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詩)침묵의 길

by 김형효 2009. 7. 4.

(詩)침묵의 길, 고향 길을 다녀오는 해가 안부를 전하리!

우크라이나 통신 27

우크라이나에 온지 이제 4개월이 지났다. 
오늘은 다시 수도 키예프로 간다. 새로운 부임지로 옮겨가기 위해 그곳에 대한 정보,

그리고 근무처 등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옮겨갈 준비사항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떠나온 고향은 떠나온 것이 아니라, 잠시 비운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이제 떠나면 비우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곳이 되리라.

난 이곳에서 보내온 날들 동안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사람이 가고 오는 곳에서는 기억 속에 흔적이 생기고 남는다.

그런 기억들을 최대한 해피수원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한 달을 이곳에서 더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은 작별같다.

마음이 조금은 짠해진다. 그런 마음이 고향으로 이어진다. 그 마음을 장광설처럼 시에 담아 보았다.

 

고향 마을 풍경


침묵의 길


                   김형효

해가 돋는다.
내 고향 소식을 입에 물고 왔을까?
내 고향 소식을 품고 왔을까?
이곳의 깊은 어둠이 안쓰러워
멀고 먼 고향 하늘 비추었던
밝은 그 해가
오늘은 낯선 나그네 길에
나 사는 이곳에 서둘러 왔을까?
아마도 저 밝은 해는
어둠이 안쓰러워
그 어둠을 품으러 왔으리라.
그리고는 다시
내 고향에 어둠이 안쓰러워
다시 또 낯선 길을 떠나겠지.
그리고는 또 다시
어제처럼 바람도 구름도 거느리고
내 고향의 어둠을 품고 돌아와
날 달래주겠지.
달도 그처럼
밝은 빛에 쉴 틈이 없는
자연 만물과 그 안에 생물들이 안쓰러워
밝은 빛살의 해와 같은 마음으로
또 낯선 길손처럼
어제의 길을 돌아오고
다시 어제의 길을 가겠지.
침묵으로 가득한 입은
둥그런 몸체로
사람들을 둥글게 해놓고
자신도 둥글게
그 길을 가겠지.
아플지도 모르겠다.
슬플지도 모르겠다.
오늘 그렇게 내 고향 길을 다녀오는 해가
오늘 그렇게 내 고향 길로 떠나가는 해가
나는 그 둥근 몸체를 보며
나도 둥글게 따라 나선다.
어머니의 길을, 아버지의 길을
형제도 벗들도
나를 알고 내가 아는 사람들도
모두 따라 나선다.
사랑의 길로, 사람의 길로
그렇게 따라 나서는 해와 달이
둥글게 침묵으로 오가는 길이
사랑의 길, 사람의 길
그 길이 천지자연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