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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32)

by 김형효 2011. 10. 10.

 

네팔화가, 가을과 함께 수원에 온다

 

기자는 그동안 수많은 네팔화가들과 알고 지내왔다. 그러다보니 직접 만난 적이 없는 화가들이 페이스북에 친구신청을 해오거나 사적으로 연락을 취해오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는 네 차례 네팔화가들의 전시회를 열었다.

수원에서도 한 차례 전시회를 열었는데 지난 2008년의 일이다. 수원의 지인들이 돕고 코레일 수도권 남부지사에서 도움을 주어 수원역 대합실에서 '사진으로 보는 네팔, 그림으로 보는 네팔전'을 연 것이다. 당시 전시회에는 주한네팔대사와 영사도 찾아주었다. 더구나 수원 인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수원역을 찾았다.

기자는 한 화가를 통해 수원으로 초대된 화가를 만났다. 그녀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으며 네팔화가들 행사에서 만난 적이 있는 여성화가였다. 서르겅가(Saruganga, 31세)씨는 카트만두에서 태어나 네팔국립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방글라데시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화가다. 그녀가 공부할 때 네팔에는 아직 석사과정이 개설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일찍이 유학을 하고 지금은 고국의 예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마도 수재였던 듯하다.

천드라 쉬레스타와 서르겅가가 기자의 방에서 소박한 밥상머리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다. 사진 왼쪽이 천드라 오른쪽은 서르겅가다.
화가 서르겅가의 판화다. 그가 가고자 하는 발길, 그가 가는 발걸음마다 사색이 깊은 듯하다.

그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예술가들을 존경하며 바라보는 한 사람으로 그녀를 취재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더구나 수원시를 찾아 수원시민에게 선보일 그녀의 그림에 대해 먼저 수원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다. 시민기자로서 당연한 의무로 생각되기도 했다.

2008년 수원역 전시회에 그림을 선보인 바 있는 천드라 쉬레스타(화가, 37세)는 그녀의 선배화가다. 천드라 쉬레스타와 서르겅가가 기자의 네팔집을 찾아왔다. 사전 약속된 바 있어 기자는 카트만두 기차포카리라는 시장에 가서 미리 삼겹살을 사다놓고 기다렸다. 미리 가보는 한국이라며 음식을 대접할 계획이었다.

특히 천드라 쉬레스타는 한국음식을 좋아하기도 한다. 집에 도착할 시간에 맞춰 상추를 씻고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곧 두 화가가 도착했다. 화성행궁 인근에서 초대되었다는 정보 이외에 정확한 정보를 알기가 어려웠다. 차차 알기로 하고 식사를 하였다.

 

지금 네팔에서는 한국 문화전반에 그리고 음식에 대한 관심도 깊다. 더구나 곧 한국에 갈 화가도 흥미가 더 했다. 기자는 행궁 인근과 수원 그리고 화성에 대해 설명하였다. 기자의 방은 작은 브리핑 룸이 되었다. 평소에도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에 대한 동영상 자료를 소장하고 다니는 덕분으로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지금도 걷고 있다 사색이 있는 길을 그리고 살아있는 공간마다에서...
서르겅가가 자신의 집을 찾았을 때,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얼굴을 중심 이미지로 두고 네팔사람들이 혹은 힌두 신자들이 기원하는 모습을 담았다.

행궁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초대된 것으로 이해했다. 나중에 그녀의 작업실을 찾았다. 화가의 집 옥상에 있는 그녀의 작업실은 작고 아담했다. 알뜰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 작업실 한쪽 편에는 판화를 찍는 기계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어수선한 실내 이 곳 저 곳에 작업한 흔적들이 보기 싫지 않는 체취를 느끼게 했다. 특히 스케치한 이미지들이 나뒹구는 모습은 마치 화가가 부여한 생명을 가진 영혼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주었다.

함께 차를 마시며 그녀가 언제부터 그림을 시작한 것인지 묻고 입을 닫았다. 사실 인터뷰라는 것이 너무 도식적인가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림을 시작한지 13년여가 지났고 지금은 예술가로서 대학교수로서 활동하는 그녀에 현실 이외에 무엇이 더 중요할까 싶어서였다. 질문을 더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네팔 화단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다시 수원에 대해 소개했다. 반드시 화성을 올라볼 것을 권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녀는 오는 9월 27일경 또 다른 네팔화가 한 명과 수원을 찾는다. 수원시민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나를 알리는 것은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타인의 인식에 의해서 더욱 선명해지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나를 보고 우리를 보는 것 그리고 초대된 손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우리 스스로의 길을 넓히는 일이다. 수원을 알리고 화성을 인식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자산을 키우는 일이다.

 

가난한 나라의 풍요로운 서정을 안고 오는 화가들을 환영해주시길 기대하며 선명하고 창조적인 그녀의 판화를 감상하실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