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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상그릴라(SHANG RI-LA)의 땅, 네팔에서(46)

by 김형효 2012. 12. 29.

뱀등에 오른 듯 히말 기슭을 달리는 택시

 

오래된 고향을 걸을 때 명상에 잠긴 듯한 하늘을 보았다. 그때 흰 소 두 마리가 한 곳을 응시하며 명상하듯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넋 놓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았지만, 사람도 그처럼 사색할 때가 있다.

가족과 인사를 마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비케이는 잠깐 찾은 집이지만, 인근의 친구 아버지를 찾아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마을을 떠났다. 길을 재촉할 시간이다. 마을을 막 벗어나려는데 한 집 앞으로 기다란 뱀이 지나간다.
어슬렁거리듯 마을 빠져나가는 택시보다 빠른 속도로 다른 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무더위를 피해 낮잠을 청한 사람도 있었다. 어린 아이도 그 곁에 있었다. 우리 일행은 놀라움에 어쩔 줄 몰랐다.

그때 비케이의 웃음은 우리를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왜 그러느냐?
뱀이 집으로 들어서는 것은 길한 일이란다. 그래서 우리가 놀라워하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우스운 일인 것이다. 아이도 어른도 그냥 그 뱀의 오가는 모습을 바라볼 뿐 누구에게서도 놀라는 표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사람 사는 일이 이리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뿐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그저 낯선 표정으로 경이로움을 안고 마을을 떠났다.

사진 앞줄에 가운데 분이 지금은 고인이 되신 날 바하두르 비케이의 할아버지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네팔 남부 초원이 하늘과 만나 드넓은 평야를 주고 사람들의 삶을 보장하고 있다.



한참을 그런 무심으로 달리는 택시에서 드넓은 대지를 바라보았다.
20분 쯤 지났을까? 한 마을을 지나는 데 수많은 비둘기들이 있었다. 특히 흙으로 만든 비둘기집들이 이채로웠는데 집집마다 그런 비둘기집들이 있었다. 의문을 갖고 질문을 했는데 사육되는 비둘기란다. 모두가 한국에서 말하는 집비둘기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비둘기들은 식용이며 닭이나 오리처럼 길러지는 것이란다.

사진을 찍을까 말까 망설이다 길을 다 지나쳤다. 기록으로 남기는 사진 한 장은 내 여행의 전부일 때도 있다. 후일이라도 기억할 수 있는 사진 한 장 갖고 싶은 것이다. 여행자는 여행지에 머물 수 없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방법이다.

비케이와 룸비니 사이에 있는 붓둴이라는 곳을 달리다 잠시 멈췄다. 중간에 비케이 고향 친구에게서 소중한 선물을 받아들었다. 그가 그린 그림이다. 그도 룸비니가 인근이라서 그런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모르나 부처님을 형상화한 그림이었다. 포카라까지 우리를 안내할 운전기사의 형이다.

붓둴을 떠나 두 세 시간을 달렸다. 네팔 사람들의 삶의 질곡을 보여주는 듯한 계단식 논밭이 원을 그리며 둘러선 산 그리고 가운데 넓은 벌판이 보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비케이 집을 찾은 날 사둔 망고 바나나를 먹었다. 멀리 사방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는 듯한 계단식 논밭을 조망하며 휴식을 취한 것이다. 보통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몇 시간을 더 가야할지 모른다. 우리는 잠이 들기도 하고 다시 깨어나기도 하며 포카라를 향했다.

땔감인지 다른 용도인지 모르나 여인들이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길을 간다. 무더운 한나절을 넘고 있다.


 

오른쪽 끝이 김판용 시인, 그 곁에 붓둴에서 명성을 얻은 화가다. 그는 비케이의 친구다. 왼쪽 끝이 성백선 전주신한은행 지점장이고 그 곁이 화가 비케이다.



마치 뱀 등을 타고 달리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아찔아찔하다. 그것은 히말의 거대한 산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네팔의 산기슭 어디를 달려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일이다. 더구나 초행의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깊은 스릴을 느끼게 하는 산행과도 같은 길이다. 택시 안에서 험난한 산기슭과 기슭을 타고 내리는 것은 거대한 아나콘다의 등에 오른 사람처럼 느낄 일이란 것이다. 그렇게 다섯 시간은 걸린 듯하다.

어둠이 우리의 뒤를 쫓아오는 듯한 시간이다. 먹구름이 우리를 엄중하게 호령하는 듯하다.
그때 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하늘에서 어둠과 함께 강한 비가 내린다. 막 착륙하는 비행기 앞에 거대한 구름이 겁을 주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포위된 듯 뒤에서 어둠이 내리고 앞에서는 소낙비가 쏟아진다. 그런데도 겁 없이 달려오는 차량들이 자연이 주는 무서움에 더한 두려움을 얹어준다. 달갑지 않은 환경이다.

어렵사리 달려온 포카라에 들어서자 안도한다. 곧 오래된 지인인 비제야 구릉(45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연결되지 않았다. 아주 오랜 동안 연락을 못하고 지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그저 한국인이란 이유로 기자에게 밥을 산 사람이다. 초면인 사람에게 말이다. 그가 본 한국, 그가 느끼는 한국이 준 선물 같은 친구다. 곧 그가 운영하던 인터넷 방을 찾았다. 그는 그곳에 없었다.

그곳에서 그가 운영하는 포카라 피자하우스를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그리고 그가 안내해준 호텔에 짐을 풀기로 하고 곧 허기를 달래기 위해 한국식당을 찾았다. 식사를 하며 한잔 술을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음으로 미루고 곧 피곤을 달래기 위해 여행자가 만족할만한 가격의 좋은 호텔을 찾아 짐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