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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대전의 택시 드라이버 - 4

by 김형효 2007. 5. 1.

신파는 영원한 인간의 감성구조가 아닐까?

나는 그런 면에서 과거형 인간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과거를 옹호하는 인간이다.

사람이기에 사람의 감성에 기반을 둔 신파를......,

 

세상이 울고 있다.

아니 비가 내리는구나!

택시를 타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상징이 될 수 있는

그런 사연 하나 간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시광이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이모 혹은 고모!

갓난 아이로 보이는 어린 아이를 포대기에 감싼 채 택시에 오르는 아름다운 여인

그의 동생이거나 아이의 고모처럼 보이는 여성도 꽃나비처럼 보인다.

아이와 여성의 조화처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내 눈에는 그 또한 아름다운 판타지다.

아이의 이름을 물었다.

간혹 아이들의 이름을 작명해줄 것을 요청 받는다.

그래서 아이들의 이름에도 관심이 간다.

시(時)-광(光)이다.

이미 알았겠지만, 그의 할아버지가 지은 이름이란다.

때를 만나 빛이 되어라!

그래 시광아! 할아버지 뜻 잘알겠지.

때를 만나 빛이 되거라!

 

사실 이름이란 염원이 담긴다.

그래서 나 또한 내 삶을 반추하면서 내 이름을 사색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도전받는 느낌이다.

형효, 빛날 형에 효도 효, 참 버거운 이름이다.

불효가 막급한 이 청춘에게는......,

 

술의 취해 흐느끼면서도 격려 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진 꽃대궁 같은 아저씨!

함께 울어주고 싶은 시간이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힘내세요. 힘내세요.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빠져 나오는 길이란다.

그 분 말씀, 술집에 있는 여인들에게 나도 만원 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내 마누라에게 십만원 쥐어주는 게 백배 낫다고 생각한다.

아니 내 아이들과 마누라와 함께 실컷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으면서

이야기 하면 즐거운 돈이란다.

내가 미쳤냐! 거기서 그 여자들에게 돈 만원....., 말이 짤린다.

나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의 말 끝이 흐려지면서 눈물이 볼을 타고 뜨겁다.

나도 따라 뜨거운 속살이 익는 느낌이다.

뚜 욱 뚝......, 눈물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그의 손을 꼭 붙잡고 힘내세요.

다시 힘내세요.

그 아저씨 차에서 내리면서 피곤하시겠지만, 열심히 많이 버세요.

눈물나는 격려다. 

 

서(?)화 처럼 밤늦은 시간인데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중 2학생!

밤 늦은 홍등가 근처에서 까까머리를 한 어린 친구가 차에 올랐다.

나는 말 붙이기가 어려울 때 길을 모른다.

초보자다고 말 문을 연다.

대부분은 그 말에 함께 말 문을 연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 다음을 때를 놓치지 않고 질문이 이어진다.

학생이세요?

예!

그런데 술마셨어요?

예!

그렇게 술마시고 이렇게 늦게 들어가도 괜찮아요?

순간 정적......,

침묵......,

긴장......,

 

잠시 후 그가 말 문을 연다.

사실 일 끝나고 가는 길이에요.

나는 대뜸 어려운 난관을 헤치는 마음으로 직설적인 질문을 밀어 붙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가요?

그는 난파선 같은 세상을 헤치고 가는 장엄한 인간이었다.

그런 것도 있고, 한 일년 정도 되었어요.

나는 그 순간부터 부담없이 내 이야기를 막 해댔다.

그리고 힘내라고 술 한잔 마신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똑 바로 잡고

서(?)화라는 사람으로 자신의 영토를 잘 닦아나가라고 일러주었다.

세상에는 자신의 영토가 있다.

그것을 돈의 영역에서 닦아 나가는 사람, 명성을 얻기 위해 가는 사람,

정치적, 심리적 기타 자신 만의 특장점을 개발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삶의 영토를 닦아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당당한 서(?)화의 영토를 만들어라!

