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세상/내가 만난 세상 이야기
네팔 카트만두에서 울린 워낭소리
by 김형효
2012. 12. 29.
지금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한국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벌써 7회째라는데 기자는 이번 영화제(11월 7일~11월 11일)가 처음이다.
2,200km나 되는 장거리 여행을 다녀온 당일인 지난 7일 오픈행사가 열렸다. 피곤에 지쳤지만, 무리해서라도 참여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영화제 분위기도 익히고 싶고 한국 사람으로서 의무감도 생겼다. 대사가 새로 부임한 이후 처음 열리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5시 30분부터 시작한다는 행사 안내를 받았으나 피곤에 지쳐 조금 늦은 시간인 6시에 도착했다. 러시아 문화원에서 열린다는 것이 조금은 유감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 믿는다. 처음 찾는 러시아 문화원 입구 담장에 한국영화제를 알리는 펼침막이 펼쳐져 있었다. 시티센터라는 대형마켓 인근이라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문화원 현관에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안쪽 입구에서는 대사 부부가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기자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 나중에야 인사를 했다. 모두가 차려진 뷔페식을 먹으며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정겼다. 어쩌면 이런 행사가 교민들에게는 대사관에서 마련한 선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자도 안면이 있는 몇 분과 인사를 나누었다.
식사 이전에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마련된 음식을 먹었다. 제법 잘 차려진 뷔페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느끼는 분위기로는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끝까지 많은 참석자들이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손님을 맞는 대사관의 정성이 느껴졌다. 카트만두에서 시루떡과 흰떡, 콩고물 찰떡을 먹는 맛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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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화원 담장에 걸린 펼침막, 한국영화제를 알리고 있다. | |
아마도 한국 음식 맛을 보여주는 기회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는 네팔인의 딸은 그 떡의 찰기 때문에 먹기가 곤란하다고 푸념을 했지만, 후일 그 떡을 다시 맛보는 기회가 있다면 그는 어린 날의 오늘을 추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기자가 네팔인과 결혼을 하고 처음 열리는 한국영화제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의 행사에 대한 취재를 부탁했다. 압력(?)은 아니었고 그저 흐르는 바람처럼 흘려 말했다.
행사를 앞둔 두 세 시간 전인데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취재가 결정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사실 그래놓고 불참할 수도 없는 명분도 생겨 급하게 택시를 탔다. 행사장에서 아내도 부르고 처제도 불러 첫 시사회 작품인 워낭소리를 함께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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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부임한 김일두 한국대사가 현지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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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가한 네팔인들과 한국 교민들이 대사관에서 준비한 뷔페식을 들고 있다. | |
영어 자막이 있어 영어를 잘하는 네팔 사람들에게 불편 없는 관람이 되었을 듯하다.
기자는 이미 두 차례 본 영화지만 새롭게 보았다. 때와 장소에 따라 같은 말이 다른 느낌을 주듯 우리네 영화에도 그런 맛이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우리의 전통 정서가 배어있는 소와 소통하는 노인의 삶이 보인다. 우리네 부모님과 농촌의 정겨움을 담고 있어 더러는 고향 생각도 깊이 했을 듯하다. 나를 추억하는 자리도 되고 우리가 품은 정서적 교감을 타인들과 나누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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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에서 울리는 워낭소리, 우리의 문화가 그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 | |
한국영화제가 열려 좋은 기분이었고 좋은 행사란 생각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문화원에서 열리는 모습은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나라도 아니다.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 한류라는 문화현상을 즐기고 있는 나라다. 문화선진국을 자부하는 한국이다. 그런데 해외에 그것도 가난한 나라 수도에서 타국의 문화원을 빌려 열리는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모습은 아닌 듯하다. 아쉬운 마음에 홀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