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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바스토폴의 태권도 수련생들 가운데 최용섭 코이카단원 세바스토폴의 태권도 수련생들과 최용섭 코이카단원이 세바스토폴 인근에서 수련회를 가졌다. |
ⓒ 사진제공 최용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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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여행이다. 전쟁에 비유하기에는 너무 편한 것일지 모른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가끔씩 전쟁이라는 용어가 회자되는 것 같다. 불행한 일이다. 사실 필자는 고려인들의 삶을 세세히 살피기 위해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태평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지금 아니면 언제 고려인들의 삶을 볼 수 있을까? 지금 필자는 우크라이나 중남부 자빠로쟈라는 도시에 와 있다. 4박 5일 동안 고려인 농부들과 땀을 흘리며 농사일을 함께 했다. 뙤약볕 이상의 무더위에 몸은 녹초가 되어 버렸다.
이곳에 오기 전 필자는 세바스토폴을 찾았다. 세바스토폴은 러시아흑해함대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러시아는 흑해함대사령부를 유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의 경제협력분야에서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 그것은 달리 말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30개월을 보낸 육군 병장 출신인 필자는 군사 분야에 밝지 않다. 그럼에도 필자의 눈에 흑해함대사령부가 요새 중에 요새라는 판단을 하는 것은 세바스토폴을 몇 차례 찾아본 사람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세바스토폴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통된 의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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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구의 날 관람객 이라(5세)와 함께 세바스토폴에서 열린 <항구의 날> 관람객 이라(5세)와 함께 흑해함대사령부의 군사퍼레이드를 보았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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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흑해함대사령부 주최 항구의 날 관람석 모습 흑해함대사령부가 있는 세바스토폴에서 해상퍼레이드가 열렸다. 저 멀리 작은 부조물들을 잇대어 바다에 만든 본부석이 보인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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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필자가 찾은 다음날은 '항구의 날'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코이카 단원인 최용섭 단원을 초대해 수련회를 마친 세바스토폴 태권도 사범인 우크라이나인 세르게이의 집에서 신세를 졌다. 최용섭 단원의 소개로 알게 된 세르게이는 21세 청년으로 12세부터 노동을 하며 홀로 삶을 꾸려왔다고 한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재혼을 하셨다. 그는 많은 사회 경험을 하면서 충실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세바스토폴 북부터미널에서다. 그는 필자를 만난 첫인사로 고개를 숙여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첫인상은 맑고 깔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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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바스토폴 태권도 사범 세르게이(21세) 세바스토폴 태권도 사범 세르게이(21세)가 도복을 입은 채 힘차게 뛰어오르며 발차기를 선보였다. 바다로 뛰어든 것 같기도 하다. |
ⓒ 사진제공 최용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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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그의 집에서 나눈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일은 지금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태권도라는 것이다. 이른바 태권도 정신이 그를 바른 인간으로 무장 시켰다며 태권도 사범을 하는 보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일들도 접었다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그와 최용섭 단원의 초대로 10만의 입장객이 몰려든다는 러시아흑해함대사령부 주최의 해군퍼레이드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 6시에 눈을 떠 7시에 행사장을 찾았다. 20분 정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야 하는 거리인데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세바스토폴에서 열리는 단일행사로 1년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행사라고 한다. 입장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산인해를 이룬 관람객들로 인해 세바스토폴항구에서 열리는 행사를 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30~40분 공을 들여 이 곳 저 곳 걷는 듯 뛰는 듯 관람 장소를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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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12세)가 흑해로 뛴다. 반야(12세)가 수련이 끝나고 흑해로 입수하고 있다. 바다로 뛰어드는지 하늘로 뛰어드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다도 하늘도 맑다. |
ⓒ 사진제공 최용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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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맹활약을 펼친 세바스토폴 태권소년이 눈길을 끈다. 12세의 반야는 어른스럽게도 태권도 사범인 최용섭 단원과 세르게이 그리고 처음 만난 필자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좋은 관람장소를 모색하고 다녔다. 한참을 애쓴 반야의 공으로 필자와 일행은 퇴역 러시아 군인과 현역군인 가족들의 관람 장소로 보이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것도 러시아 해군장교의 안내를 받으면서 말이다. 대체 반야가 어떤 노력을 한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태권도가 공을 세운 것인지, 봉사단원이라는 신분이 그렇게 한 것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태권도 덕을 본 듯하다.
세르게이가 본받은 태권도 정신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그리고 반야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사범과 태권도의 나라 사람에게 그 공을 들여 길라잡이를 하게한 태권도 정신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아무튼 세계가 평화를 향해 가는 길에 보탬이 되는 일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어렵게 자리를 잡은 8시40분, 행사는 9시에 시작된다고 하니, 아직 행사 시작전이다. 세바스토폴 항구에는 전에 볼 수 없이 많은 군함들이 대열을 이루고 정박해 있었다. 흑해의 관문으로 나가는 세바스토폴 항구가 잘 바라다 보이는 자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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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내빈들의 사열 항구의 날 행사가 열린 세바스토폴 항에서 사열을 하고 있는 러시아 주요 지휘관들과 함정의 장병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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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함대 615 615를 보면서 아픈 6,15가 떠올랐다. 남북통일의 상징인 615가 이곳에서 아픈 상처를 인식시킨다. 우리에게 6,15는 희망이다. 다시 통일의 날을 향한 평화의 돛을 올리기를 바래본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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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조금 지나 흑해함대사령부 행사 주최 측의 행사 시작을 알렸다. 곧이어 기동함대가 대열을 지어 정박해 있는 곳으로 주요내빈들의 해상 사열이 있었다. 주요귀빈으로는 그리이스와 우크라이나 러시아에서 온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사실 세바스토폴의 흑해함대사령부의 주둔연장 문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에 항상 뜨거운 감자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로서는 현재까지 믿지는 장사는 아닌 듯하다. 이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으니 말이다.
