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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삶에 의미가 혼돈일 때- 사색

by 김형효 2008. 1. 7.

내 어깨도 추스르지 못하면서

타인의 처진 어깨를 보면 가슴이 아플 때,
나는 누구인가?


 

내 영혼이 쓰린 심장일 때
타인의 쓰린 가슴을 포근하게 다독일 심장이 남아있는 걸까?
아침이 버거워서 무지막지하게 머무는 바람처럼 혼돈스럽다.
나는 누구인가?

 

산다는 의미에 허덕이는 나를 보면
항상 내가 살아가고 있는지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흩어져 날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아픈 마음 달래고 싶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


 

그저 초연하지 못하게 혼란스러울 때, 나는 누구인가?

저 언덕을 붙들고 뿌리를 드러낸 채 나부끼는 나무처럼 나는
이 세상 살아가자고

다 드러난 뿌리를 붙들고 흐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누구인가?

 

 

 

**창작후기** 원제는 <삶에 의미가 혼돈일 때>다. 몇년전이다. 어려운 일에 직면하고 얼마되지 않아 나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충남 금산에 산골마을 재두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산골짝에 인심 좋은 분들과 살았고, 대전으로 출퇴근을 했었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이 보고싶다. 아마도 그분들은 <떠나면 그만인겨!> 하고 서운해 하고 계실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언제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그 마을에 함께 가고 싶다. 사람살이 하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 기억되는 공간에 사람들이 그것도 특별난 기억을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함께 그런 향취를 느껴도 좋으리라!

 

그때 나는 대전에 동부화재 대리점주였다. 바쁜 일상, 낯선 도시 대전, 난 그곳에서 금방 사람들을 사귀고 영업을 했다. 물론 대전에 시인들과의 그리고 시민단체 사람들..., 시인들도 시민단체 사람들도 서울에서 부터 형성된 인적네트워크였다.

 

팔도 어디를 가도 외롭지 않은 것을 나는 행복이라 믿는다. 그것이 자본주의에서 힘 못 쓰는 허망이라도, 결국 세상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들과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때..., 신호대기 중인 나를 들이받은 철부지 무면허 운전자에 의해 병원에 입원했고..., 쓸쓸한 12월을 낯선 대전에서 보내야했다. 물론 대형사고가 아니니 두루두루 알리는 것도 모양새가 그렇다. 그렇다고 일상을 편히 지내기는 힘들고..., 그때 병실에서 인터넷방을 오갈 때 쓴 나의 독백이 <삶에 의미가 혼돈일 때>라는 글이다.

 

이 밝은 날 오후에 쓸쓸하다. 모자람 때문이다. 무언가? 그것은..., 아직도 저 먼 길을 배회하고 있는 지상의 나를 찾지 못해서 일까? 아직도 허망속에서 살고 있는 자본주의 부적응자의 초라한 몰골일까?

 

그러나, 이런 부대낌이 애시당초 이겨낼 수 없는 것이라면 난 싸움을 선택하지 않았으리라! 나도 안다. 자본주의의 허망 속을, 하지만 이 싸움에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

 

훗날, 흰머리 날리는 날, 보편의 가치가 패배하는 모습을 보았다. 자본의 보편이 지는 그 곳에..., 사람의 보편, 인간성의 보편이 이기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초라하게 죽어가는 그들을 위로해주고 싶다. 추위에 떨고 있는 그들을 감싸주고 싶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첫 걸음이 낭떠러지는 아니었다. 낯선 길이었을 뿐이다. 사람과 사람 속에서도 그런 것들이 있다. 아쉽고 쓸쓸하다. 하지만 애시당초 그런 것을 예견 못한 것도 아니다.

 

다가가면 갈수록 허망한 것들, 다가가면 갈수록 절망스런 것들, 그래 그렇게 가고 오는 것이 인생이란 것쯤은 이제 알 나이도 되었다.

 

이 글을 친구에게.., 그는 알리라! 특별한 친구에게 보낸다. 고독을, 쓸쓸함을, 홀로한 면벽을, 그도 공유하리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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