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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만난 세상 이야기

고독한 사색의 계절이 된 오월

by 김형효 2010. 5. 24.

 

참담한 오월입니다.

 

광주민중항쟁을 조롱하던 정권이 이제 고노무현 대통령의 사망 1주기를 조롱하듯이 국민이 원하는 근거 제시 없는 자신들의 각본에 의한 사건 발표와 의도대로 물러섬없이 나아갑니다. 확신에 찬 그들의 2년여가 가져온 남북관계는 냉각뿐입니다. 우리들의 생활 기반에서는 불안과 긴장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안하무인으로 진행되는 4대강 삽질 또한 어떠한 설득 근거가 없이 마구잡이 "한다면 한다."로만 일관합니다. 

 

필시 그의 눈에 비치는 국민은 무뇌아로 보이는 것일까요? 엊그제 도올 김용옥 선생의 말씀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제가 사상이 빨개서 그런 것일까요? 사소한 저자거리의 논쟁에서도 시시비비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자신들 스스로 공공연하게 대중매체에 대고 북한의 연관성은 없다고 수차 발표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증거가 나오고 그 증거라는 것을 목숨 걸고 수중에서 비닐로 감싸서 정확히 말하자면 감추어서 인양했습니다. 왜, 일까요?

 

보통의 경우라면 이것봐라! 라고 물증을 제시하는 일인데, 무슨 비밀이 그리 많은 걸까요? 그 증거를 여기있다라고 제시하면 국가안보에 구멍이 납니까? 대체 누가 이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지......., 차라리 무뇌아였으면 하는 바람까지 생길 정도로 답답한 개그콘서트 장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아! 대한민국입니다.

 

의사 소통은 없고 "모든 국민은 나만 따르라! 나야말로 전능하나니," 과연 그가 전능할까요? 그의 뒤끝이 서글퍼 보입니다. 

 

결국 서로 나누는 것이 가장 인간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것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그때가 꽃날인 줄도 몰랐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어린이날 불렀던 푸르른 오월에 불렀던 어린이 노래가 생각납니다. 그러나 세월 흐르고 그 푸르던 오월이 오면 생각나는 가혹한 아픔들이 많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가혹한 아픔인 줄도 몰랐던 오월입니다.

 

어딘가에서 연인의 사랑이 피어나듯 라일락 꽃향기가 가득하고 어딘가에서 잘못된 만남으로 부둥켜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해오는 슬픈 이야기처럼 삶의 이야기가 가혹하게 가슴 저미는 날들입니다. 같은 나라 같은 땅에서 살면서 누구는 가해자로 누구는 피해자로 바라보아야 하는 아픔입니다.

 

  
▲ 들판에 꽃을 꺾어 다발을 만드는 사람들 대로변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양귀비 꽃과 들꽃을 조화롭게 꺾어서 다발을 만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 여유가 가득한 느낌이다.
ⓒ 김형효
꽃을 꺾어 다발을 만드는 사람들

80년 오월 이후, 3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일이 5월 23일 오월 푸르른 날입니다. 장미의 화사함이 봄을 절정에 이르게 하는 시점인 듯합니다.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그 화사함이 슬픔을 거두어가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합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5.18과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까지 가정의 달이라고도 하고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하는 이 오월에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많은 생각이 주어진 듯합니다.

 

이 오월에 깊은 사색이 우리의 미래를 밝게 했으면 합니다. 오는 6월 2일에는 이 깊은 사색 넘어 나라에 중요한 일을 결정짓는 선거가 있으니, 이참에 우리들의 훌륭한 선택이 한 동안의 우리의 삶을 결정하겠지요. 생각하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우리들에게 부여된 산다는 사명은 아닐지..., 사는 사람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길은 어찌 보면 그리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도 분명 많고 많은 것 같습니다.

 

  
▲ 세바스토폴 시장의 고려인들 세바스토폴 시장의 고려인들, 자신들에게도 한국말을 가르쳐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모임을 만들어서 연락을 주면 가르쳐주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보듬어야할 내 동족들을 위해서도 남북은 서둘러 하나되어야 한다.
ⓒ 김형효
세바스토폴 시장에 고려인들

  
▲ 세바스토폴 시장 청과 야채 시장 모습 흑해 남단 러시아 흑해사령부가 위치한 세바스토폴, 톨스토이의 세바스토폴 이야기의 작품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세바스토폴 시장 청과 야채 시장 모습이다.
ⓒ 김형효
세바스토폴 시장 청과 야채 시장 모습

나라에 일이 불온하고 불안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그 불온과 불안 사이를 오가며 마치 불장난을 하는 것처럼 위태위태하고, 마치 국민의 안위를 갖고 곡예단의 곡예를 하는 듯도 합니다.

 

그러나 낯선 나라에서 여전히 떠돌이인 우리 동포들을 보고 생각하면 정말로 한심하고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린 보바는 여섯살입니다. 250km나 떨어진 먼 거리에서 친척집을 찾은 그가 한글을 배우려 합니다. 낯선 나라의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고려인 아줌마가 한글을 배우고자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그저 국민을 상대로 호가호위, 불안한 곡예삼매에 빠져 정치질만 하려합니다.

 

어쩌면 이 시대나 훗날이나 우리들에게 부여한 가장 큰 사명은 어린이날 노랫말처럼 어린이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길인 것도 같습니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자라는 아이들이 무탈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어른들의 사색이 옳음을 향해서 멈추지 않는 날, 멈추지 않을 날, 그날을 고대해봅니다. 얼마 전 부자나라 한국의 불행과 가난한 나라 우크라이나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 보바(6세)가 친척집을 찾았다 한글학교 수업 중 예파토리야에서 6시간 걸리는 거리에 사는 보바(6세)가 친척집을 찾았다가 한글학교에 와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는 고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 김형효
보바(6세)

 

 

  
▲ 주말 한글학교 수업장면 새로온 보바(6세)와 처음 만난 아이들이 서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수업을 받았다. 사진 촬영에 기분 좋은 웃음을 웃어주었다.
ⓒ 김형효
주말 한글학교 수업장면

결국 그것은 서로 나누는 것이 가장 인간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여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 크림의 남부 지역 주요 도시인 세바스토폴과 얄타, 심페로폴을 버스 편으로 돌아보았습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일은 어떤 통계가 그들을 가난하다고 평가했는가? 여전히 의문이 가득해졌습니다. 그들은 너무나 평화롭고 활기차고 자유로웠기 때문입니다. 부럽고도 부러운 그들의 일상을 공부하고 공부합니다. 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사색의 시간이었기도 하고 저 자신을 위한 사색이기도 했습니다.

 

짧은 여행에서 얻어진 나름의 답은 "결국은 나를 비우는 길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모자란 저의 공부는 계속됩니다. 모두 안녕하시고 오월의 사색을 6월의 훌륭한 선택으로 이어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