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를 하고 고증식 시인께서는
근무하는 토요일이라서 일찍 출근을 하셔야 한다고 했다.
형님께서 먼저 출근을 하시고 나는 형수님이 준비해주신 차를 마셨다.
<서 있는 어린이가 고증식 시인의 딸..., 그리고 둘은 친구...,>
형님은 1남1녀를 두셨는데 그중 둘째가 여자아이였다.
친구들이 함께 학교에 가기 위해 왔다.
맑은 구름 같은 아이들...,
흰 솜덩어리 같은 아이들...,
한송이 꽃같은 아이들이다.
차를 마시며 왜 길을 걸었는지...,
네팔에 여행담 등을 20~30분 짬을 내어 이야기했다.
사실 마음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목적지가 가까울수록 발걸음은 더 빠르게 날 재촉했다.
하는 수없이 하룻밤 편함을 즐긴 나그네는
마음 깊이 고마움만 담고 길을 나서기로 했다.
형수님은 찬바람인데 문밖까지 배웅을 해주셨다.
고맙습니다.
밀양시내를 빠져나오는데 참으로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다리를 건넜다.
꽤 커다란 강줄기가 흘렀다.
아침햇살에 찬란한 물빛이 눈길을 끌지만, 추위에 그걸 즐길 여유는 없다.
시청사를 지나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이다.
추운 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지만,
갈 길 바쁜 나그네는 추위를 탓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
언양 51KM!
오늘 갈려는 길이 너무 멀다.
여러가지 이유로 내일은 목적지에 이르고 싶다.
그래 오늘도 잔꾀를 부릴 수 밖에..., 가다가 일부 구간은 버스를 이용하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나니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고갯길을 내려가는 데 아침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마치 주유소가 나타나 나는 그곳에서 커피를 뽑아마셨다.
울산 76KM, 언양51KM라 쓰인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제는 이틀이면 족하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험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아픈 발이 문제다.
이제 참고 참아 이틀만 걸으면 된다.
발이 아파서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항상 발찜질을 하며
하루 하루를 안간힘쓰며 걸어온 것이니, 이틀은 못참겠는가?
<동네사람들~~~! 산골 마을에 확성기...,>
산외면에서 산내면 그리고 언양으로 넘어가는 길에 얼음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산외면 외곽을 지나 산내면에 접어들면서 다시 주유소가 나타났다.
다시 커피 한잔하기로 마음을 먹고 주유소에 들렸으나, 자판기가 없다.
안에서 밖을 살펴보던 주유소 주인이 안으로 들어와 커피 한잔 마시고 가란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찬바람도 잠시 피해갈 겸, 나는 주유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에 고구마까지 대접을 받고 다시 길을 나섰다.
시간이 11시가 넘었다.
산내면 소재지에 가서 점심을 먹고 산내면에서 얼음골까지는 버스를 타자.
그렇게하면 오늘 가고자 하는 언양까지 갈 수 있으리라.
산내면 소재지 가는 길에는 국도24호선 공사현장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다.
아주 위험한 길이었다.
공사로 인해 갓길은 거의 폐쇄되어 있었다.
<식당주인은 얼음골 사과를 얻어서 썰어 말린다고 했다>
나는 산내면 소재지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당 주인의 후한 인심으로 얼음골 사과맛도 보았고,
식사 후에는 사과를 대여섯개나 비닐 봉지에 싸줘서 베낭의 무게를 더했다.
고마운 인연들..., 길에서 난 인심이 길과 길로 이어져서
서로 서로 바라보면서 사람 냄새에 젖으리라.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버스에 올랐다.
얼음골에서 소설가 김춘복 선생을 만나고 가려던 참이다.
그런데 선생은 지금 밀양에 나가고 안계신단다.
버스안에서 통화를 하고 난 그냥 얼음골을 지나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지나친 길이 아쉽다.
나는 중간에 정류장도 아닌 곳에서 버스기사에게 간곡히 부탁해서 내렸다.
이곳을 그냥 지나친다면 후회스러울 것 같았다.
<동네 아낙들이 얼음골 사과를 길거리에서 팔고 있었다>
나는 얼음골을 조금 지나 버스에서 홀로내렸다.
