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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그리워서 행복하다.

by 김형효 2009. 12. 17.

그리워서 행복하다.

 

 

 

고맙습니다.

그 자리에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

 

잡히지 않는 사랑의 모습으로

그대가 서 있는

그 자리에 사랑의 향기가 머물고 있습니다.

 

잡히지 않는 그리움으로

그대를 그리워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세찬 겨울바람 시리게 불어오는 날에도

내게 그리움이 있어 행복합니다.

 

잡히지 않는 사랑

잡히지 않는 그리움이지만,

고맙고 행복합니다.

 

사랑의 안부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게 묻습니다.

내 안의 평화처럼 시리게 불어오는 바람에게

내가 간직한 그리움의 안부를 묻습니다.

 

내 사랑, 내 그리움은 안녕한가?

잠 못 이루는 밤에는

더욱 내 사랑이 사랑스럽고

더욱 내 그리움의 안녕이 그립습니다.

 

고향 마을 풍경이다.

떠나면 사랑이 아닌 게 없고 떠나면 그리움 아닌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은 때로 떠나보아야 할 것 같다.

절실한 사랑도 절실한 그리움도 한 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허망한가?

 

두만강 칠백리의 한 구비다.

2007년 중국에 연변에 석화 시인께서 주관하셔서 만든 시인총서

<시향만리>발간기념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

두만강변에서 하룻밤을 묶었다.

 

이른 아침 도문시 세무국에 근무하며 시를 짓고 사시는

내게는 없는 누님이지만, 내 누님 같은 정을 느끼게 하는,

70년대 서정이 흐르는 그런 서정을 알게 하는 김경희 시인께서

길잡이를 해주셔서 올랐던 일광산에서 두만강 구비를 보며 찍은 사진이다.

 

함께 길을 나선 또 다른 사랑이고 그리움이신 대전에 사시는 시인 김동준 형님께서도

젖은 아침, 마음 깊은 곳에서 민족심이 솟아나는 느낌이라고 말씀하시며 저 구비구비를 살펴보셨다.

  

네팔 카트만두의 한 카페다.

네팔의 시인과 화가들이 나를 환영한다는 의미로 마련한 시낭송회다.

 

시인 먼줄 형님께서 자리를 마련하셨고

네팔의 시인묵객들이 가끔씩 모여 시낭송회도 하고

편하게 드나들며 만남을 갖는 장소라고 한다.

 

떠난 자리는 모두가 사랑이고

떠난 자리는 모두가 그리움인 듯하다.

그래서 떠난 자리에 사랑이 깊고 그리움도 깊은 듯하다.

 

나를 스쳐간 인연도 나와 서신을 주고 받고 안부하는 인연도

단지 한 순간의 기억 속에 사로잡힌 인연도 다 깊고 깊은 사랑이고 그리움이다.

 

내가 태어난 마을이 아니라,

시골 집을 사두고 길을 떠나 방랑객처럼 날을 지새는 내게

또 다른 위안도 되고 걱정도 되게 하는

또 다른 나의 집

그 뒷산에서 찍은 서해로 지는 노을이다.

 

몇 해전 한국을 찾은 길림시 조선족 예술단 공연 모습이다.

내 조국, 내 민족의 것들을 두루 갖추고

그 모습을 기억하고 간직하고 되살리며 살아가는 그들도 그리움이다.

항상 마음 안에 내 혈관을 흐르는 피처럼

민족은 한 집살이다.

 

갯벌의 향기를 기억하는가?

발바닥에 안달하는 그리움처럼

발바닥에 안달하는 사랑처럼

허우적이는 나를 향해 애절한 사랑으로 간곡한 그리움으로 달겨들던

갯벌, 갯벌, 갯벌, 내 고향 마을에 저 멀리 뱀머리처럼 돋아난 뭍이 보인다.

그래서 옛어른들은 저 두 뱀머리를 큰 사두, 작은 사두라고 불렀다 한다.

옛 어른들의 흔적까지 내게는 사랑이고 그리움이다.

 

대월산이 날 반긴다.

그저 마늘밭, 양파밭이 즐비하다.

평화로운 서정이 차곡차곡 쌓여 겨울 눈처럼 희고 흰 내 유년의 세월이 비춰지는 고향마을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말하면 민경(거울)에 비추듯 다 비춰지는 나의 유년은 찬란했다.

 

속절없이 가버린 모든 세월들은 찬란하다.

그때를 살던 그 시절은 안타깝고 안타까워도

지나간 그때는 찬란한 그리움이다.

그래서 깊고 깊은 사랑이고 다시 그리움이다.

 

자식을 키워온 밭, 그 밭을 일구는 어머니!

어쩌면 저 밭을 살린 어머니는 위대한 자연인지도 모르겠다.

천지인의 한 부분인 인간을 담당한 지신(地神)은 어쩌면 어머니가 아닐까?

온전한 우리들의 땅은 인간의 생명을 내어놓고 지켜주신 여성의 상징인 어머니다.

퇴락한 이성과 퇴락한 퇴폐적인 인간들이 만든 여성성은 가라!

인간에게 진정한 고향은 어머니가 머문 자리이고 어머니가 선 자리고

어머니가 가꾸고 보살핀 밭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거친 손길로 서 계신 어머니는 사람의 눈가에 아름다운 이슬이 맺히게 하는가? 

 

잘못 찍힌 사진인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내가 조준한 것은

저 한 송이 장미를 피우기 위해 가시를 뻗치고

한 철의 세월을 잎사귀로 살아온 저 장미꽃을 받치는 꽃대이다. 

 

그러니 서툴 수 있지만, 잘못된 삶은 없는 듯도 하다.

지금 후회없이, 지금 자랑스럽게

지금 사랑을 그리워하고 지금 그리움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삶이라면

내 앞에 사람들에게 경배하며 살아간다면,

세상은 모두 행복천리를 걷는 것처럼 행복한 세상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