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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부처의 나라 네팔 히말라야는 신의 축복

by 김형효 2011. 10. 10.

 

 상그릴라(SHANG RI-LA)의 땅, 네팔에서

 

나가라곳에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새벽 4시쯤 잠에서 깨어났다.

어린 날 학교에서 소풍가는 날 아침의 기억과 비교해도 될까? 일행도 기자도 뒤척이고 있었다. 서로 날이 밝기를 바라며 찬란한 히말의 모습을 기대한 것이리라. 기다리다 기다리다 5시가 넘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길을 연다. 침대 위에서 뒤척이며 주고받는 이야기가 고향집 찾아온 친구들과 건넌방에서 도란거리는 늦은 밤 같다.

간단하게 고양이 세수를 하고 빼꼼이 창문 커튼을 제쳐본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았다. 어둠에 불안한 마음도 든다. 5시 40분이 지나 함께 채비를 갖추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기대만 만발하다. 서서히 히말이 열리기라도 할 것처럼 1920미터 발아래 골짝에 그리고 산등성이 민가에서 하나 둘 전등이 밝혀진다. 그리고 하늘도 문을 열듯이 밝아진다.

1920미터 발아래 수많은 계곡에서 구름이 피어오르고 하늘도 어둠을 거둬내고 있다.
하늘이 열렸다. 깊은 계곡에 구름도 벌떡 일어난 구름의 일생을 가는 것만 같다. 구름강이 흐르고 있다.

산등성이 넘어 하늘 너머까지 산꼭대기 구름이 걸려있다. 전날 거칠게 몰아친 소낙비에 기대가 만발인 것이다. 구름이 계곡 깊이 잠든 날 아침이면 히말을 보는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하늘 한쪽이 열리기 시작했고, 계곡에 잠들어있던 구름도 잠에서 깬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히말을 보는 데는 해와 비구름의 조화와 견제가 실랑이 벌이듯 한다.

해의 힘을 따라 계곡의 구름을 불러내는 하늘, 비구름이 강한 다음 날에는 해가 거칠게 불러대도 선잠에 든 아이처럼 밍그적 거리며 깨어난다. 이처럼 계곡 안의 구름이 더디게 깨어날 때는 히말을 보기 좋은 날이다. 이는 대부분의 여름날에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해와 비구름의 실랑이다.

그래서 몬순(장마철)기후인 6월에서 8월에는 네팔관광을 피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그 끄트머리에 절정의 구름강과 어우러진 히말을 보는 행운을 누렸다.

구름이 계곡을 빠져 나오고 하늘에 해의 빛살이 히말을 넘쳐 흐르고 있다.
나가라곳을 떠나 길을 재촉했다. 산길을 벗어나자 학교가던 아이들이 학교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맑고 밝다.

날이 밝아오며 서서히 히말이 열렸다. 그리고 곧 그 뒤를 따라 거친 힘을 보여준 해의 힘에 서서히 잠에서 깬 구름이 1920미터인 나가라곳 아래의 수많은 계곡에서 꽃이 피어나듯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출렁이는 파도처럼 혹은 강물처럼 구름 강은 물결을 일으키며 피어올랐다.

더구나 히말의 줄기가 하늘과의 경계를 이루고 그 자태를 드러냄과 동시에 일어난 현상이다. 그리고 히말을 보려던 염원을 이룬 후라 나중에는 구름 강에 출렁이는 구름 물결에 넋을 잃고 황홀경에 취했다. 기자는 이미 세 차례의 나가라곳에서 보지 못한 소원이라도 풀어낸 기분이 들었다. 또 첫 산행에서 여행 둘째 날에 황홀한 자태를 본 일행은 이번 여행은 목적을 다 이룬 사람처럼 행복해했다. 그것은 기자도 마찬가지 기쁨이었다.

네팔, 그리고 세계 4대 성자인 부처의 나라에 있는 히말라야는 분명한 신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