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3시 30분부터 본 행사에 앞선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각지에 고려인들이 팀별로 옷을 갈아입고 분장을 하는 동안 부디노크 키노(будинок кино)극장의 2층과 3층 복도에서는 또 다른 부대행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2층에서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있는 한식당인 아리랑, 한국관, 한강에서 준비한 한국음식 축제가 열렸고 3층에서는 소담스런 한복 패션쇼가 열렸다.
모든 것이 시작인 상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행사로 그동안의 행사들에 비하면 규모 있는 행사였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큰 행사였다. 음식은 아쉬움을 달랠 수준인 한식이고 한복 패션쇼는 낯선 나라에서 한복을 입고 걷는 모습을 보여준 수준이다. 우리의 음식은 명색이 색과 공존하여 내려온 전통이 있다. 푸성귀 같은 희멀건 음식에 무슨 맛이 얹어진 것일지 알 길이 없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무늬만 한식인 행색이다.
아쉽게도 맛을 보려고 했으나 높은 분들이 오지 않아서 안된다는 한 식당 관계자 덕분에 맛을 보지도 못했다. 음식 앞에 높은 분은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아무튼 그런 가운데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은 좋아 보였다. 자랑스럽게 이 음식이 한국의 전통 음식이오! 말할 마음은 없었다. 모자람이 많은 한식당의 음식들에 조금은 속이 상하지만, 그 한식당도 이제 걸음마 하는 단계다.
사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역에 우크라이나의 외식 산업을 흔들 기세로 파고드는 일본식당을 보면 기가 질린다. 그래서 필자는 더욱 안타까운 생각, 안타까운 하소연만 하는지 모르겠다. 주공연장 바깥에서는 한식과 한복, 그리고 소고춤과 동요 부르기 공연이 열렸다. 필자는 한복과 한식페스티벌이 열리는 모습을 보고 줄곧 주공연장에서 머물렀다.
강정식 고려인 협회장의 인사말씀과 함께 개회 선언이 있었다. 곧이어 축제를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고 이번 행사의 메인 스폰서가 돼 준 한 기업에 대한 특별 인사도 있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한국대사 박노벽 님의 인사말이 있었고 우크라이나 정부관계자의 인사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협회에서 개최한 15주년 <2010, 까레야다>는 그렇게 막이 열렸다. 꼭 우리 민족 정서를 반영한 공연이 아니라도 폭넓게 이해하고 보려고 노력했다. 전날의 불편한 심사를 접고 보기로 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고려인 청년들이 현지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가? 그들의 솜씨는 어떤가? 그런 관점으로 공연을 관람하려고 노력했다. 노래도 좋고 춤도 좋았다. 그러나 역시 현지인들에게 가장 큰 박수를 받는 것은 우리의 전통에 맞닿은 그런 공연이었다.
부채춤이나, 칼춤, 탈춤, 그리고 네다섯 명이 북채를 들고 협연을 하며 북소리가 울려 펴질때는 모두가 숨죽이며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나자 우렁찬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역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곧 감탄을 쏟아내게 하는 순간이었다. 공연의 문을 여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예프 도라지 공연단의 장구춤 또한 인기였다.
어쩌면 키예프 도라지 공연단에 집중된 행사 같았다. 그만큼 지방의 고려인들에게 우리 문화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좋은 공연을 보면서도 이런저런 사색이 필자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쉽게도 지난해 공연에서 보았던 사물놀이 공연단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가끔씩 우크라이나 가수가 게스트로 출연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이때는 또 한국의 가수나 국악이 대신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마음을 두면 될 수 있는 일들인데 아쉬웠다. 필자는 과거 한국, 네팔 수교 30주년 행사에 초대 받았던 적이 있다. 그날 공연에서 보았던 한국 공연단의 공연을 잊을 수 없다. 머나먼 타국에 살고 있는 동족들에게 조국이 그런 선물을 해도 좋을 듯하다.
물론 기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어서 피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공연 후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경제적으로도 손해 볼 일은 별로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필자는 이번 까레야다 본행사가 열리기 전에 우크라이나 한인문화센터 개관식을 참관했다. 이번 문화 센터 개관에 협조해준 L 회사 지사장과 S의료기 법인장님께 고생하셨다는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번 까레야다와 문화센타 개관에는 현지의 한국 회사 지사에서 두루 도움을 주었다고 전한다. 삼성, 현대, 기아, 그리고 현지의 한식당들이다.
필자는 생각한다. 외국에서 특히 우리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각별히 민족에 애정 있는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어야 하는 것이 또 다른 기업의 사명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들이 한국 기업을 자랑으로 여기며 선전하는 입이 되고 손발이 되어주고 있음을 목격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심이 깊어지면 한국 공연단이나 가수들의 모습을 우크라이나 고려인 협회 축제에서 보여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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