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의 땅 네팔에서 우리의 축제를 생각한다. |
축제로 시작해서 축제로 죽는다고 할만하다. 아기가 태어나서부터 그들만의 방식에 기원이 있다. 우리가 금줄을 달아놓는 것도 일종의 축원 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온가족이 다 모여 아이의 발에 이마를 대는 방식으로 아기 탄생을 축원한다. 그리고 아이의 이마에 디까(붉은 꽃을 으깨어 만들어 이마에 붙여주는 행위)의식을 행한다. 그것은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도 마찬가지다. 또 멀리 여행을 떠날 때도 디까 의식은 필수다. 이마 가운데 정수리에 붙여주는 꽃 덩어리다. 그곳은 <제3의 눈>이라고도 불리지만, <지혜의 샘>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식이 열릴 때는 각 종족별로 다른 방식의 의식이 행해진다. 중국처럼 폭죽을 심하게 터트리지는 않지만, 폭죽 터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긴 행렬을 이루며 거리를 맴돈다. 우리의 농악대<사물놀이>처럼 흥겹다. 그런 행렬을 보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또 다른 종족 사람들과 이방인도 관심을 집중하고 바라보게 된다. 나그네에게는 행운인 셈이다. 필자도 몇 차례 그들의 결혼식을 본 적이 있다. 한번은 신랑, 신부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나마 본 적도 있지만, 몇 번은 그 농악대 행렬과 같은 흥겨운 놀이패만 보았다. 하지만, 그도 즐거운 일이었다. 네팔인들의 축제는 쟈뜨라, 야트라 등으로 불린다. 고라 쟈트라, 인드라 쟈트라, 수버 야트라 등의 축제는 유명한 축제들이다.
보지는 못한 축제지만 석가모니의 행렬이 있다고 한다. 일반인에게 들어본 적도 없고 화가를 통해 들었고 그의 그림에서만 보았다. 또한 살아있는 신으로 알려진 <쿠마리 여신>의 축제는 많이 알려진 축제이다. 네팔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축제들은 남녀노소가 함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 우리네 대보름날 어른들의 사물놀이패를 뒤따라 소고를 돌리며 논밭 길을 뒤따랐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때의 축제와 요즘 우리나라의 축제가 많이 달라진 점은 보여지는 축제로 전락한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라가 발전한다는 의미가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한다는 의미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가난하지만 남녀노소가 어우러지는 축제를 보며 끼리끼리만 충족함을 추구해가는 우리네 축제의 단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향수가 짙게 배어나는 것도 그런 점 때문이다.
네팔인들 특히 우리와 같은 몽골리안계 중에서도 티벳에 혈통을 갖고 사는 사람들은 설날에 <더사이 축제>라는 대규모 축제를 벌인다. 이는 네팔의 다른 종족들에게도 알려진 유명한 축제이고 외국인들도 더사이 축제에 동참하고자 한다. 우리의 강강수월래와 같은 춤을 추는 것은 흥미롭다. 필자도 한번 티벳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머우다라는 지역의 네팔인 친구를 통해 더사이 축제에 함께 참여한 적이 있다.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강강수월래와 같은 그들 많은 기원을 담은 언어로 노랫말을 매겨 들어오고 받아들이며 장시간 동안 커다란 원을 그리며 돈다. 그렇게 돌아가며 밤이 깊을 때까지 축제를 함께하고 나서는 삼삼오오 모여 다시 가까운 친척집이나 친구집을 찾아 술잔을 기울이거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밤을 지새운다.
특히 홀리라는 축제는 남녀노소는 물론 이방인들까지도 동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비닐봉지에 물을 담아서 상대에게 던지는 행위인데 길가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 물세례를 받을 수 있다. 더러는 여러 가지 물감을 섞어서 물주머니를 만들어 던지기도 한다. 그래서 형형색색의 물주머니세례를 받고나면 온몸이 색색의 물에 젖은 채 길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필자는 그 물세례를 피해 다니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으로 카트만두 시내의 축제를 피해갈 방법은 없다. 설령 카트만두를 벗어난다 하더라도 그 축제에 물결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홀리 축제는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3일간 지속된 홀리 축제 기간에는 아마 하루 세 네 차례는 옷을 갈아입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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