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새해는 일어서는 사람들의 해

by 김형효 2013. 1. 2.

* 새해가 떠오르고 나는 과거와 달리 새해라는 언어를 거부하고 싶어졌다.

또 다른 하나의 해일 뿐이라는 생각, 과거를 덮어버리는 새로운 해가 아니라

과거가 더 분명해지는 해가 떠오른 것으로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침처럼 그렇게 해와 함께 일어난다고 믿고 싶다.

어둠과 좌절의 뿌리를 모두 이겨내고 힘차게 동녘을 밝히고 떠오르는 해처럼

사람들도 각자의 자리를 밝히며 아침처럼 힘차게 일어서길 기대해본다.

새해의 소망이다.

(사진은 지난 2010년 12월 이탈리아 베네치아 여행 중)

또 하나의 해

 


김형효


아침이 일어섰다.
어제의 아픔과 어제의 그늘을
덮어 두려는 것이 아니다.
...
해가 떠올랐다.

어제의 아픔과 어제의 그늘에
새 빛을 내리기 위해 떠올랐다.
그렇게 아침이 밝아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때 일어선다.

잊어버리라.
잊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해가 뜨고 지는 세월 동안
기억하라.

어제의 해가 지고
다시 오늘의 해가 떠올랐다.
오늘의 해가 떠올라
어제의 내가 밝아지는 날이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눈을 밝히고 귀를 밝히고
뜨고 지는 해를 본다.

날마다 밝아지는 해를 찾아
사람은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일어선다.
아침은 그런 것이다.

일어서는 사람을 따라
해가 떠오른다.
떠오른 해를 따라
사람이 밝아지는 것이다.

새 날이 밝아올 때
세상도 일어서고 사람도 일어선다.
일어서는 곳을 따라 새해가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