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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만난 세상 이야기

예빠토리야에서 열린 소수민족문화축제

by 김형효 2010. 2. 25.

한복에 선글라스, 무슨 날이야?
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에서 열린 소수민족 문화축제
김형효 (tiger3029) 기자

 

 

  
▲ 한복을 입고 신명난 아이들 필자의 집에서 한복을 입고 63학교로 가는 길에 신명난 아이들 모습. 강아지도 처음 보는 한복이 신기한가?
ⓒ 김형효
한복을 입고 신명난 아이들

예빠토리야에 와서 맞이한 행사 중 가장 큰 행사를 치렀다. 사실 언어 소통이 제일 어려운 문제로 알고 왔다. 그런데 생활문화의 차이를 확인하면서 하루하루가 벅찬 느낌이다. 사실 평소처럼 수업을 진행하거나 평범한 만남에서는 이런 불편이 없다. 그것도 같은 동족인 고려인과의 소통이 너무나 어렵다.

 

참 멀고 먼 세월 너머에서 온 조상을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다. 나는 일상을 먼 조상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고려인을 대하자는 마음을 갖고 있다. 사실 너무나 다른 생활 문화가 벅차기 때문에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는 한 방편이다.

 

당초 김플로리다 바실리예브나와 많이 만나 이야기도 듣고 행사에 대한 회의에도 나갔지만,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필자의 관성으로는 세부적인 문제를 서로 협의를 해서 준비해야한다. 그런데 중간 생략처럼 일이 진행되고 말았다.

 

  
▲ 책과 조상의 나라 소개 이들이 소개할 나라가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제 제게 통일을 왜 못하느냐고 성화입니다. 어찌해야합니까? 이들도 갈라진 조상의 나라에 대해 불평을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참 많습니다.
ⓒ 김형효
책과 조상의 나라 소개

  
▲ 한복 예뻐요. 처음으로 한복을 입은 5살 리자는 오늘 너무 즐거워했습니다. "해가 떴습니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그는 오늘 동화책을 읽는 발표를 암송으로 잘도 해냈습니다. 박수 보내주세요.
ⓒ 김형효
한복 예뻐요.

하지만 다행스럽게 행사는 잘 진행되었다. 엄밀하게 필자의 활동영역은 아니지만, 당연하게 함께 하는 일로 참여했다. 그것도 한글학교 학생들이 주요참석자라서 그리고 한글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 경연에 나가기 때문에 참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23일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오후 5시 30분)부터 예빠토리야 63학교 콘서트홀에서 진행되었다. 생각보다 큰 이번행사에는 500여명의 관객과 행사 참가 학생과 선생님들까지 포함하면 700여명은 함께한 행사다. 지역의 텔레비전 방송과 신문사에서도 취재를 열심히 하였다.

 

  
▲ 예빠토리야 시장과 터키인 예빠토리야 시장에게 어젯밤 준비한 붓글씨를 선물로 전했다. "흑해의 아름다운 휴양도시 예파토리야"라고 썼다.
ⓒ 김형효
예빠토리야 시장

예빠토리야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 자랑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로비에 전시하고 자신들의 언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말하고 노래하는 종합 문화행사였다. 필자도 고려인 한글학교 학생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섞어가며 그들이 사는 곳에 대한 호의적인 표현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저는 예빠토리야를 사랑합니다. 아름다운 흑해의 휴양도시인 이곳 사람들의 평화로운 분위기도 사랑하고, 이곳의 자연환경도 사랑합니다. 마치 이곳은 작은 도시이지만, 큰 나라와 같이 느낍니다. 그리스인, 터키인, 따따르인, 고려인,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아르메니아인, 독일인 그 외의 많은 소수민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그렇습니다. 세계 모든 곳이 이렇게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 우리 예뻐요? 한글학교 학생들이 책과 조상의 나라를 소개하는 좁은 공간에서 즐겁다. 다른 민족의 아이들과 어른들의 관심을 끌어 더욱 즐거워한 듯하다. 한복은 인기만점이었다.
ⓒ 김형효
우리 예뻐요?

  
▲ 콘서트홀의 관객들 홀리 가득찼다. 로비에도 무대 뒤에도 관람객과 출연자들로 가득했다.
ⓒ 김형효
콘서트홀의 관객들

사실 그동안 이곳에서는 매년 이런 행사가 열렸으나 고려인들은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랑할 만한 전통 옷도 없었고, 말도 할 줄 모르고 노래도 할 줄 몰라서. 그런데 필자가 와서 몇 곡이지만 배운 동요를 부를 수 있게 되고 인사를 할 수 있게 되고 서툴지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 기쁜 하루였다. 장원급제한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아이들이 대견했지만, 필자 스스로도 자족감이 큰 하루였다. 

 

더구나 필자의 지인들이 보내준 한복 몇 벌은 이곳에서 살고 있는 고려인들에 눈물을 닦아준 격이 되었다. 필자의 아파트 인근에 있는 학교라서 필자의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거리에 나설 때부터 아이들이 신명나 하는 모습이 필자의 코끝을 시리게 했다.

 

아직 우리의 춤을 배우지 못했고 우리의 악기를 다룰 줄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 아직 남은 일 년 동안 사물놀이용 악기나 더 많은 한복을 구해서 그들이 집에 두고 언제든 우리의 민족전통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 아르메니아어 알파벳 처음보는 아르메니아 알파벳이다. 아르메니아어도 상형문자라고 한다. 아르메이나 선생님과는 오래전부터 인사를 나누었고 필자는 행사에 참석한 주요 참가자와 모든 소수민족 선생님들에게 붓글씨를 써서 선물로 전했다.
ⓒ 김형효
아르메니아어 알파벳

  
▲ 무대의 아이들 필자가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공연장면을 카메라에 담지못하고 마지막 전체 인사할 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 김형효
무대의 아이들

한복을 보내주신 필자의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카페 회원들 그리고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정말 고맙고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보내준 정성으로 가까이서 그들의 눈물이 닦이는 모습을 보고 제가 눈물겹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자랑스러웠습니다. 홀로 격한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오늘 행사가 끝나고 광주에서 무등 떡방앗간을 하는 친구가 보내준 떡국 떡으로 아이들에게 떡국을 끓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윷놀이를 하도록 했습니다. 이제 자신들끼리 어울려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달 몇 차례 알려주었더니 이제 스스로 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너무 즐겁습니다. 이번 보름날에도 함께 어울려서 윷놀이를 할 생각입니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그들이 밝아지고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모두 행복한 날 되십시오. 

 

  
▲ 행사를 마치고 집에서 떡국을 먹은 후 행사를 마친 후 필자의 집으로 초대해 떡국을 끓여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느낄 수 있다. 부모님들에게 전하라고 한국에서 보내온 막대커피를 두개씩 손에 쥐어주었다.
ⓒ 김형효
행사를 마치고 집에서 떡국을 먹은 후

덧붙이는 글 | 어디에 얼마나 사는지 알지도 못하던 낯선 땅 동포들에 대해 관심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