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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걷기 여행/랑탕 히말라야 6박 7일의 기록

랑탕 히말라야를 가다(마지막회)

by 김형효 2008. 3. 3.

- 히말라야 기슭은 웃음을 준비한 사람들에게 초탈한 해방구

  

새벽 4시 20분 기상하자마자 세수를 하고 온수에 샤워를 하였다. 급하게 짐을 챙기고 앞서 말한 덴마크인이 렌트한 지프차 신세를 지기 위해 차에 올랐다. 차가운 바람이다. 안도감으로 가득차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다. 저 높고 높은 랑탕 히말라야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다 내 마음 속에서 불어오는 안도감 같은 바람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카트만두를 떠나올 때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험난한 길이었지만, 둔체에서 샤브르베시까지의 험난한 길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더구나 깎아지른 절벽이 무너져 공사까지 하고 있는 길을 지나왔었지 않은가? 이제 그 여정을 조금은 안정감 있어 보이는 지프차를 타고 가는 것이다.

 

팀 줄리에서 보았던 뿌자(기원) 공간에 있는 종, 종이 붉은 것은 네팔사람들이 기도하면서 발라댄 꽃가루 때문이다.

 

 

수많은 돌탑에 새겨진 옴마니반메홈과 부처님을 새겨놓은 각

그저 속으로 흥얼흥얼 노래가 되어 신바람이 불어온다. 산다는 것이 이런 환희가 되는 것을 평소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입신의 나이를 넘겼으니 조금 살았다고 할 수만은 없을 텐데 이제야 느껴보는 일이다. 다시는 돌아 못 올 것 같던 아늑한 길, 그런 길을 왜 인간은 가고 오는가? 더구나 그 험난 여정 너머 히말라야 산줄기를 수직으로 혹은 눈사태의 예감 속에서도 오르려는 인간 내면의 알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인가? 그저 다시 사색의 채찍을 들고 나를 몰아가 보지만 여전히 나는 알 수 없는 데 문답을 놓고 만다. 필자는 그러면서 다시 네팔의 산하를 바라본다. 

 

탑돌을 쌓아 놓은 티벳인들의 무덤 넘어 랑시사가 보인다. 스승의 언덕이라는 랑시사를 넘으면 티벳땅이다.


 

둔체와 팀줄리를 지나고 끝없이 이어지는 네팔 산하와 산의 난간들을 수직으로 깎아 만든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논밭의 경이로운 장면들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아마도 네팔 사람들은 내가 본 두 도시 카트만두와 포카라 사람들만 빼고 모두 성전에서 자연인의 초연한 모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들만의 초탈한 해방구가 바로 히말라야를 바라볼 수 있는 산허리를 깎아 만든 논밭의 제단이 아닌가? 낯선 이방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들에게서 이방인들은 어두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지만, 가슴 저미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견디며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그들이 준비한 웃음은 신성(神聖)의 것이 아닌지, 바로 그런 웃음을 보여줄 수 있는 그들이 성자(聖者)는 아닌지, 그들을 만나면 나그네는 발끝을 돌려놓기 힘들어진다. 누가 그 나그네를 붙들었는가? 누가 그 나그네를 나무랄 수 있는가?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힘은 바로 그들이 성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 보면 인간 누구에게나 성자의 심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리라! 

 

깎아지른 산허리에 논과 밭이 계곡을 이루고 있다.


 

새벽에 출발한 덕분으로 우리는 일찍 도착하였다. 얻어 탄 지프차에서는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차 안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육신의 힘든 것도 잘 참아내게 했다. 12시 30분 타멜에 도착했다. 덴두와 나는 그의 사무실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며칠 후 다시 볼 것을 약속했다. 살아온 여행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을 만큼 트레킹보다 두려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산길이었다. 며칠 동안 만나지 못한 지인들이 보고 싶었다.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마친 후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두 세 시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산행을 하고 난 기분은 홀가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언제 다른 산행을 할까? 몽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 산행에 대한 기약을 다시 한다. 필자는 오는 4월 19일 안나푸르나 기슭을 찾아 산길 걷기를 할 것이다. 이어서 5월에는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 8,850미터)의 주요한 산길 걷기 코스인 솔루쿰부 호수를 찾으려고 한다. 어림잡아 5,560미터로 알고 있다. 백두산 천지처럼 5,000미터가 넘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솔루쿰부의 맑은 바람을 맞고 싶다.


 

다음 이야기는 안나푸르나 토롱라파스(5,416미터)를 걸었던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