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영토를 실감하는 것은 이제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처음 키예프에 발을 디딘 것은 겨울 끝자락이었다.
그런데 이제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키예프에서 니꼴라예프 그리고 예빠토리야를 거쳐 심페로폴을 지나 다시 키예프에 도착했다.
7개월 10일이라는 기간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가온다.
메마른 대지처럼 헐벗은 나목을 바라보면서 걷던 거리에는
생명포고라 할만큼 신비롭게 싹이 돋았고
곧이어 꽃이 만개하고 꽃이 화려한 바람을 따라 잎을 날리고 벌과 나비를 유혹하더니
이제는 다시 낙엽이 연분홍 색시처럼 그리고 선홍빛 입술처럼 붉은 핏빛처럼 그렇게 붉고 화려하다.
조화로운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와 이렇게 천지자연의 신비를 만들어내는 것인지 나그네는 알 길이 없다.
그렇게 무심한 세월이 가고 나라 안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한 해다.
마치도 한 해를 마감을 짓는 시기에 서둘러 다가온 느낌을 주는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지는 날들이다.
오래된 역사를 느끼게 하는 심페로폴의 한 건물의 기둥~!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 건물을 주축으로 삼아 다시 복원 노력을 하는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크림반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도시가 심페로폴이다.
2차대전 승전을 기념한 조형물은 우크라이나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탱크를 바라보면 평화와 거리가 먼 느낌이지만 달리보면 싸움의 결과로 얻어진 평화도 있으니
인간의 역사란 부조화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가는 투쟁의 역사란 사실이 평화가 갖는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뿌쉬킨의 흔적들......, 크림한국의 수도 심페로폴에 있는 뿌쉬킨 도서관 입구다.
심페로폴에서 활동 중인 코이카 단원 두 사람(왼쪽으로 부터 강영혜, 알료나, 이유리)과 우크라이나인 알료나
알로나는 고려인들이 비교적 많이 모여살고 있는 장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터 우리말을 조금씩 쓰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이미 한국말을 꽤 잘하는 우크라이나인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한 동안 러시아말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서툰 영구(?)노릇으로 서로 웃기도 하였다.
심페로폴 도시의 공원에서 아이들이 어른들과 어우러져 놀고 있다.
밤이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이 밤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현지 단원 말에 의하면 실제 맛도 없을 뿐더러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우리에게는 어색한 패션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다지 어긋난 패션도 아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거리의 가로수에 물든 낙엽~~!
키예프행 기차안에서 같은 쿠페에 몸을 실은 일행들......,
그들은 서로 같은 쿠페 일행일 뿐 동행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 허물없이 잘 어울렸다. 잠시 그들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정치적 견해도 서로 같아 보였다.
선로변에 물들어가는 가을......,
키예프에서 만난 동기 단원들과 커피 전문점에서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지금은 각기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자신의 봉사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그들이 대견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