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새로운 시작의 길인 것이지만,
아무튼 이번 국도24호선 길을 나선 나그네 길은 오늘 접는다.
<국도24호선 도보 순례의 마지막 목적지 이정표가 걸음을 가뿐하게 했다.>
울산25KM를 걸어가며 무엇을 할까?
오늘은 중부이남 지방에 눈이 내린다고 했다.
아침부터 출발이 쉽지 않다.
목적지를 가까이 두고 피로감이 쌓여 몸이 의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생각의 끈은 자꾸 재촉을 해댄다.
목적지를 앞에 두고 더 이상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고...,
아침 8시 30분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많이 춥다.
지난 밤 일기예보에서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했겠다.
어쩌랴!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
나는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우듯이 그 말을 되새김한다.
장갑과 모자를 단단히 눌러쓰고 길을 나섰다.
<장터에 아침을 밝힌 아주머니들...,>
언양읍내 장거리에는 벌써 부산한 몸놀림의 아주머니들이 잘을 열었다.
추운 날씨가 삶을 영위할 인간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일이다.
평평한 길이다.
그러나 24호선 국도 진입로 찾기가 쉽지 않다.
개발이 한창인 언양은 농촌의 모습과 도시의 모습을 다 갖추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기형적인 도시요. 기형적인 농촌이다.
완전한 도시로 탈바꿈하지 못해 안달인 상태다.
어정쩡한 모습이지만, 어쩌랴!
급격히 도시화를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그러다보니, 진입로 주변의 도로들이 이리저리 엇갈리는 것이
초보 여행자로 길가는 사람에게는 혼돈스러움이 많다.
<언양읍내를 멀리 벗어나 언양읍 방향을 뒤돌아보며...,>
언양을 벗어나 한참 길을 갔다.
언양 쪽을 되돌아보니 영남알프스가 병풍처럼 언양을 감싸주고 있다.
배산임수라 했던가?
뒤에 산이오. 앞에 물이 흐르니 명당 중에 명당이라...,
아무튼 멀리 언양과 멀어져가면서
자꾸 뒤돌아보아도 영남알프스가 감싸주는 언양은 빼어난 명당인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이제 24호선 국도에 온전히 들어섰다.
길가에 수많은 대못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냥 실수 한 것이겠지.
가다보니 또 있고 또 있다.
아까운 마음에 대못을 주워 담았다.
아주 멀쩡한 대못을 20~30개 정도 주워 베낭에 담고 다시 길을 걸었다.
너무 아까운 마음에..., 그런데 긴 중간 중간에도 갓길에 많은 대못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깝다.
긴요히 쓰일 곳이 있을 텐데...,
도시화가 진행된다는 것,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어쩌면
차분하게 바라볼 그리움도 함께 사라져간다는 뜻일텐데,
태화강변길을 따라 걷는 길이라 주변의 농로도 보이고 물오리떼도 보인다.
어쩌면 저것들도 머지않아 사라질 풍경 중에 하나는 아닌가?
내가 걷는 국도24호선의 기억이
마지막 기억이 아니길 기원하게 되는 것은 또 무슨 미련 때문일까?
그때 태화강에 물오리떼가 푸드득 날개짓을 하며
잔잔한 호수의 물주름을 잡아먹고 힘차게 날아오른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읍에 들어섰다.>
단조로운 듯한 길을 걷고 걸어 범서읍에 들어섰다.
울산광역시 시내에 진입하기 전에 울주군 범서읍을 지나야한다.
나는 범서읍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걷기로 했다.
오늘 걸어갈 길에 반은 온 셈이다.
범서읍에서 10KM 정도 더 가면 오늘 목적지 울산시내다.
생갈치조림으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시내에 진입하기 전 차들의 움직임이 한결 빨라진 느낌이다.
하지만 보도가 나오고 신호등이 있어서 마음은 한결 편안하다.
질서..., 질서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너와 나의 정해진 길을 약속한 것이니,
나는 내 길에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껏 걸어온 조금전까지의 12일 동안
나는 그런 평화를 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삭막한 도시라는 공간에서 너와 나의 당돌한 구분처럼
길도 당돌한 변별력을 갖고 있으니 평화롭구나.
얽히고 ?鰕泰? 말라.
그래 내 갈길에 대해서 나만 잘 책임지면 수월한 길이 도시의 길이다.
