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바람이 낯선 나라에서 도시를 걷는 나그네 발걸음을 재촉하는 날이다. 1년 8개월전 이곳에 자리잡은 황금난, 천안나 단원이 끄라노페레꼽스크 생활을 4개월 남겨둔 채 그 결실과도 같은 수업교구 마련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시범수업을 가졌다. 두 사람의 활동에 만족해하는 유치원 원장과 관계자들, 그리고 3학교 교장과 교감 선생님들의 인사가 낯선 초행의 봉사자 어깨에 힘을 실어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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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이카 왼쪽은 황금난 단원, 가운데 현지 어린이, 오른쪽에 천안나 단원이다. 두 단원이 처음 우크라이나에 도착해서 현지연수를 받을 당시 모습이다. 낯선 나라에 와서 생활한 지 1년 8개월이다. 그들의 아름다운 일상의 삶이 미래를 밝히는 맑고 밝은 빛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
ⓒ 황금난 단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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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주 10일과 11일 양일간 끄라스노페레꼽스크에서 활동 중인 황금난(27세, KOICA, 유아교육), 천안나(27세, KOICA, 미술) 단원의 초청을 받아 필자가 사는 예빠토리야에서 버스를 타고 두 행사 모두 참관하고 돌아왔다. 끄라스노페레꼽스크는 우크라이나 남부 그러니까 수도 키예프에서 6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전형적인 농촌 인근 도시로 고려인들도 많이 사는 지역이다. 필자가 사는 예빠토리야에서는 2시간 30분이 걸린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08년 6월 한국에서 봄을 지내고 우크라이나의 봄을 열며 활동을 시작한 황금난, 천안나 두 봉사단원이 1년 8개월간의 결실을 보여주는 프로젝트 현장사업이었다. 두 봉사단원이 활동하는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인구는 약 3만을 웃돈다. 먼저 10일에는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시청 소속 4번 '금붕어'라는 이름을 가진 유치원에서 열린 행사를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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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유치원생들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시청 소속 4번 유치원 '금붕어'에서 만난 아이들의 맑고 밝은 모습......,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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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유치원생들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시청 소속 4번 '금붕어' 유치원생들이 공연 준비를 마친 후 대기중이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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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황금난(27세, KOICA, 유아교육) 단원이 활동하는 기관으로 작은 도시 규모와 다르게 유치원 규모는 매우 큰 편이었다. 어림잡아 보아도 원생들 수가 2~300여명 이상으로 보였다. 실내 시설도 비교적 좋은 편이었고 아이들이 낮에 잘 수 있는 침실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로 유치원 경내가 마치 정원 같은 느낌을 주었다. 부러운 광경이다. 숲 속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유치원 말이다.
행사는 오전 10시 30분 시작되었다. 행사 시작 직전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시장 블라지미르 필립포비치(Владимир Филиппович)와 교육부서 나제즤다 알렉산드로브나(Надежда Александровна)가 도착했다. 곧이어 유치원 원장인 갈리나 니꼴라예브나(Галина Николаевна), 원감 류드밀라 빅타라브나(Людмила Викторовна)의 안내로 코이카 우크라이나 사무소의 백선현 행정원을 비롯한 크림지역에서 온 코이카단원들이 서로 상견례를 가졌다. 이번 행사에 협조해주신 고려인 내외분 뱌체슬라브 미하일로비치(Вячеслав Михаилович) 울리아나 바리사브나(Ульана Барисовна)도 함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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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시장과 참석자들 흰 머리에 턱을 괜 남성이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시장이다. 그 곁에는 유크라이나 관련 공무원들 그 뒤와 왼쪽 끝에 코이카 단원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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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이카 단원들과 우크라이나 유치원생들 코이카 단원들과 우크라이나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유치원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였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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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격식을 차리는 불편 없이 곧바로 아이들의 준비된 공연이 이어졌다. 앙증맞고 귀엽고 깜찍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아이들의 맑고 밝은 웃음만으로도 행사는 성공적이라 할 만 했다. 공연에 이어 황금난 단원이 준비한 시범수업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코이카에서 물품을 지원한 교구들을 활용한 체육수업이었다. 아이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진지하여 보는 사람들 눈빛을 빛나게 했던 이번 시범 수업은 피교육자들이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성의에 가득 차 있다는 것으로 이미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도우려는 데 반응이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번 시범 수업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이들의 자발성이 앞서는 모습으로 그 동안 단원이 성의 있는 수업을 진행해왔음을 엿볼 수 있었다. 유치원의 해맑은 아이들, 그들이 주인인 유치원에서 그들이 손님을 맞으며 즐거워하고 맑고 밝게 웃는 모습은 참관자 마음을 즐겁게 했다. 행사가 끝나고 시설물을 둘러보는 데 공연했던 아이가 곧 낯이 익다는 인사로 내게 안겨온다. 나그네의 눈가에 웃음이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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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학교 미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천안나 단원이 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장면이다. 학생들의 모습이 진지하고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 있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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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에는 끄라스노페레꼽스크 시청 소속 3번 학교에서 오전 11시30분에 시작되었다. 이날 행사에도 전날 참석한 이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먼저 한 학생의 미술 시연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정말 새롭고 돋보이는 것은 식순이 생략된 채 진행된 점이었다. 본론부터 보여주고 식순은 뒷정리 시간에 가졌다. 아이들 시연과 공연이 끝난 후 아이들 소개로 어른들이 등장하여 공연이 펼쳐진 자리에서 아주 간단한 인사로 행사를 마쳤다.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은 모두 돌아가고 참석자들은 교실 시설물들을 둘러보았다.
