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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가덕만도(可德滿都:카트만두)를 향해 가는 길

by 김형효 2011. 6. 6.

저는 지금 '신성의 나라' 네팔로 가는 길입니다

 

홍콩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오늘(26일) 새벽 바쁜 인사에 마치 조국으로부터 추방이라도 당하는 사람처럼 바쁘게 출국 길에 올랐다. 새벽 5시부터 서두른 걸음에 지금은 홍콩 공항에서 인터넷에 접속을 한 것이다. 아침 밥 먹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바쁜 걸음이었다. 모두의 안녕을 빌면서 히말의 신비를 품은 네팔 사람들의 삶 속에서 향기 나는 사람으로 자라고 싶은 소망을 안고 한자어로 가덕만도(可德滿都:카트만두)를 향해 가는 길이다. 

공항 대합실의 낭만과 여유도 없이 떠나온 인천공항이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 몇 시간 동안 뒤늦게 감상에 잠긴다. 2009년부터 2011년 3월 4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지내는 동안 격려해주시던 분들을 떠올린다. 떠나고 떠나오는 길에서 반겨 웃던 사람들, 반가운 술잔을 기울이며 격려해주시던 눈빛들을 떠올리면 눈시울도 붉다. 그러니 내 꿈은 아직도 청춘이고 소년적 감상을 허락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것이겠지 생각도 한다.

 

 

수원 인근에서 일하는 네팔인 노동자다. 소주에다 콜라를 섞어 마시며 슬픔을 달래다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팔 노동자의 상처를 보며 눈물이 맺혔습니다. 멍든 엄지 손가락으로 일을 하고 퇴근 한 다음 네팔레스토랑에 와서 하소도 없이...그를 달래줄 사람은 우리가 아닐까요?

엉엉 울 것만 같은 그리움을 두고 떠나고 떠나는 기자의 걸음은 가볍다. 그렇게 활기찬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리움은 남기고 떠나면서도 행복에 겹다. 가족이 해체되고 돈독한 우의를 다지는 단위가 협소해지거나 줄어가는 물질만능, 매스미디어 만능의 시대에도 난 곁다리를 붙잡듯이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는다. 그리고 그 붙잡은 마음의 호수안에서 유영하고 싶다.

3년만에 다시 찾는 네팔을 생각하며 어찌 회포를 풀어야하나 고민도 하였다. 넘치는 정을 주고받았던 형제 같은 사람들도 있고 같은 이상을 품은 사람도 있다. 어린 학생들과 아이들의 성장도 볼 것이다. 태어나지 않았던 친구의 아들, 딸과도 만날 것이다. 그들을 위한 나의 선물이 빈약하나 내가 그들을 향해 눈 뜨고 있는 큰마음을 언젠가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들 속으로 향한다. 

바쁜 걸음으로 인사를 다니던 중 대전의 지인이 안내해주신 송시열 선생 유적지. 낯선 나라에서는 모든 것을 그리워하게 된다. 우리의 유적을 소개할 때 유익하리라.

알아주지 못해도 알아내지 못해도 이상은 빛나고 내가 누군가의 속내에 비춰지지 않아도 스스로 정갈한 마음을 갖는다면 그 마음자리는 빛을 밝히리라. 

네팔의 수도가 한자어로는 가덕만도(可德滿都)로 표기되는 것을 아시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 가덕만도를 향해 가는 길에 그 말뜻을 한사코 새겨보면서 나의 지인들과 사랑을 품고 사는 모든 분들이 공유하시길 바란다.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가덕만인(可德滿人)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