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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10월의 마지막 밤! 원주시인과 봉평의 방랑시인 성재경시인과 술잔을......,

by 김형효 2007. 10. 31.

술에 머물러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길이 막혀 그를 바라보며 술잔을 비우는 것이다.

 

어줍잖은 인연의 철창들이 많지만,

자유로운 사색과 영혼의 바람개비를 굴리며 살아가는 멍청한 시인이

오늘은 멍청한 세월의 허망을 쫓아가는 사람들을 멀리 바라보며

개봉산과 태고산을 올려다보며 만산홍엽의 알싸한 풍광에 취해

술잔을 기울이려 한다. 

 

사십이 넘으며 늬엿늬엿 지는 해를 보듯

생각의 끈도 띄엄띄엄 이어진다.

 

사십을 넘기며 홀로 사색하는 습관을 갖고 사는 친구들아!

오늘은 멍해지길 바란다.

 

그러다보면 보이리라.

사람들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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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남강에서 바라본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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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화사 대불아래서 네팔화가 부부와 그의 아들, 주노아트 관장님

도시의 허망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미발표작

 

다툼, 혐의 1


길가는 남녀가 있었지.

빌딩이 그들의 앞을 가두고

길 가던 걸음을 차단하고 있었지.

둘은 다투고 있었던거야.

여자는 남자에게 한참을 혼이 빠지게

남자는 휙 돌아서 빌딩을 재치고

여자는 남자의 두 팔을 붙들었어.

버스는 더 빠르게 달리고 있었지.

30대 남녀의 다툼 목전에 두고

바라보던 빌딩은 멀어지고

버스는 더 빠르게 달려가고

50대 부부의 대화 속에서

다툼 혐의 카메라 렌즈에 잡히고

"50대 남 - 잠자고 있는 권리는 권리가 아니다.

"50대 여 - 창피하게 무슨 이야기해요.

"50대 남 - 다 벗고 자는 부부 사이에 창피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있는 버스 안의 30대 남 붉어지는 얼굴

사과꽃 향기에 취한 듯

다툼에 모습이 그리워진다.

빌딩 안에 갇혀 있던 거리의 남녀

그들에 다툼의 혐의는 사랑이었을까?

혼나게 다투고 빌딩 안에 갇혀 있던

그 30대 여자는 왜 남자의 두 팔을

가슴 어깨 곁으로 바짝 당기고

쫓아 걷던 것일까?

 


다툼, 혐의 2


빌딩 안에 갇혀 허우적대던 거리에서

30대 남․여가 싸움보다 더 근접한 사랑

간곡하게 보듬어 안으면서

빌딩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눈 오는 날

꿈을 꾸고 있는 10대와 20대의 청춘 남녀

포옹의 길이는 참으로 길고 긴 여행 중이었다.

50대 남․여의 사랑은 오히려 노골적이었고

10대 20대 남․여의 사랑은 절제된 폭력이었다.

갇힌 자의 자유는 날개를 달고 훨훨

빌딩 바깥의 추위를 그리워하며

언덕을 넘고 있었다.

밀착한 사랑 밀착된 꿈속에

한 폭 그림을 그리며 다툼의 혐의를 완곡하게

벗어나고 있었다.

절묘한 그들의 트릭은 곡예와 같은 불장난과 같은

그러나 그 아슬아슬한 사랑 속에

평정을 찾아가는 그 아름다움이라니,

하하 절로 충만한 그리움이어라!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자유 의지가 아닐까?

 

낙엽이 스스로 무르익어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자유의지가 아닐까?

아니다.

그도 저도 자유의지로 보자.

 

사람은 스스로 세상 구경하자고 태어났던가?

그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구경을 하지만,

존재의 성체를 갖고 사는 한, 자유 의지 속에 사는 것이다.

 

그대들의 삶 속에 축복이 함께 하시길......,

이방인을 안내하다 지쳐 지금은 잠시 샛길에서 휴식 중,

원주에서 그리고 봉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