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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친구를 위하여

by 김형효 2007. 11. 29.

꿈을 꾸었지.

생면부지였던 아이인 너와 내가 만난 그 어린 날에 기억들

책갈피로 쓰던 노란 은행잎을 기억하지.

훗날 우리네 조카들은 그 은행잎을 코팅하여 멋진 책갈피로 썼지.

바닷가 모래밭을 뛰며 너를 쫓고 나를 쫓았던 그 아련한 영상들은

아직은 찬란한 영화처럼 나를 설레이게 하는 어린 날의 꿈이지.

그렇게 너와 나는 꿈을 꾸며 기억할 그리움을 갖고 살지.

참 입신의 나이를 넘기고 되돌아볼 옛 것들이 이제는 꽤 많은 너와 나

우리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한 때의 기억을 갖고 오늘 만나지.

그래 그 이름 <친구!>

잊기에는 너무나 가슴시린 그 무언가가

너와 나의 몽연을 서늘하게 하는 아릿한 추억들이 있지.

친구야!

이제 너의 검은 머리의 어린 기억 속에

나는 어떨지 궁금하구나.

지금 띄엄띄엄 흰 눈발처럼 섞여있는 흰 머리카락을 보니

널 한 번은 안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도 나처럼 친구라는 이름을 그리워하며 입신의 나이까지 살아왔을테지.

이제라도 이렇게 만나 어린 소년들이 되어

흰 모래밭을 뛰어보자.

이제라도 이렇게 만나 어린 소녀가 되어

고무줄 놀이라도 해보자.

공기를 줍던 아이야.

어린 동산에 진달래꽃을 따며 히히 헤헤 웃음 웃던 어린 동자들아!

안녕! 오늘도 안녕!

그렇게 지난 세월의 안녕들이 너와 나의 안부를 갖고 이 자리를 채우는구나.

보고 싶었다. 친구야!

너와 나만했던 나이의 아이를 데리고 이 자리를 찾은 너는

아직도 혼자 허허로운 나를 데리고 온 듯하다.

찬란하구나.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시름을 풀고 기억의 강을 건너

찬란한 뒷동산, 고향 앞바다의 흰 모래밭으로 가자.

가자. 친구야!

아직은 더없이 찬란한 날들이 많이 남아있으니,

이제 다시 잡은 손 놓지 말고 함께가자.

저 거친 입신 후의 세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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