그런데 아뿔싸!
오늘 머물 경비를 준비하려고 현금인출을 하고 나왔는데
24호선 이정표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난 하는 수없이 울산 시인 정일근 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일근 시인에게 안내를 받은 나는
다시 편한 마음으로 길을 갈 수 있었다.
태화강 태화교를 걸으려고 하는데 경상일보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날 연락이 왔었는데 지금 울산 시내 진입한 사실을 알았는지...,
태화교를 건너기전 울산 중구 성남동 국도24호선 종점위치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기자는 다시 태화교를 건넌 후 전화를 걸어왔다.
같이 길을 걸으며 인터뷰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내가 울산 경상일보 기자를 길에 주인으로 맞이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 오늘만은 내가 이 길에 주인행세를 해도 이해해주리라.
걷던 길을 멈추고 기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일요일인데도 월요일 신문을 만들어내기 위해 바쁜 기자를 생각해서 기다리자.
울산에서 유일하게 마중을 나오는 사람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을 넘긴 시간이다.
그와 길을 걸으며 12일 동안
길을 걸으며 겪은 에피소드와 즐겁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튼 길에서 그를 만나 그와 함께 4KM는 족히 걸었을 것이다.
그는 마감 시간이라 기사를 정리해야한다며
찻집에 가서 차나 한잔 하자고 했고,
나는 할아버지들이 드나드는 다방에 가서 그와 차를 마셨다.
그리고 안녕!
<위에는 성남동 목적지에 선 나..., 아래 대학생들이 사진을 찍어주었음>
다시 홀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 중구 성남동이란 목적지를 향해 물어물어 길을 갔다.
그런데 중구 성남동 제일은행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어렵게 현재의 성남동 제일은행을 찾았으나,
정확한 종점이 아니다.
하는 수없이 PC방을 찾아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나 도무지 나타나주질 않았다.
2시간 정도를 헤매며 찾아보다가 포기하고
울산광역시청 문화관광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당직자도 알지 못한다고 하였고
확인을 해서 전화주겠다고 해서 전화를 끊었다.
20분 정도 지난 후 전화가 왔다.
도로의 종점에는 진표와 원표가 있는데
진표는 훼손이 되어 현장에 가도 찾아볼 수 없고
원표는 울산광역시청 안에 화단에 있다고 했다.
그때 서울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정일근 시인께서 전화가 왔다.
우리는 시청에서 만나기로 하였고 택시를 타고 시청을 향했다.
<울산을 시작으로 하는 도로 원표>
시청에는 울산에서 각 지역별로 뻗어나간 거리표시가 되어 있는 원표가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원표를..., 그리고 나의 24호선 도보순례의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1차 뒷풀이는 정일근 시인과 함께 했다.
80년 전통 함양집이란 곳에서
저녁을 함께 하며 오랜만에 만남을 즐겁게 맞아준 정일근 형님과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서울에서 볼 일을 보고 막 내려오시면서도
멀리서 길을 걸어온 아우를 맞이해 주시는 형님이 참으로 고마웠다.
함께 식사를 하고 그동안의 근황을 물었다.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길을 걸으며 안 나는
함께 며칠 머무르려던 마음을 접었고
그저 이렇게 반겨주시는 것만도 참으로 고맙고 정겹게 느꼈다.
***2차 뒷풀이는
순례중 계속 댓글로 격려해준 친구 건아와 65년 카페 친구 준하가 함께 했다.
우리는 처음 만났다.
그러나 서먹함이란 전혀 없이 만날 수 있었다.
조금이지만, 익숙한 관심이 서로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뒷풀이 2차를 하며 조개국물에 소주잔을 기울였고
잠시 후 자리를 옮겨 맥주잔을 기울이며 뒷풀이 3차를 가졌다.
넉넉한 정을 느끼게 하는 친구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고,
준하는 먼저 길을 갔고, 아마 그때도 11시가 다 되었을 거야!
건아는 숙소를 잡아주고 다시 나와 맥주를 한잔 더했다.
술에 약한 나는 그날 지친 몸에 술로 찜질을 한 셈이지만,
술을 많이 마셨다는 뜻은 아니다.
밤이 깊어간다.
새날을 기운차게 밝히려고...,
<울산의 밤을 밝히던 놀이기구, 멀리 하늘의 달이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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