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7일 개표가 진행되던 날,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1차 투표에 대한 출구조사 결과 분석과 함께 진행된 대담 프로에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아르셰니이 야쩬뉴크(АрсенийЯценюк, 35세) 가 출연했다. 필자는 서툰 러시아어지만 이번 대선 결과에서 우크라이나의 희망으로 불리는 그의 말을 경청하며 보았다. 그는 직접적으로 생방송 중인 프로그램에서 자신은 율랴 티모센코다!라고 지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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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쪤뉴크(35세) 후보 1차 투표 결과 전지역에서 고른 득표를 하며 4위로 선전한 야쪤뉴크가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가운데 그는 율랴 티모센코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야쪤뉴크 후보 선거홍보물 촬영)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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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다. 러시아아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전통을 갖고 있고 그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역설하며 "차기 대선에 출마하여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다짐을 내놓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고른 득표를 얻었다는 것으로 전체 7%의 미미한 득표를 했지만, 35세의 젊은 나이에 자신을 중앙 정치무대에서 안정된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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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기쁘꼬(49세) 후보 1차 투표에서 예상 밖의 3위(13%득표)로 선전한 그는 최고의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다. 선거 다음날 신문에 승자의 미소라고 할만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선의 향배는 그의 선택에 달린 느낌을 주고 있다.(신문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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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이번 대선의 최대 승자로 여겨지는 2위 후보 티기쁘꼬 세르게이 례오니도비치(Тигипко Сергей Леонидович, 49세)는 지금 공식적으로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다. 자신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알아서 선택할 것이라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최측근 참모는 율랴 진영과 결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누가봐도 자신이 캐스팅보드를 더욱 확실하게 쥐고 가겠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진영(율랴 티모센코 후보)은 러시아의 인물로 규정하는 야누코비치 후보에 대항하는 모양새다. 남은 2주 동안 율랴 티모센코(Юлия Тимошенко, 49세)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우크라이나 민주주의자)진영은 선거전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에 대한 호소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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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랴 티모센코 후보 2차 결선투표 발대식 율랴 티모센코 후보 진영의 2차 결선투표 발대식이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동부 도시 르비브에서 열렸다. 2천여명의 지지자의 환호에 답하고 있는 율랴 티모센코 후보(현 총리), 텔레비전 화면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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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호소와 함께 우크라이나 정치권의 핵심 주제로 떠오르고 있고 상당부분 성공적인 흐름을 드러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독립과정에 기여한 인물들의 공식적 지지가 쏟아지는 형국이고 야누코비치는 자신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표가 그가 얻을 수 있는 전부라면서 율랴 티모센코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경우도 있다.
난 상관없다
우크라이나 민족 시인 타라스 쉐브첸코(1847년) |
난 상관없다.
우크라이나에서 살든 이국에서 살든
그 누가 나를 기억하든 잊든
타향의 눈밭에서 낯선 사람들 틈에서 자란 나는 홀몸,
내 나라 사람들 애도할 사이도 없이
나 감옥에서 울며 울며
죽으리 아무것도 남김없이,
우리의 영광스런 우크라이나,
내 땅이지만 남의 땅
아버지여 아들을 기억해 주오
그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괴로워했다고
나에겐 상관없노라
그 아들이 기도하든 말든,
그러나 간악한 무리들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약탈하고 불 지르는 것은
결단코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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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지난 1월 22일(우크라이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중심지인 우크라이나 서부의 르비브(Lviv)에서 2차 결선에 나서는 각오를 다졌다. 사실 1차 선거전의 경우 율랴 티모센코는 특별한 득표활동을 전개하기보다 총리로서의 충실한 임무 수행을 홍보하는 형국이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어를 체계화하고 우크라이나어로 시를 쓴 우크라이나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라스 쉐브첸코의 동상이 있는 광장에서 2천여 지지자의 환호속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화두로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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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신문보도 각 후보 출구조사결과는 실제 득표와 큰 차이가 없었다. 1위 후보와 6위 후보가 친러시아 진영의 후보이고 나머지 후보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진영으로 일반 분류되고 있다. (신문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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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상대 후보인 야누코비치 후보를 염두한 발언으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지역을 분열시키고 우크라이나 민족의 분열을 획책하는 세력이라며 그들의 노력은 2004년 오렌지 혁명 이전의 시대로 우크라이나를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거주하고 있는 17%가 넘는 러시아인과 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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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위 후보자 진영간 토론 시작 텔레비전 화면을 촬영한 사진이다. 상단의 붉은색은 우크라이나 민족진영을 중심으로한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으로 율랴 티모센코와 2, 3, 4, 5위 후보 지지 지역이며 하늘색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으로 1위 후보인 야누코비치 후보(35% 득표)와 6위 후보 시모넨코(공산당, 3% 득표) 지지 지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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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투표에서 60%이상의 득표율로 서고동저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준 야누코비치 후보의 득표는 우크라이나 거주 러시아인들과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세바스토폴을 중심으로 한 크림반도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반면 야누코비치를 제외한 여타의 후보들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지역에서 많은 득표를 얻었다. 그러니까 야누코비치 35%와 공산당 후보인 표트르 시모넨코(Петр Симоненко, 57세) 3%득표를 제외한 득표의 전부는 반러시아 혹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성향의 표라는 점을 상기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기반하여 율랴 티모센코는 1차 투표 결과가 드러난 지난 1월 18일 자신은 60% 민주진영과 우크라이나를 사랑하는 국민의 지지를 얻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