삶을 당당히 맛서 이겨내려는 너의 의지를 잃지 마라!

그러는 동안 그는 내게 전화번호 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멍청한 순수를 지닌 그와 나의 동질성을 느끼며 전화번호를 건넸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화이팅을 외쳤다.

그의 집 담벼락 끝자리에서......,

 

조금은 넘치는 사랑 표현을 주체하지 못하는 청춘 남녀!

새벽을 열며 집으로 들어가는 꽃과 나비가 뒷 좌석에 앉았다.

넘치는 사람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조금은 민망한 애정행각(?)을 서슴없이 진행한다.

말을 시킨다.

짓궂은 일일지 모르나,

더보기가 역겨워지면, 난 또 멍청한 순수청년으로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운 나를 표출할 수 밖에 없으니

그러기는 싫었기에......,

다행히 나비는 꽃을 슬쩍슬쩍 외면하며 나와의 대화에 보조를 맞추느라 애를 썼다.

아름다운 동산을 이루시라!

꽃같은, 나비같은 청춘이어!

 

새벽 이슬을 받아 안으며 시장에 가는 할머니!

내가 안나푸르나 기슭이나 무안의 승달산 기슭에서

그리고 금산의 천태산 기슭에서 깊이 잠들어 있을 그 시간이다.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은 밤하늘에 별이 떴다 지는 것도 잊은지 오래다.

그런 새벽 길을 여는 오정동 농수산물 시장에 가는 할머니,

그 분들이 있어 너와 나의 식탁이 찬란하다.

 

택시 아저씨 혼자 말끝마다 욕지거리를 뱉아내지만

삶의 현장을 생살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는 그 분!

생생한 날 것의 언어에는 요기거리도 있잖아.

육두문자의 오지랍 넒은 여유......,

나 어릴적 그 어르신 못지 않은 육두문자 솜씨 자랑 대단했었다.

그런데 그 육두문자의 몹쓸 짓을 안 것은

밤 하늘 별에 가련하게 와 닿던 서울 거리에 살면서다.

서울 하늘에서는 밤하늘 별만 가련한 것이 아니라 나도 별처럼 가련했다.

생 살의 것, 그러니까 날 것의 기운을 이로게 하는 것이 도시다.

난 그 도시에서 날 것의 기운을 잃은 것이다.

그러니 대근이 같던 나의 육신도 이뻐지고 있겠지.

그런 도시에 살면서 여성은 남성성을 요구하지.

그리고 기계적인 힘에 의존하고 약에 의존해서 남성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지.

그래 그렇게 안간힘 써 보라지.

나 만큼(?)이나 가능한가? 하하~~~!

시골에 살면서 산 바람 들 바람 맞으며 사는 친구들 내 말 뜻 알지!

 

까르르까르르 웃음의 속살이 은근히 드러날 것 만 같은 삼상오오 아가씨들!

아가씨들의 늦은 귀가길에 아침 풍경소리같은 맑은 음이 들린다.

물론 때때로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들의 음성에서 클래식 경음악을 듣는 것처럼

아름다운 선율도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귀가행인가?

물론 나는 그 순간 아름다운 드라이버가 된다.

아마도 나의 친구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다 그런 청아한 음성들을 소리내어 보았으리.

그러니 꽃들의 잔치는 삼삼오오로 가능하지!

 

이런 저런 사연들에 거칠고 거친 힘겨움들이 겹쳐진다.

그 틈에 내가 지치지만,

또 일어날 기운도 그들 사이에 핀 들꽃 향기같이 내게로 전해져 온다.

 

열심이라는 이름으로 밤 거리를 질주하는 택시 드라이버

때로는 멍청한 돈의 집착을 걷어내지 못하고 멍청해지는 나

강한 집념을 갖고 움직일 수록 무너져내릴 듯 피곤해지는 내 육신

하지만, 돈이란 놈을 쫓는 가련한 청춘......,

하지만 난 나의 노예가 될지언정

돈의 노예는 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다시 나에게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