의 색채미는 한국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천드라에게서 선물 받은 그림이다. 네팔인들의 신과 인간이 조합된 느낌이다. 네팔인들이 보는 신은 항상 화난 표정이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한국에 머물렀던 6개월을 세밀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김치와 삼겹살, 특별히 돌솥비빔밥의 맛이 그립다고 했다. 그녀와 만난 3일 후 다시 그녀의 요청으로 무김치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무를 절인 후 백숙을 만들기 위해 닭을 삶았다. 그녀와 그녀의 제자, 그리고 네팔의 한 텔레비전 기자가 함께 맛있는 한국식 식사를 하였다.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후라 그녀의 작업실에 앉아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네팔 찌아를 마시며 그녀의 그림을 감상하기도 하고 작은 그림을 선물 받기도 했다. 한국을 아는 네팔화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희망 없이 처져있는 그들에게 그들의 삶을 밝게 열어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한국인들이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동안 네팔의 많은 작가들은 힌두이즘과 붓디즘 속에 갇혀있었다. 
지금 그들의 작품이 밝은 빛을 띠며 열린 세계를 향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는 그들의 그림이다. 불과 5년여 동안 진행된 많은 변화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채를 선호하던 그들의 그림이 밝아졌다. 아마도 네팔이 그렇게 밝아지고 있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