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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을 걸쳐 입었다던 선사가 쓸쓸히 백사장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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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왓장이 옹골차게 들어찬 집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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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힌 선사가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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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뜰의 무게에 짓눌린 선사가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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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의 가슴에 얹어진 자본의 무게가 선사를 놀라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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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가 짓이겨져 나풀거리자 선사는 빙그레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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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바윗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집 앞 바닷가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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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의 백팔번뇌를 바라보며 바다의 줄기들을 잡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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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는 오늘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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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뜰로 쏟아져 내린 지나온 세기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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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찬란한 햇살이 너무나 거추장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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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의 무게를 더해 선사를 지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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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께서는 눈물 한 방울로 신안과 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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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앞바다를 건너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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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려 바다의 등줄기를 쓸어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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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찬란한 저녁노을이 내리는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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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의 금빛다리가 서해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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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를 놓치지 않고 선사는 금빛 다리를 타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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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선사의 집에 초의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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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의 집보다 몇 배 커다란 근심만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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