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대전의 택시 드라이버 - 6

by 김형효 2007. 5. 7.

사연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저마다의 사연을 대하면서 그 사연이 아픔일 때 아픔을 위로하고자 하고

그 사연이 고통일 때 역시 그 고통을 달래주려고 한다.

인지상정 사람의 일이다.

인지상정 사람의 마음이다.

 

성혜주는 9살 아이다.

그의 아버지는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분이고

그의 어머니는 지금 신장이 좋지 않아 입원한 상태다.

의사의 진찰 결과는 나오지 않았는데 아이는 내일 보레 퇴원한다고 믿고 있다.

어린이날 그의 하루는 엄마와 병원에서 보냈을 것이다.

맑은 초롱이 성혜주가 대견하다.

나는 그에게 내가 차고 다니던 네팔에서 가져온 목걸이를 선물로 건넸다.

"초롱이의 고맙습니다."

그 인사에 그의 앞날에 밝은 빛이 따라 스며들기를 기원해본다.

그의 엄마가 빨리 낳아서 그와 즐겁기를 기원해본다.

 

술잔을 걸친 가장과 그의 아내 그리고 두 아이......,

가장은 세상사 아픔을 토로하고 아이들은 그저 듣고 있다.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가장은 내일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산소에 아이들과 다녀오는 길에

회사 사장님과 함께 술을 마셨던 모양이다.

물론 가족과 함께 동석한 상태에서......,

부인은 사장님이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듯하다며

흡족함이 스민 이야기를 한다.

가장의 말, 사람도리를 하고 살아야 하는 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해!

내가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구구단 외우듯 사시사철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돈 있다고 사람 도리 하는 사람 별로 못 보았다.

사실 이 부분의 이야기는 논쟁이 될 만한 이야기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아무튼 나는 그에 말에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세상 살이에 지친 가장의 잠시 기댈 자리가 되어주자는 마음으로

경청을 하고 그렇죠! 라고 따라 말한다.

살아있는 부모도 찾이 않는 세태에

그의 사람 도리는 부모님 산소에 다녀온 것이니 참 도리를 아는 사람같다.

  

여고생인데 대학생처럼 보이는 사람,

대학생인데 아줌마처럼 보이는 사람,

아줌마인데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

내 눈에 모두가 한결같이 답게 사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하지만, 그들이 아름다운 삶의 가장자리를 닦아 가고 있다는 것만은 믿는다.

 

친구들아!

무단횡단하지마라!

학생부군신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택시 운전기사는 무단횡단하려고 길가에 어슬렁거리는 사람을 보면

쌍날의 잠자리 눈을 한 택시를 몰아

무단횡단하려는 사람을 향해 질주하게 되어있으니 조심하라!

 

불로소득 체험!

불로소득은 흡족하다.

그러나, 영원히 기억될 것은 아니다.

모르겠다. 억천금이라면.......,

술에 만취한 청년이 새벽 3시 50분 차에 올랐다.

무심하게 할증미터기를 눌렀다.

낭월동!!!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다.

술 취한 청년이 말이 듣기 민망하다.

육두문자가 섞여 들어간 것이다.

마치 그는 대전이라는 학교에 택시운전기사 학과에 학생인 나를 시험하는 시험관 같다.

꾹꾹 눌러 참다가 그의 질문이나 그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른다.

착한 학생이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그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창문을 시원하게 열어달라고 했다.

나는 낭월동 인근에 있는 다른 동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는 산내라고 말했다.

이제 여유를 찾게 되었다.

힌트를 주신 시험관이시다.

나는 그대로 차를 몰았다.

한참을 가더니 말 꼬리가 길어졌다.

오른쪽으로 가주세요.

다시 왼쪽으로요.

그러더니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7,800원인 미터 요금을 이야기하는 내게

20,000원을 내밀며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말한다.

나는 그러면 고맙죠!라고 말한다.

읍소형인간인가?

예스형 말이어......,

하지만, 난 성실한 택시기사의 본분을 찾아 일한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다른 날보다 두 시간 먼저 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한다.

 

어제부터 택시 안에 나의 제3시집 <사막에서 사랑을>을 비치하고 다닌다.

늦은 시간 보문산 입구에서 차에 오른 승객분과 대화 중에 철학자 같다는 말에 응대하다.

글쓰는 사람입니다. 라고 거침없이 신분을 밝혔다.

시를 좋아 하십니까?

나는 많은 승객들에게 이런 설문을 한다.

굶어 죽기 좋을 직업이란 사실을 이미 확인 시켜준 승객들 사이로 40세에서 50세를 넘긴

30대 후반 이상의 사람들은 시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은 별로요.

왠지 밑줄을 긋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든다는 등......,

시인 부재인지 독자 부재인지 아니면 시 부재인지......,

좌우지간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이 타야 이야기가 편하다.

더러 술주정꾼과의 난감한 상황만 빼면 말이다.

그는 나에게 책을 사겠다고 했다.

나는 책 장사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는 인연법을 말하며 사기를 원했다.

부담없이 그의 권유를 받아들여 책을 팔았다.

이런 장사도 해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하하!

 

으능정이- 중앙로의 심야에는 늦은 귀가길 승객이 많다.

여자 승객이 탔다.

나이트 클럽에서의 일을 이야기 하고

나는 <한밭벌에서-거리 5>라는 시를 곧 올린 상태라며 시 이야기를 했다. 

세상사 이야기를 하며 갔다.

그는 6,800원이 택시 요금에 3,200원을 더한 만원을 내밀며 좋은 이야기값이란다.

 

아! 행복한 택시기사다.

새로운 사람들과 드라이브도 하고 이야기값도 챙기고......,

이러다 부자될까 걱정일세!

부자되면 돈 지키려고 방패도 사야되고 칼도 사야되잖아!

그러면 해외여행 갈 때도 불독이라도 하나 사둬야 하고......,

 

오늘은 해피데이~~~!

내일은 어버이날, 전화 한통화로도 불효를 면할 수는 있으리......,

 

5월 5일 나의 두번째 휴일날에는 목포에서 결혼식 주례를 하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