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24)
네팔의 영혼은 히말과 같은 것이다. 네팔 사람들이 느린 시간 속으로 걸음을 옮겨 딛고 있다. 그들의 느린 걸음은 히말이 그들을 품었듯이 그들도 히말을 품었기 때문이다. 히말을 걸어보면 알 것이다. 기자는 히말을 다섯 차례 걸었다. 그때마다 신령스러운 마음으로 스스로를 보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장문의 반성문을 써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졌다.
히말에만 머물지 않고 있는 비케이의 그림이다. 그는 룸비니 인근태생으로 석가모니 탄생지와 가까운데 석가모니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도 알고 있다. 비케이가 그린 사가르마타(그림 가운데 에베레스트)다. 그와 지난 2008년 사가르마타 베이스캠프를 함께 올랐다. 히말을 주로 그렸던 그는 학생 때 이미 러시아에 작품을 보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히말라야가 살리는 화가다. 당시만 해도 엽서를 보고 그린 그림이다보니 스케일도 색다른 이미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자는 그의 그림을 보고 만나면서 그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가 테어난 곳은 네팔에 또 다른 신성인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 인근 태생이다.15세 즈음에 카트만두에 와서 간판집에서 일하며 예술가로서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것은 네팔의 간판집이 가게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리는 독특한 간판을 선보이는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그가 그림을 그려 간판을 만들었는데 돈이 되는 것을 보고 독립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3년 후에는 자신의 여동생을 네팔 예술대학에 입학시키고 자신은 누구보다도 히말라야를 잘 그리는 화가가 된 것이다. 기자는 2006년 네팔의 현대미술전을 한국 서울에서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네팔의 명망 있는 화가 10명과 학생 비케이의 그림을 전시했다. 기자의 지인에 도움으로 화가 비케이를 한국에 초청해서 한국의 작가와 한국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비케이는 한국에서 한 달을 머물렀다. 이후 그의 그림이 놀라울만큼 변화된 사실은 네팔 화단이 인정하고 있다. 한국은 그에게 기적처럼 많은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집에서도 수저를 사용하고 한국 상점을 이용하는 단골이 되었으며, 무김치를 담근다고 생무에 소금을 절여두고는 익혀서 먹기도 한다. 기자와 아는 한국의 상사주재원이며 네팔의 챠밀리아라는 곳에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와 있는 권영호(62세)선생은 그 사실을 듣고 그에게 김치를 자주 가져다주기도 한다. 모두가 팀웤을 이루어 한국을 알리기도 하지만, 그저 한국을 즐겁게 받아들여주는 한 외국인 화가를 보는 마음이 참 즐겁다. 그는 지난 2009년 같은 예술대학교에 다니며 사귄 빠루(Paru, 27세)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다. 네팔에 아직도 상존하는 카스트 때문에 결혼하는 데 장벽이 있었다. 기자는 양가를 오가며 두 사람의 결혼은 축복받을만하다고 부모를 설득했다. 네팔의 먼줄(Manjul, 62세)시인도 두 사람의 결혼을 위해 부모를 설득한 사람 중에 하나다. 비케이가 결혼했다. 그는 대학생활 5년여 그리고 졸업 후 그가 원하던 빠루와 어렵게 결혼에 성공했다. 둘의 옥신각신 그림에 대한 열정이 사랑으로 피어나고 있다. 화가 빠루의 그림이다. 그는 비케이와 투쟁하듯 어려운 연애를 했고 양가 부모의 반대를 이겨냈다. 지금은 모두의 사랑을 받는 부부가 되었다. 아무튼 그들이 화가로서 서로를 격려하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곁에서 보는 마음이 기쁘다. 이방인이지만, 그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격려하고 채찍질을 하기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히말이 네팔인들을 품은 것처럼 신령스런 사랑으로 서로를 품은 것처럼 느껴진다.두 사람이 너무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 인연이 분명하다. 채식주의자인 부인과 술과 고기를 모두 좋아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화가 비케이가 부러울 정도로 깊은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기자는 화가 비케이와 세 차례 히말을 올랐고 네팔관광청 초청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비케이의 그림과 기자의 사진전이다. 이제 머지않은 장래에 그들 부부가 한국에서 전시회를 갖기를 희망하고 그들을 도울 생각이다. 그리고 함께 화성의 언덕빼기에 앉아서 스케치북을 펼치고 이젤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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