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촛물처럼 뚜욱 뚝 속울음을 울며 눈물을 떨구고 있다
일년이 지났지만, 개선되지 않은 현실은 묵은 시를 현실의 거리로 살려오네요. 이미 용도 폐기해야할 일년 전 거리의 표정을 괴롭게 정리했던 시인데, 아직도 이 시가 유효하다니요. 차라리 이런 시를 쓰지 않아도 되는 시인의 사회가 왔으면요. 저 철없이 나부끼는 사람들처럼 고집불통이 아닌 세상이었으면요.
정말로 아주 어리고 어리던 시절로 돌아가 어머니께서 떡시루에서 막 걷어낸 떡을 대접에 담아 동네 집집마다 나누라고 건네주던 그런 어리디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한번쯤 생각해본다면 저들이 저처럼 철부지처럼 나부끼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요. 이제 저렇게 철부지처럼 나부끼는 자들이 더는 발붙이지 않는 세상이었으면요.
여린 수선화처럼, 하지만 강단지고, 맑은 눈빛으로, 배운 대로, 정말이지 착하게만 살겠다고 다짐하는 아이들이 행복할텐데요. 그들에게 행복한 세상을 고스란히 넘겨주겠다는 마음하나 가져준다면......,
만약 내일 아침에라도 아니면 오늘 저녁에라도 이명박 장로께서...잠시 내가 무엇엔가 홀렸던 것 같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어린 학생들, 연로하신 어르신들,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지금부터 정신 차리고 의견을 다시 모아 나가겠습니다. 그러니 한 번 참아주시고 의견을 내어 놓으십시오. 장소는 시청광장에서 신문고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의견을 내놓으시면 정부합동민원실로 시청광장을 운영하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한달간 그렇게 의견을 취합하고 다시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게속해서 의견을 모은 후 두 세달 후부터는 새로운 의결기구를 만들어서 정책을 집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민주주의 원천인 아크로폴리스처럼 이제는 서울 광장을 국민들께서 자유로운 의견을 내놓은 그런 자리가 되도록 힘써 나가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詩는 무덤으로 보내도 될텐데요. 작년에 썼던 시가 늙은 詩, 수명이 다한 詩가 되어 노동자가 아니라 이 시를 정리해고 해도 될텐데요. 아무튼 앞으로도 이 시가 계속 유효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현재는 파릇한 詩인 듯합니다.
젖은 촛불의 바다! 아! 대한민국
사람들은 염원하듯 촛불을 들고 있었다.
상생의 염원이오.
평화의 염원이오.
너와 나의 그림자를 똑똑하게 밝히는 염원이오.
어둠이 깔리고 비가 내리는 서울
촛불 든 사람들 가슴에 활활 타오르는
상생의 염원, 평화의 염원이 바다에 뜬 부표처럼
흔들흔들 흔들대다가 너울처럼 출렁 출렁였다.
흔들리다 너울이 되면
상생의 염원, 평화의 염원이
이화를 열기 위해서 소멸의 기운을 몰고 온다.
*시바의 영혼처럼 파괴를 넘어 상생의 꿈이 온다.
거친 빗줄기에 어둠 깊은 밤
처마 없는 시청 광장을 바라보다
사람들이 촛물처럼 뚜욱 뚝 속울음을 울며 눈물을 떨구고 있다.
사람들 가슴에서 샘물 같은 것들도 불쑥 솟아오르고 있다.
그렇게 날이 밝았다.
가슴에 응어리를 풀지 못한 사람들은
촛불로 응어리를 녹이고
다시 상생과 평화의 염원을 안고
집으로 가다가 돌아오고
돌아오다 다시 집으로 가고
가는 것인지 오는 것인지
알 길 모를 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일을 찾아 늦은 공장 노동을 정리하고
마음에 촛불을 든 채
뒤늦게 찾은 촛불의 바다는
밤 새 구슬프게 내린 비 때문에
촛농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나도 따라 촛농처럼 부표처럼 둥둥 떠다니다
새벽 빗길을 조심조심 걸음 걷듯
집으로 돌아왔다.
아! 대한민국이 울고 있다.
촛불을 든 채 울고 있는 조국을 아는 이는 몇이란 말인가?
촛불이 젖어 퉁퉁 부어오른 것처럼
둥둥 떠오르고 있다.
시청광장은 공중부양의 꿈을 꾸나보다.
이 장로님의 은혜를 입었다.
전경들에 갇힌 채, 전경 버스에 갇힌 채
공중부양한 장로의 꿈은 그렇게 실현되었다.
하느님! 만세......,
오! 하느님!
대한민국의 사랑을 든 촛불 든 사람들 만세!
하느님은 장로님보다
사랑을 든 촛불 든 사람을 더 사랑하신다.
아멘!
내게 사람은 하느님이다.
아멘!
사람이 하늘이라고 누가 말했나!
우리들의 人 乃 天
*시바 : 힌두 신화 속 파괴의 신이다. 대체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하고 열병을 가져오기도 하는 무서운 신으로 알려져 있다. 춤과 음악을 즐기며 고행자에게는 은혜를 베풀며 생식(生殖)을 지배하는 신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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