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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주말 대회전-서울 나들이

by 김형효 2007. 6. 11.

대전의 택시 드라이버 일을 접고 모처럼 보문산을 오르락 내리락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나그네의 지팡이가 부러지거나 삭은 것이 아니라서

이곳 저곳 부르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머뭇거리지 않고 행랑을 챙긴다.

 

지난 6일에는 대전의 사랑하는 문우 이영옥의 출판 기념회가 있었다.

보문산 입구의 녹음 속에서 대전에 지인들과 술 잔을 심하게 기울여

중간에 노래방에서 몰래 도망을 쳤다.

 

사실 술마시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니

내가 그런 자리에서 도망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하나의 기록 갱신을 한 셈이다.

 

시집 <가끔 불법주차를 하고 싶다. 문학사랑 간>

제목에서부터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세 권의 시집을 내놓았던 이영옥이다.

나는 그에게 좀 더 절차탁마하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는 문우다.

거기에는 오라버니라고 불러주는 호의에 대한 관심이 더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번이 네 권 째 시집이다.

난 그 동안의 시집과 다른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가 외줄같은 삶을 잘도 견뎌내며

능히 이겨낸 삶에 자국들을 각인하듯 엄살을 피워낸 시들이기 때문이다. 

그의 진솔한 삶이 드러나 있다.

주부로서, 출판사 편집장으로서, 시인으로서, 작가 사회의 숱한 이질적 요소들까지

두루 보듬어내며 써낸 시편들이기에 더욱 귀하다.

그의 앞날에 문학적 서광이 더해지길 기원한다.

가끔이라는 수식인 불법주차의 유혹은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다음날은 서울에 배재학당에서 <시와문화>제2호 발간 기념식이 있었다.

발간식을 맞아 특별한 토론이 있었다.

시인이자 번역가인 채운정의 독일 문학에 대한 소개가 있었고,

문정희 시인의 세계를 향하는 나의 문학이라는 주제의 짧은 강연도 있었다.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뒷풀이에서 이런 저런 문학판 이야기가 있었고,

50여명의 시인묵객이 만났으니 이야기가 길어질 밖에......,

난 중간에 동강을 내듯 길을 나서는데 마침 모신문사 기자의 전화를 받고 인사동에 이모집을 찾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3차는 친구가 운영하는 퓨전술집에서 술에 취해 아침을 맞았다.

 

아래 사진은 다음날이다.

그러니까 6월 8일이다.

8월에 초대된 네팔작가가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관광전 때문에 방한하여 만나기로 했다.

그가 DMZ 견학을 간 틈에 난 문을 연 지 두 달 정도된 네팔대사관을 찾았다.

 

대사가 외부 출장중이어서 대사 비서와 만나 향후 문화교류에 대해 협의하고

다음에 일정을 잡아 대사와 만나기로 했다.

8월에 출간되는 나의 히말라야 여행기에 인사말을 청하기도 했다.

네팔 대사 비서 브한다리와 네팔대사관에서


네팔 대사관을 나서며


네팔문화체육부 공무원 두 사람과 함께 안경 낀 분은 문창길 시인


뿌자 레스토랑에서 레스토랑 사장과 주방장 부인(붉은 색 드레스)

 

*붉은 색 드레스를 입은 네팔 여성은 네팔 주방장의 아내다.

그에게는 너무나 큰 아픔이 있다.

불과 며칠전이다.

뿌자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남편을 만나러 온지 두달 정도 되었다.

그가 한국에 와서 보름 정도 지났을 때,

아들이 물가에 놀러간다는 소리를 듣고 가지말라고 말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전화 통화를 끝으로 아들은 이승을 떠났다.

2년이 넘은 시간 동안 코리안드림을 이룬 남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아들이 죽은 것이다.

실신을 하여 한달을 식음을 전폐하다.

최근에야 기력을 회복해서 바깥구경을 나올 정도가 되었다.

나는 그런 말은 묻지도 못하고 모른 척 지내고 있다.

아픈 세월을 잘 이겨가길 바랄 뿐이다. 


저녁에 열린 출판 기념회

6.15의 의미를 기자 나름대로 정리해놓았다.

노래패 우린 하나의 공연 장면이다.

누가 옳고 그른가?

난 모른다고 답하련다.

하지만 각자의 판단은 있으리라.

판단은 판단대로 두자.

하지만, 우리의 소원을 단 한 번이라도 노래불렀던 사람이라면

호의적인 생각을 가져볼 필요는 있는 듯하다.

독립운동가 이기형 선생님의 말씀대로 나는

이순신 장군의 시각으로 남북을 이해하려고 한다.

친구들도 현실의 또는 사유체계에 따라 각기 다른 판단이 있겠지만......,


누가? 무엇을 위해? 왜?라고 하는 질문을 한 번 해 보고 싶다.

백설처럼 흰 머리를 날리며 거리를 질주하던 우리시대의 평화를 이끈 어른들이다.

그들이 텔레비전 화면을 장식하는 정치인만은 못할 지 몰라도
나는 정치인들이 그들을 찾아 인사하는 이유는 안다.

저분들이 흰 머리 날리며 질주해 온 삶이 정의였고 평화를 이끌어온 길이었다는 사실은......,

 

다음 날은 고구려, 신라, 백제 이야기를 쓰시고 시집 엉겅퀴꽃, 만월 등

수많은 역작을 남기신 민영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선생님은 서정주 시인 추천으로 시인이 되셨지만,

민족문학인의 길을 똑똑히 걷고 계신다.

내가 살아 세 분의 스승을 모실 수 있어 기쁘다고 고백을 하였다.

10여년 올해로 등단 11년차 시인에게 11년 동안의 삶의 기쁨은

구순의 이기형, 팔순의 김규동, 칠순의 민영 선생님을 찾아뵐 수 있는 기쁨이다.

그러니 선생님 이 기쁨을 지켜주십시오.

제발 건강하세요.라고 간청했다.

홀로 어느날 눈물이 맺혔다.

백옥같은 기상을 간직한 지고지순이 있는 선생님들이

오래 건강하게 살아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세상이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 듯 보일 때,

그렇게 느껴질 때는 더욱 더 간절한 선생님들이시다.

 

내일은 <황구의  비명.으로 유명한 소설가 천승세 선생님을 뵙기로 했다.

목포(나무나루)에 간다.

항구를 둘러볼 여유는 없을 지라도 선생님의 호랑이 같은 기백을 보고 싶다.

선생은 탄생 100주기를 넘긴 여성소설가 박화성 선생의 아드님이기도 하다.

 

목포의 에술인들 화가, 시인들을 내일 만나 서해 깊은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며

술 잔을 기울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다.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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