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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시] 빛고을 오월 사람들이 꽃이 되어 피었네

by 김형효 2010. 5. 18.

 

기도하는 마음으로 맞은 오월 30주년

 

아무런 이야기 없이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도 지은 죄가 많은 것처럼 하루하루가 간다. 나라에서 전해오는 소식들이 불순하고 불온한 이야기가 많이 섞여 있어 가슴이 아파온다. 하지만 지금 내 자리에서 해야할 일을 잘 해야한다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며 다시 찾아온 오월을 생각한다.

 

낯선 나라의 늦은 밤 그리고 새벽이 밝아와도 잠을 이루지 못하지만 어찌 상주가 잠못 이루는 것을 탓하랴, 우리는 이 시대의 상주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시대가 앓고 있고 시대가 죽고 있다는 생각이다. 나라의 사람들이 죽은 시대의 상주가 되지말고 시대를 살려 시대의 주인이 되었으면 한다.

 

시대를 살리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선거에서 투표를 하고 대의가 바르게 반영되도록 하는 일일텐데, 내 한 표의 행방을 찾을 길이 없다. 재외국민에게 찾아주려는 투표권이 해외봉사단원에게는 무의미한 것이 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 투표권을 행사하는가? 나중에 파견되는 해외봉사단원들에게는 소중한 한 표가 잘 행사되도록 했으면 좋겠다.

 

특정한 계절로서의 찬사를 다 받는 오월이 왔다. 그러나 우리에게 오월은 검은 리본을 달아야 하는 그런 계절이 되어버렸다. 가슴 아픈 일이다. 나라의 형제들이 나라의 온전한 주인이 되어 통일도 이루고 민주적 대의도 이루기를 간절히 소원해본다. 그리고 모두가 상주인 오월의 주인으로서 상주의 변같은 시를 쓴다.

 

 

 

  
▲ 오월의 장미 흐트러진 시대처럼 흐트러진 오월의 붉은 장미. 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도 좋은 그런 오월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본다.
ⓒ 김형효
오월의 장미

  
▲ 눈물 맺힌 흰 장미 눈물 맺힌 오월의 장미......, 순백의 흰 장미가 슬픔이 아니기를......, 간절한 소원같은 흰 장미를 보며 기도해본다.
ⓒ 김형효
눈물 맺힌 흰 장미

빛고을 오월 사람들이 꽃이 되어 피었네

 

화려한 수사의 계절 오월

사람들은 오월을

가정의 달이라고도

장미의 계절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는 이 아침에 길을 나서며

조용히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답니다.

 

그렇게 나선 거리에 어둠이 내리면

우리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벙어리가 된 가슴으로

검은 시대의 그림자에 눈치를 보며

검은 리본을 달고 술잔 뒤로 숨어듭니다.

숨어들고 있습니다.

자본의 꽁무니로 숨어들고

권력의 그림자 좇아 숨어들고 있습니다.

 

추억 속에 오월은 화려한 꽃이 피는 계절

오늘은 오월의 가장 화려한 꽃날입니다.

검은 리본을 달아야 하는 오월은 춥습니다.

이제 오월은 가혹한 계절

숨을 곳도 없는 사람들이

숨을 곳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자포자기한 것처럼 오월은 춥습니다.

 

장미의 계절 오월 오늘은

사람들이 그 어떤 순백의 장미보다도

순결한 꽃이 되어 피어난 날입니다.

오늘 검은 리본을 단 사람들이어

그대들도 오늘 또한 꽃이 되어 피소서.

 

빛고을 80년 오월 오늘은

사람들이 꽃이 되어 피었습니다.

지상의 꽃 피는 그 어떤 선홍빛 장미보다도

붉고 붉은 피로 빛고을을 물들이며

사람들이 오월의 꽃이 되어 피어난 날입니다.

 

그 찬란하고 눈부신 아픔을 보고

오월의 신부는 새하얀 옷을 입고

붉은 꽃나비가 되어 무등을 날아올랐습니다.

그렇게 훠얼 훨 날아올랐습니다.

 

다시 신부의 기도는

오월의 순결을 기다립니다.

오월의 신부는 오월의 꽃을 그리워합니다.

다시 찬란한 계절 오월이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오월에는

사람들이 더욱 그립고 아름답습니다.

 

다시 오월이

사람들에 의해 가정의 달이라

장미의 계절이라 불려져도 좋은

그런 날이 되어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