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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김형효4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한국어, 러시아어판 출간

by 김형효 2011. 1. 22.

시집 <어느 겨울밤 이야기> 표지

 

제가 네번째 시집을 출간하였습니다. 이번 시집은 처음 우크라이나에 있는 고려인 시인을 찾아볼 것을 권한

한국문학평화포럼의 이승철 시인의 부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고려인 시인을 제가 지내면서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 수소문했습니다. 그러나 찾지 못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우크라이나 3만5천여 고려인을  대표하는 키예프 외국어대학교 강정식 교수를 만나 그 사실이

확실하다는 확인을 거쳤습니다. 그후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내 동족들에게 말을 가르치고 있는 내가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땅에서 우리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언어의 정수라는 "시"를 읽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여러가지 생각을 거듭하다 조심스럽게 키예프 세브첸코 국립대학교에 한국어 학과장이신 김석원 교수님께

물었습니다. 제 시를 러시아어나 우크라이나어로 번역해서 출간을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때 흔쾌히 동의하

고 출판과 관련하여 번역과 세브첸코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판하는 문제에 협력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진행 과정에서 다른 결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한국에서 출간을 하였습니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와서 지내며 배운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체험을 통해 쓴 시가 1부를 구성하고 있습

니다. 2부는 고향의 기억, 특히 유년의 기억을 담은 글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회상적으로 쓴 고

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한 추억들입니다. 3부는 사랑의 기억과 편린을 모은 시들입니다. 4부는 하늘

을 노래한 시편들이며 5부는 민족나라에 대한 명상 시들입니다.

 

항상 새로운 걸음을 디딜 때 모자람을 자각하게 됩니다. 서툰 한 걸음이지만 격려 바랍니다. 이번 시집은 특별

히 해외봉사단의 일원으로 있으면서 고려인 동포들에게 바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클릭하시면

연변라디오 "라디오책방"에 소개된 시집 소개와 시 4편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ybrt.cn/

 

흔들리는 사람

 

 

길가에 꽃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아름다움을 본다.

봄날의 향기를 잃고

거리를 떠도는 가을처럼 쓸쓸한 사람들

언제나 푸른 봄날을 그리워하지만

바람에 흔들리지 못하는

낙엽처럼 아픈 봄은 없으리.

잃어버린 봄엔 흔들리지 못하지.

흔들리고 흔들릴 줄 알아야

푸른 봄날도 길고 길어져서

생기 넘친 날을 살 수 있지.

흔들리고 싶다.

사람과 사람을 만나서

사람 속에서 흔들리고 싶다.

사람으로 흔들리고 싶다.

그렇게 비로소 나를 살게 하며.

 

 

흔들리는 사람 전문, 시집 -어느 겨울밤 이야기- 중에서

 

 

하늘이 웃는다

 

 

세상사람 모두가 눈 감을 때

홀로 눈뜬 하늘이 있네.

사람들이 어둠에 질겁하고 잠들었을 때

홀로 눈뜬 하늘이 웃네.

눈감지 마라!

사람아, 사람들아!

지금 당신 앞에 진실이

당신을 향해 고개 들고 웃고 있으니,

나의 기도는 아픔을 보고 외면하지 않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 그들은 나의 신!

그들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

그 한 걸음의 그리움을 기억하며 살아가기를,

 

하늘이 웃는다 전문, 시집 -어느 겨울밤 이야기- 중에서

 

 

▪ 自序

 

가득 찬 사람의 눈으로 모자란 사람이 내딛는 한 걸음을 본다면 모든 것이 허방을 짚는 일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모자람을 알면서도 제 길을 찾고자 안간힘을 쓰면서 한 걸음 내딛는 사람에게는 그조차 가혹

한 시련을 동반한 소중한 가르침이다.

 

스스로를 던져 스스로 배우는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다. 기회균등을 말하고 공정함이 말버릇처럼 허공을 배

회하는 세상을 살면서 그러한 일상을 인정하고 바라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난 믿는다. 불확실성

의 시대지만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떠받쳐주는 고마움에 대한 믿음이다.

 

오로지 지나간 선인들의 삶, 내 어머니 아버지의 삶처럼 순결한 이면의 삶을 본 것 말고는 그 누구의 삶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다. 하지만 모자람도 따뜻이 바라보아 주는 눈길이 있어 행복하다. 그 눈길의

따뜻함, 질책성 가혹한 눈빛도 나를 살리는 고육지책의 생명들이다.

 

오늘도 고맙고 고마운 마음에 용기 내어 한 걸음 떼어본다. 또 다른 허방을 짚는 일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

다. 하지만 그 눈길들의 소중한 믿음을 향해 모자라지만 꿋꿋이 한 걸음 떼어놓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에서 김형효. 2010.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