사열이 끝나자 각 기능별 함정들이 대열을 지어 흑해의 관문 세바스토폴 항을 나서 흑해로 빠져나간다. 가끔씩 그 위용을 보이기 위해 포성이 들리고 가끔씩 연발사격이 이어진다. 그때마다 어린 아이들의 함성이 들린다. 와우 혹은 와(러시아어로 우라! ; УРА!), 필자는 그때마다 마음이 쓰려온다. 한참 동심에 세계에서 밝은 꿈을 키워 가야할 아이들이 전쟁을 상징하는 전쟁 놀음을 보며 신명을 내는 모습을 보는 일이 즐거운 일이 못되는 것이다. 어른들의 죄를 아이들에게 이어받게 하려는 어른들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심는 일은 아닐까?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그런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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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색 건물이 흑해함대사령부의 지휘통제소다. 해상 작전을 펼치는 러시아 수병들, 건물 앞의 방조제가 흑해로 나가는 바닷길이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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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끝난 한미합동군사훈련이나 중국이 서해에서 펼친 군사훈련, 그리고 러시아 흑해함대사령부의 해상퍼레이드 등 일련의 군사적 움직임들은 도발이다. 그것은 무기를 가진 인간들이 하는 잔학성의 상징이다. 그 모든 행동들은 전 인류에 대한 도발인 것이다. 그 누가 국가 안위를 말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안위가 우선되지 않는 그 모든 것은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 사색으로 족하다 말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무기의 용처를 찾지 못한 궁색함에서 비롯되는 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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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그러진 철모를 거둬라! 우리가 일제의 잔학상을 잊지 말자고 하는 것과 남북동족간 전쟁을 해외에 알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라는 생각이다. 언제까지 통일의 길을 닫아둘 것인가? 일제 시대에 대해서는 잊고 동반자 관계를 정립하자는 위정자들을 찌그러진 철모를 거두듯 거두어야 하리라는 생각이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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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우연히 보았던 한국을 홍보하는 <KOREA>라는 국가홍보 책자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국가를 홍보하는 책자에 책표지 문구가 한국전쟁 60주년을 알리는 것이다. 과연 한국전쟁이 세계만방에 알려야하는 국가홍보로 적절한 일일까?
필자는 고려인들이 너무도 분명히 쓰는 우리말 '머저리'란 말이 떠오른다. 우리의 눈으로 우리끼리 사용하는 편가림 수단으로 한국전쟁 60주년은 유용한 것일지 모르겠다. 이른바 국내용 수단 말이다. 그러나 해외에 사용하는 체제선전수단은 좀 색달라졌으면 한다. 여전히 우리를 불안한 국가로 보는 세계인에 인식에 대못을 박아 불안한 나라 대한민국, 불안한 민족 한민족이 아닌 평화를 향해가는 전망 있는 대한민국, 안정된 한민족의 희망을 국가홍보수단으로 사용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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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바스토폴 태권도 사범 세르게이(21세)와 수련생 비탈리아(21세) 세바스토폴 태권도 사범 세르게이(21세)와 수련생 비탈리아(21세)가 수련회에서 태권도 기본 자세를 취하고 있다. |
ⓒ 사진제공 최용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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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바스토폴 태권도 사범 세르게이(21세)와 수련생 비탈리아(21세) 세바스토폴 태권도 사범 세르게이(21세)와 수련생 비탈리아(21세)의 태권 기본자세가 푸른 하늘과 잘 어우러져 보인다. 부러운 자세다. 필자에게 태권도 좀 배워두었으면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이방인들이다. |
ⓒ 사진제공 최용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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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탈리아(21세)의 발차기 비탈리아(21세)의 발차기가 흑해의 바닷물을 힘차게 튕겨 오르게 했다. 태권 소녀?의 기개가 넘친다. |
ⓒ 사진제공 최용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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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생활조건 속에서 안정된 삶을 발전시켜가는 우크라이나인 태권도 사범 세르게이(21세)와 어린 태권소년 반야(12세)의 모습에서 우리의 희망을 본다. 작고 작은 일들 속에서 한국의 밝은 인상을 떠올리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전쟁 60주년은 선전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러시아 흑해함대사령부의 퍼레이드가 그들의 일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미래가 되어야할 어린 아이들의 꿈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한국전쟁은 이제 충분히 인식된 한국과 북한의 존재 속에 알려진 일이다. 이는 분명 새로운 전망을 만들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데 부적절한 선전도구라는 생각이다.
저 낯선 이방의 태권소녀 비탈리아의 힘찬 발차기의 힘을 빌려서라도 불안을 조성하는 불필요한 일을 골라하는 사람들 혹은 그런 이성을 모두 걷어차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정상을 찾는 일은 그리 복잡한 궁리가 필요하지 않다. 시인 이기형(독립운동가, 94세)선생님의 말씀처럼 진실은 간단하기 때문이다. 진실은 간단하고 거짓은 복잡하니 그 복잡한 거짓의 탈만 벗으면 모든 것은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다. 어서 빨리 위정자들이 거짓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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