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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네팔인들이 추구하는 신의 끝에는 사람이 있었다

by 김형효 2012. 12. 29.

염라대왕과 여동생이 만나는 네팔 티하르 축제

 

지금 네팔은 축제 중이다.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네팔인들도 마찬가지다. 티하르의 역사는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한 고대 네팔 네와리족의 역사와 함께한다.
이날은 네와리족의 새해가 시작된다. 기자는 그 동안 아홉 차례 방문한 네팔에서 처음으로 더사인과 티하르 축제를 경험한다. 더사인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수요일부터 시작된 네팔의 티하르 축제는 이번 주 금요일에 끝난다.

티하르의 시작은 새를 향한 축원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튿날은 개, 셋째 날은 암소, 넷째 날은 황소 마지막 날은 사람과 사람간의 축원으로 끝난다. 공통적으로 모든 대상에게 꽃을 바친다.

셋째 날인 어제는 오전에 암소에 대한 축원을 하고 오후에는 럭스미(풍요의 여신)신에게 뿌자(기원)을 하는 것으로 끝났다. 어제는 네팔의 거리 어디를 가도 꽃과 뿌자(기원)에 사용하는 용품들이 넘쳐났다. 마지막 날은 언니와 동생, 형과 아우가 서로를 축원하고 답례로 선물이나 작은 금액이라도 용돈을 주는 풍습을 지키고 있다.

고대 카트만두의 주인이었던 네와리족의들의 새해를가 시작되었다.


 

돈(풍요의 상징 럭스미 신)의 신을 집으로 모시는 의식을 하는 네팔 사람들



이 행사는 기원은 네팔력으로 2068년 7월 7일에 시작된다. 네팔은 2개의 달력이 존재한다. 하나의 달력은 오늘 27일이 2068년 7월 10일이다. 네팔 삼밧드(nepal sambat)로는 1131년이 된다.
네팔삼밧드는 한 네와리족의 지도자가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네팔력인 2068년이 된 달력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네팔인들에게 필요한 새 달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한다. 이후 네팔삼밧드는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행사의 마지막 날 사람에게 기원을 하는 이유는 하늘에서 지상의 여동생을 만나러온 염라대왕을 향해 여동생이 축원을 빌어준 것에서 유례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염라대왕번쩍(염라대왕과 다섯가지 인연)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 주요한 대상이 하늘의 새(까마귀), 개, 소, 황소, 그리고 그의 여동생인 사람의 상징물들이라 한다. 티하르에 대한 네팔 사람들의 정성은 지상과 우주 만물 그 어디에도 미치는 것처럼 여겨졌다.

아는 것 없이 처음으로 네팔에 온 사람처럼 그 동안 들었던 기억은 사라졌다. 처음 경험하는 네팔의 축제는 낯설고 경이로웠다. 그런데 때때로 우리의 전통과 많이 닮아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도 있었다.
그것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제사를 지낼 때 사방에 신을 모시듯 이 곳 저 곳 집안의 여러 장소에 제사상을 차리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들이 문밖에서 신을 모시기 위해 쌀과 잡곡으로 무늬를 만들고 집안으로 신을 모시는 정성은 원시적이지만, 인간의 기원과 근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것만 같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잊고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은 아닐까?

기자의 집이 있는 인도대사관과 영국대사관 인근에 작은 가게들에도 미처 축제 준비를 다 못한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기자는 막 결혼한 네팔의 한 텔레비전 방송사 기자인 아내와 함께 집에서 기원의식을 마쳤다. 기원을 하는 아내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노래하였다. 그것은 힌두 성자의 암송과도 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비살바자르라는 카트만두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적 개념의 슈퍼마켓을 찾았다.

네팔의 주요 현대식 마켓인 시티센터에도 불야성을 이룬 장식이 눈길을 끈다.


 

네팔의 한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티하르 축제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사실 하나의 마켓이라기보다는 복합 상점이라 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그곳은 1층에 보석상점들이 모여 있고 2층에는 각종 의류상과 시계, 공산품 등의 상점들이 입점해 있었다.
상그릴라의 땅, 네팔에서의 연재가 끝나지 않은 틈에 주요한 축제 소식을 전하지 않을 수 없어 기사를 작성하는 내게는 또 다른 축복을 받는 느낌으로 다가온 축제다.

전혀 무관한 종교적 전통과 다른 교육을 받고 살아온 이방인들에게는 매우 큰 관심을 일으킬만한 행사에 다름없다. 남대문 시장이나 동대문 시장 같은 곳에는 수많은 장식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작은 골목이나 집집마다 그런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실 비살바자르에는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넘쳐났다. 이른 저녁에 기원을 마친 사람들이 풍요를 상징하는 럭스미 신에게 기원을 빌고 있었다. 비살바자르 금은방 등에서 장식한 각종 풍요의 상징물들은 가족나들이 나온 사람들에게 가족사진을 찍는 좋은 배경이 되어 주기도 했다.

아직 축제는 끝나지 않았고 저녁시간이면 정전이 빈번한 카트만두에서도 불야성을 이룬 야경을 볼 수 있다.
축제의 의미와 내용을 살피면 결국 이들이 추구하는 신의 끝에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신비를 본 사람처럼 반갑다. 신을 향한 기원이 원시적이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람과 연결되는 점에 의아심을 가졌다. 그런데 결국 그 신은 사람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한 대상이었다. 먼저 눈앞에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자는 내 뜻과도 통하는 듯싶어 개인적으로도 기쁘다.

모든 사람에게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