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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동지여! 날 불쌍히 여기소서!

by 김형효 2008. 9. 11.

불안한 날, 밤도 낮도 어둠이 짙다.

 

김형효

 

날마다 무섭다.

날마다 분노하는 내가 무섭다.

날마다 평화롭게 촛불을 들고 거리를 걷고 싶다.

날마다 촛불을 들고 거리를 갈 때 촛불을 겁박하는 바람도 평화다.

 

무섭다.

무서운 것은 풍전등화가 아니다.

대통령이 쥐처럼 보이는 것이 무섭다.

사람인 내가 사람이 신이라고 하는 내가

한 나라에 대통령이 쥐로 보이고 그 내각이 쥐떼처럼 보이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응징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내가 무섭다.

 

날마다 무섭다.

매 시간마다 포털에 올라오는 쥐떼들 관련기사만 보면

내가 쥐가 된 것처럼 아니 쥐를 본 고양이처럼 그들을 물고 싶어 무섭다.

급기야 그들을 물고 죽이고 먹어치워버리는 꿈을 꾼다.

나는 급기야 악마가 되어간다.

나의 이 두려움은 누가 제어할 수 있는 무서움이란 말인가?

 

무섭다.

불안하다.

저들이 언제 날 잡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청하려다 일어났다.

재수없이 내일의 운세를 보았다.

무서운 운세다.

2008년 9월 11일 나의 운세는 송사가 있을 것이다.

내일 출근을 해야하나.

아니면 수원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이는 화성을 올라가볼까?

하루 눈 딱감고 그 두려움을 피해볼까?

 

무서움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포털에 그동안 올렸던 쥐떼들에 대한 댓글을 지우다가 멈췄다.

나와 같은 들고양이들이 올려놓은 글이나 내 글이나 다 오십보 백보다.

안심하게 된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 무섭고 모레가 무섭고

그 다음날이 무섭다.

 

나의 악마처럼 강해지는 공격성이 무섭다.

아름다운 꽃같은 시를 써보고 싶다.

저 악랄한 쥐떼들을 다 물어 죽이고 먹어치우고

어쩌랴!

이 두려움에 떨며 악랄해지는 나를,

나의 하루를,

나의 불안한 밤, 밝은 낮도 어둠 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