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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대전의 택시 드라이버 - 9

by 김형효 2007. 5. 20.

낯선 거리를 배회하는 자

그에게 낯섦은 희망이다.

낯선 거리를 사냥하는 자

그에게 낯섦은 절망이다.

낯선 거리를 운행하는 자

그에게 낯섦은 개척이다.

 

그러나, 낯선 거리에서 너무 오래 방황하지 마라!

낯선 거리에서 오래 머물면 영혼도 함께 방황하리라!

그래 그 낯선 거리에서 익숙해지면

그것이 일상이 되어 영혼도 맑아지리라.

 

그렇게 대전 거리는 이제 나에게 익숙한 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

다만, 늙은 지성의 거리로 인식될 때 방랑객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난 젊다.

그러니, 그 방랑도 젊음의 유흥 아니겠는가?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대형 마트 앞, 나란히 줄지어 선 택시들을 두고 내게로 와서

내가 운행하는 택시에 자리를 잡는다.

이건 반칙이다.

택시 운전사들 중에는 더러 이런 반칙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얌체족도 있다.

하지만 난 그 얌체족은 되기 싫다.

그러나, 기어코 내가 운행하는 택시를 타겠다면 방법은 없는 것이다.

앞에 운전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손님의 의지는 방패가 되어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손님과 대화가 시작된다.

왜 저렇게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제 택시를 타셨나요?

개인 택시들이잖아요?

그냥 그런대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나는 영업용 회사 택시를 탑니다.

아! 그러신가요?

하긴 그렇지요.

나는 이어서 말을 이어간다.

사진 구경하세요.

고마움에 표현입니다.

등반가신가요?

주도적으로 내 택시에 오른 분에 옆 좌석 손님이다.

아닙니다.

저는 글 짓는 사람입니다.

물론 지금은 택시 드라이버고요.

그러신가요?

혹시 송** 선생님 아세요.

아, 알지요.

혹시, 혹시......, 줄줄이 불러대는 시인들의 이름......,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만한 사람들을 함께 아는 여성 시인을 만났다.

그 친구의 마음이 시인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야기가 즐겁다.

나는 그 친구분이 하는 수퍼마켓에 가서 서로의 시집을 주고 받았다.

즐거운 일이다.

택시 드라이버 시인을 만나다.

시인도 시 쓰는 택시 드라이버를 만났다.

 

허물없는 영혼은 없으리라.

세상을 맑히기 위해서 살거나,

세상을 어지럽히고 사는 사람이거나,

그것을 바라보다 지친 눈동자가 있으니, 그를 위로하여야 하리.

 

남북철도 연결구간 개통 행사에 대해서 설문도 하고

택시 기사들끼리 현재의 세상사를 논하기도 하고

그렇게 논하며 바라보는 세상만사 그리 절망할 일도

특별히 덩실거릴 일도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사는 동안은 세상 모든 것을 낙으로 여기며 살아도 되리라고,

뼈 아프게 다짐도 하면서 하루 거리를 운행해가는 것이다.

간간히 시인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이념에 맞지 않지만, 사람의 얼굴로 술잔을 주고 받기도 하고

재주도 사는 것도 온갖 것들이 너무도 다르기만 한데,

그래도 살아있어 소중한 영혼들과 너나들이 하는 맛에 삶은 즐거운 것이리니

오늘도 새로운 영혼을 불러 새 날을 가보자고 다짐은 하지만,

지친 몸에 택시 드라이버의 일상이 기피하고 싶어지는 것도 사람의 일이겠지만,

하! 웃고 말기에는 너무 간단한 것이 세상사 같다.

 

왜냐고 묻는다면 말하리.

너무 복잡하거든......,

그러니 그것을 해석하려니 죽을 때까지......, 죽은 후에도

답없는 천리만리이니 그냥 간단하게 요약하자는 것이지.

 

나는 최근 대전의 주요 병원들을 두루 돌며 손님을 모신답시고

안타깝단 말야!

울고 있거든 날마다,

생로병사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지만,

나의 건강 때문에 그 자만이 가져다주는 오만으로

자본주의에 순응 못하고 버티며 남들 눈에 안타까운 시인 아닌가? 

가진 것도 없이 주저리주저리 아니냔 말야!

더러 부럽다는 시선이 내게는 부끄러운 내 삶을 발견하게 해주는 바로미터가 되어

내 모골을 송연하게 하는 불혹이 안타깝고......,

병실 문을 나서며 눈물을 꾹꾹 눌러 참는 그들을 보면 내가 위로가 되지 못해서 안타깝고

그들에게 택시비를 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하고

하지만 그런 삶, 그런 꿈, 그런 엉뚱함이 현실이어야 하는 것이란 믿음은 변치 않고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밤새 위로하고 가는 청년과

직장 후배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이른 아침까지 그를 위로하기 위해 애쓰다가

그 후배의 웃음보를 터트리며 함께 웃었다고 기뻐하며 둘이서 나누는 대화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조차 안쓰러운 인간사이니......,

불혹의 청춘에도 물론 앞으로도 제 갈 길 간다 해도

그런 일들에 대해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고통스런 상심들이 날 안타깝게 하는데

성인들이라도 헛갈리지 말고 세상사 살아가는 인간의 길을 잘 정돈해주기를......,

하느님도 부처님도 세상 변화에만 익숙해서 따라 변화하면서 따라 변질하면서

그 변질 못하는 자를 변화 못한다고 타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구만은......,

 

참,

참, 참,

참, 참, 참,

그런 길은 분명 있다고 믿기로 하고 사는 나만......,

구질구질인가?

자족하며 멈춰버린 이상도 청춘의 꿈도

참,

참, 참,

참, 참, 참,

버리지 말자고 말하면 그렇게 살아서 얻어지는 게 뭐냐는데

그래 그렇게 안 살아서 얻는 것은 또 뭔가?

구질구질 이래도 저래도인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꾸역 꾸역 주절주절 말하지 못하고 멈춰버린 세상에서

그 어떤 50대 이하의 시인에 무덤에 가서는 절도 하기 싫다.

참,

참, 참,

참, 참, 참,

왜냐고 묻거든 말하리.

세상사 건강한 놈이 오래 살아 주는 것도 세상에 기여하는 것인데

조폭보다 못한 놈들이 조폭보다 더 조폭적으로 까불대며 까불까불

그래 이 꼴을 안보이려면 친구네, 사돈네, 동생네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꼴 사납지 않은 맑은 영혼들이 거리에 파랑개비처럼 휘날리기를 바라기 때문일세.

그려!

 

보문산 입구에 오시는 친구 있거든 연락주시게.

보문산 신선이 신성이 되고자 하니......,

술 마시고 취하고 싶은 날일세.

그려!

 

서울에 갔었네.

밤에 갔다가 낮에 와지.

가는 길이나 오는 길이나 졸다가 왔지만 말야!

모두가 건강하더군.

연변의 시인묵객이 날 찾아오셔서

대전을 드라이빙 한 후 대구로 충주로 해서 서울에서 상봉하기로 했는데

누가 또 술 잔으로 낚아채셨나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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