바람이 세차다.
거친 바람에 몸을 갸누기도 힘들다.
한쪽 손은 가드레일 근처에 살짝대고 센바람에 대비하며 걸었다.
멋진 풍경이다.
얼음골 아래쪽도 그렇고 가지산 꼭대기 방향도 그렇고...,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영남 알프스를 바라보며 걷게 된 것이다.
이렇게 멋진 곳인 줄 전에는 몰랐다.
<얼음골을 막 지나 바라보이는 영남 알프스의 가지산...,
저 멀리 보이는 시멘트 기둥이 신국도24호선의 능동터널 환기구 건설공사현장!>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낙엽송들이 무리를 지어서 연출하는 군락도 멋있었다.
간간히 소나무들이 구색을 맞추고 있었고,
바람은 센소리를 내며 남북으로 동서로 불어댔다.
한참을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듯 걸었다.
잠시 후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이라는 이정표가 날 반겼다.
와우~~~! 이제 울산에 들어왔구나!
혼자 저 거칠고 센 바람에라도
몸을 맡겨서 헹가래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곳은 국도24호선 전구간을 통틀어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로다.
그리고 유일한 석남터널이 있는 곳이다.
석남터널을 빠져 나가면 혼자서 마라토너가 골인지점을 통과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석남터널을 통과한 후 울산광역시가 눈에 들어오자
모든 일정이 끝난 느낌을 받았다.
발에 통증이 사라지고 힘이 솟는다.
길을 가다 이곳에서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한다는 것은 아쉽다.
길에 선 여행자에게 부탁을 해서
석남터널 방향으로 한 장, 울산 방향으로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석남사 버스정류장까지는 한참 걸어야 했다.
걷고 또 걸어도 바로 아래인 석남사 정류장까지는 구비구비 길을 걸어야만 했다.
석남사 정류장에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버스를 찾는데
바로 앞에서 날 지켜보던 상점 주인이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리란다.
석남터널을 지나서 내리막길을 걸어오면서도 센바람에 추위를 느끼던 나는
또 한번 재빠르게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이야기 도중 알게 된 일인데, 그분은 언양사람이고 남편은 해남분이라고 했다.
그러니 영호남 부부인 것이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그냥 있기가 어려워서 고구마를 주문했다.
하나는 그 자리에서 먹고 둘은 베낭에 넣었다.
두 부부가 만나게 된 이야기도 듣고,
여행담도 들려주고 하다 차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탔다.
<석남터널을 지난 후 석남사 방면의 내리막길..., 구불구불 인생길인가?>
이제 마지막으로 머물 언양가는 버스다.
처음 출발할 때 나는 국도 24호선이
전남 신안군 점암에서 출발해 울산 언양에서 끝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니까? 내가 시작할 때 목적지 언양에는 오늘 도착하는 것이다.
길을 걸으며 알게된 사실은 울산 언양을 지나 울산시내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언양에서 쉬고 내일 마무리는 확실히 하자고 다시 버스를 타는 것이다.
사실 지금 걷는다해도 어중간한 곳에서 머물 가능성이 많다.
나는 언양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기 위해 한참을 헤맸다.
숙박시설은 많았으나, 국도24호선과 인접하고 PC방과 가까운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어렵게 숙소를 정하고 PC방을 찾았다.
팔일째와 구일째 순례기를 올리고 곧 간단한 저녁식사를 했다.
시간은 11시가 넘었다.
축구를 본 후 잠자리에 들려고 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이다 깨어보니 아침이다.
'나의 걷기 여행 > 국도 24호선 천리길을 걷다. 12박 13일의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서 950리 걸으며 "우린 하나" 실감(여행의 기록) (0) | 2008.12.02 |
---|---|
[스크랩] 국도24호선 도보순례! 마지막날..., (0) | 2007.12.30 |
[스크랩] 국도24호선 도보순례! 십일째날..., (0) | 2007.12.30 |
[스크랩] 국도24호선 도보순례! 구일째날..., (0) | 2007.12.30 |
[스크랩] 국도24호선 도보순례! 팔일째날..., (0) | 2007.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