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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네팔 유치원 방문기

by 김형효 2011. 8. 2.

 

상그릴라(SHANGRI-LA)의 땅, 네팔에서(21)

 

한 유치원을 찾았다. 
한 학교의 경영자인 지인이 운영하는 유치원이다. 보통 4세의 어린이부터 6세의 아이들이 네팔어와 영어를 중심으로 배우고 있었다. 물론 동물, 식물의 이름을 알아가는 교육 과정도 있고 간단한 숫자 공부도 하고 있었다. 3년 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몬테소리 유치원들이 시내에서도 많이 눈에 띠었다. 그냥 알 수 있는 것이 체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처음 네팔을 찾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형제처럼 지내는 밀런의 사촌 형님인 헤므라저(62세)가 있다. 그의 조카인 어누(Anoo, 29세)는 미모의 젊은 여성으로 기자가 처음 네팔에 왔을 때 인상 깊게 본 여성이었다. 생각보다 어린 나이였는데, 그녀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5년 전 어느 날이다. 
당시 기자가 한 여행사의 자문역을 맡았을 때 해당 여행사의 여직원이었던 그녀는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다. 가족들은 혼비백산해서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녀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애를 태웠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연락을 취해왔다. 그녀는 인도에서 한 청년과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모든 가족 친지 몰래 갑작스레 결혼을 한 것이다. 무슨 연유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맨 왼쪽이 파격적인 결혼을 실현한 네팔인 유치원장 어누(29세)다.

수업을 받던 아이들이 외국인의 방문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무튼 그때 결혼한 그녀의 남편은 인도에서 유학한 청년이었다. 
규모 있는 학교의 이사장인 그는 어누와 혼인할 것을 언약했고 그의 부모가 있는 인도로 가서 그녀와 결혼식을 한 것이다. 그들이 혼인을 언약하고 결혼까지 열흘도 걸리지 않았다. 실로 불같은 사랑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혼인한 그들은 지금 아들과 딸을 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기자는 그의 아들이 처음 쌀밥을 먹는 날을 축원할 때 함께 한 바 있다.

지금 그들은 학원 사업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카트만두 시내 중심인 붓다리사닥에서 전부터 운영하던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몬테소리는 지난 1년 전부터 어누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유치원에는 아이들을 위한 교구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운동장은 잔디밭으로 조성되었고 한쪽에는 수영장도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그네도 있었고 식사를 하는 식당도 있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에는 침대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 배우는 반에는 침대도 놓여져 있었다. 몸이 불편한 아이는 누워서 자기도 했다. 한 아이가 앓다가 사진을 찍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수업이 끝나자 모든 아이들이 놀이터에 와서 즐겁게 뛰어 놀고 있다.

지금 네팔의 변화는 모든 분야에서 급속한 바람을 탄 느낌이지만, 네팔인들은 아직 그런 느낌을 갖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들의 그런 느낌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아직 멀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의 여느 유치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할 정도로 잘 갖추어진 유치원이었다. 

이런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다양한 경제활동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경제적 수준이 향상된 점과 맞벌이 부부가 늘어가고 있음도 한 이유인 듯하다. 위에서 언급한 유치원 원장의 결혼 이력은 네팔인들의 전통 문화의 변화를 전면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이는 요즘 네팔 젊은이들의 결혼관과도 일치되는 것은 아닐지...

최근에 네팔의 젊은이들은 부모가 혼인을 반대할 경우 둘이서 사원에 가서 신 앞에 언약을 하고 결혼을 선언하기도 한다. 하지만 네팔인들은 오래된 종교적 전통을 지키고 있고 그것은 관습적인 일이다. 어린 아이나 어른, 늙은이조차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