행사를 마친 어른들은 정해진 장소에서 다과를 겸한 위스키와 샴페인을 터트리며 그동안의 단원의 노고와 코이카 봉사활동에 대한 담소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향후에 대한 기대감과 시범 수업이후의 성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11일 천안나 단원의 3번 학교에서는 미술교육이라는 특성상 시연을 중심으로 하고 미리서 꾸며놓은 것들을 보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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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학교 미술 시연 천안나 단원이 활동 중인 3학교에 시범 수업으로 미술 시연이 진행중이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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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틀간의 행사를 준비한 어른들도 그런 뜻에 맞게 어른들의 격식의 잡다함이 없이 행사를 잘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한 최소한의 것을 하였다. 그럼으로서 아이들에 대한 예의를 잘 지킨 것이다. 간단한 인사와 코이카에 대한 감사장 그리고 두 단원에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만이 복잡한 의식의 전부였다.
필자는 이날 이틀간의 참관이 끝나고 부담없이 위스키 잔을 비웠다. 귀여운 교감?이라는 별칭으로 불러도 좋을 격의없는 교감선생님 덕분에 짧은 음주가무의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쑥대머리를 한 소절 부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곧이어 코이카 백선현 행정원, 교장인 갈리나 아나똘리예브나(Галина Анатольевна), 교감 마리야 바실니나(Мария Василньна) 등도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며 친교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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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학교 게시판을 배경으로 천안나 단원이 일하고 있는 기관인 제3학교 천안나 단원이 수업하고 있는 교실이다. 붓글씨는 행사전날 필자가 써준 선물이다. 왼쪽부터 황금난, 고려인 뱌체슬라브 미하일로비치(Вячеслав Михаилович), 천안나, 장꼬이 단원 오광선(농업), 백광현(농업)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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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자를 돕는 고려인 부부 고려인 내외분 남편 뱌체슬라브 미하일로비치(Вячеслав Михаилович) 부인 울리아나 바리사브나(Ульана Барисовна)부부는 52세 부부로 해외봉사단원들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양일간의 행사가 끝나고 저녁 식사 초대를 해와 푸근한 밥상을 차려주었다.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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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우크라이나인들 속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일원인 고려인들이 사는 땅 우크라이나 끄라스노페레꼽스크다. 그리고 인근 지역에 고려인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 와서 놀랄 정도로 고려인들의 주거지가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도 지역 정체성이 뚜렷한 크림지역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끄라스노페레꼽스크와 인근의 장꼬이, 심페로폴, 악짜브리스카야 등지에도 많은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의 고려인들은 농사를 지으며 생활 기반을 닦아왔고 지금도 커다란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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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스노페레꼽스크 시장으로 부터 감사의 선물을 전달 받고 있는 황금난(27세,유아교육) 코이카 단원. |
ⓒ 김형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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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젊음을 마주하고 돌아오면서 버스 창밖으로 광활한 평원을 보았다. 허허벌판이 아니다. 광야지만 곡식을 심는 곳이기 때문에 그저 허허벌판이라 수식하기에는 왠지 모를 어색함이 느껴진다. 더구나 그 낯선 광야와도 같은 우크라이나의 작은 시골 도시에서 만난 이국땅의 내 민족의 피가 흐르는 고려인들을 만나면 곧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와 상관없이 젊은 청년 봉사단원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민족적 서정의 피도 불혹을 넘긴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상관없이 그들이 아름다운 젊음을 바쳐 낯선 거리에 서는 주저함 없이 생면부지의 나라에서 낯선 이방인들에게 훈훈한 인심을 얻어내는 일은 또 다른 자존의 길을 열어나가는 자기 개척의 길이기도 하겠지만, 공동선을 추구하는 선한 사람의 길을 열어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그들이 고맙고 그들이 부럽다. 난 불혹을 넘긴 봉사자지만, 젊은 그들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 배우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나도 그만큼 할 수 있을까 염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