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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우크라이나, 폴란드 국경에서의 사색

by 김형효 2010. 11. 23.

 

[처음 떠나는 유럽 여행 12일간의 기록1]

 

많은 날을 여행을 통하여 배우고 익히며 살았다. 하지만 유럽 여행은 내 삶에서 쉽게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을 여행하기를 바라고 기대하지만 일상에서 쉽게 가고 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 많은 여행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튼 책 속에서나 경험하던 유럽을 직접 살펴볼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내게 커다란 행운이다. 

 

  
▲ 심페로폴에서 르보프 가는 길 우크라이나 국내선 기차로 25시간을 여행하였다. 우크라이나 기차 여행중에는 기차가 서면 가방이나 바구니에 과일과 먹을거리들을 팔기 위해 장사꾼들이 몰려든다. 한 역에서 본 풍경이다.
ⓒ 김형효
심페로폴에서 르보프 가는 길

 

 

  
▲ 르보프 가는 길 우크라이나 민가 풍경 우크라이나 르보프 가는 선로변 마을 풍경, 흐릿한 날씨에 고즈넉한 느낌이 정겨운 옛이야기가 들려올 것만 같다.
ⓒ 김형효
르보프 가는 길 우크라이나 민가 풍경

 

 

해외봉사단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로 파견되는 순간 맛보기 유럽을 경험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번 휴가는 유로 국가의 하나인 폴란드를 포함한 3개국 여행이다. 상당 기간을 고대하며 지냈다. 해외봉사단에서는 봉사단 활동 기간 중 21일간의 국외휴가를 허용하고 있다. 필자는 그 국외휴가를 동유럽의 폴란드를 포함한 3국으로 결정하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배울지, 무엇을 보아야할지, 마음을 정하고 고민했으면서도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한다.

 

그저 내게 폴란드는 80년대 뉴스에 자주 등장하던 레흐바웬사가 가장 우선 떠오르는 곳이다. 그리고 바르샤바 조약기구라는 국제협력기구가 있다. 처음 찾는 낯선 나라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우크라이나와 접경지역에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그런 조건 때문에 폴란드를 포함한 인근 국가들을 국외휴가지로 선택했다. 레흐 바웬사라는 인물은 내게 폴란드를 상징하는 인물이고 그래서 친근감도 있다. 마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만델라처럼 익숙하다.

 

휴가를 위해 심페로폴에서 르보프까지 25시간 우크라이나 국내선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서부 폴란드 접경지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폴란드행 버스표를 예매하고 차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가 대세를 이루는 도시 구경을 하였다. 우크라이나의 자존심이라고 할만한 도시가 바로 폴란드와 접경지역인 르보프이다.    

 

휴일을 맞아 수많은 시민들로 시내는 북적이고 있었다. 흐릿한 날씨에 간간히 빗방울이 흩뿌리는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날이다. 여행자에게는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 날씨다. 하지만 낯선 풍경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사람은 정신적으로 풍요로움을 향하는 것 같다. 낯익은 풍경보다 낯선 풍경에서 오는 정서적인 자족감은 더 큰 것 같다.

 

  
▲ 르보프 서부 버스 터미널 국제선 버스터미널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동유럽은 물론 러시아까지도 수많은 버스편들이 운행되고 있다. 필자는 이곳에서 바르샤바행 버스를 탔다.
ⓒ 김형효
르보프 서부 버스 터미널

 

 

 

 

  
▲ 바르샤바의 한 거리 건물벽화 필자가 정한 유스호스텔 인근, 바르샤바의 새로운 거리 건물벽화가 인상적이다.
ⓒ 김형효
바르샤바의 한 거리 건물벽화

 

 

12일간 계획된 여행이다. 버스를 타고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나라로 국경을 넘는다는 것이 흔한 경험은 아니다. 과거 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중국 훈춘을 경유해 연길을 찾은 적이 있다. 그때는 짧은 기간이었고 잠시 경유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일상적으로 달리는 버스를 이용한 경험이다. 사실 요즘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별일 아닌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난 내게는 너무나도 특별하기만 하다.

 

분단된 나라 사람으로 살면서 내 조국강토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한반도를 우리는 그리 자유로이 오가지 못하는 처지가 아닌가? 그래서 이런 경험은 내게 내 조국을 거울 들여다보듯 다시 보게 하는 시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과거 전쟁의 역사를 간직한 살육을 동반한 적대적 관계를 경험한 나라다. 그런 그들이 비행기와 버스, 기차 편으로 일상을 공유하며 지내는데 우리는 한 핏줄임을 세계에 알리면서 반목을 멈추지 못한 형국이 아닌가?

 

  
▲ 인어상 뒤로 강이 흐른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2012년 유로축구 공동개최국이라 한다. 우크라이나도 스타디움 건설공사가 한창인데 폴란드 또한 한창 공사중이었다.
ⓒ 김형효
인어상 뒤로 강이 흐른다.

 

 

  
▲ 쇼팽 기념 박물관 야경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아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폴란드는 물론 국외 음악인들도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김형효
쇼팽 기념 박물관 야경

 

 

지난 7일 밤 9시 30분 버스를 탄 필자는 8일 0시 30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출입국 절차를 거치는 3시간 40분의 시간을 지나 폴란드에 진입했다. 3시간 40분은 지루하고 지루하기만 했다. 원망스럽고 답답한 인간들의 경계를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그런 절차를 탓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들의 처지는 아닌가?

 

잠시 버스에서 내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맑은 하늘에 떠오른 달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바람도 차고 마음도 무거운 가운데 내 그림자를 밟으며 답답하고 답답한 내 조국을 향한 자조 섞인 한탄을 하게 되었다. 내 조국은 1945년 후 60년을 넘겨 아직도 서로의 땅을 넘기 위한 절차를 순조롭게 밟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