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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만난 세상 이야기

우크라이나 지방자치단체 선거전 혼란 속 진행

by 김형효 2010. 10. 25.

 

분단체제 극복을 열망하는 가을 날의 사색

 

가을 낙엽이 울긋불긋 사람의 무덤덤한 마음까지 물들여 놓는 것만 같다. 계절의 아름다움과 상관없는 사람들의 일상이 조금은 안쓰럽기만 하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선거전이 한창이다. 그런데 25(한국시각)은 러시아와 가까운 우크라이나 동부의 하리코프(Харьков)에서 가짜투표용지가 인쇄되고 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고 율랴 티모센코 전 총리 측에서 밝혔다. 

 

  
▲ 율랴 티모센코 우크라이나 전 총리 율랴 티모센코 전 총리가 지난 대선 과정의 불법에 대해 법원에서 연설하던 장면이다.
ⓒ 율랴티모센코 정당사무소
율랴 티모센코 우크라이나 전 총리

 

 

  
▲ 지난 대선 당시 키에프 유세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키예프 율랴 티모센코 블록의 유세때 지지자들
ⓒ 자빠로쟈 선거사무소 제공
지난 대선 당시 키에프 유세

지난 대선 때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부정선거에 대한 시비는 이번 선거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율랴 티모센코 총리 측에서는 여전히 선거에 대한 공정한 관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의석과 기존 정치인들의 힘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율랴 티모센코 총리의 고군분투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힘이 될지, 아니면 우크라이나가 더 깊은 격랑 속으로 들어가게 될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확연히 부정한 사실들이 확인되었지만, 율랴 티모센코 진영은 기존 정치권에 힘을 얻지 못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원에 소를 철회하고 말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야누코비치 현대통령이 권력기관을 이용한 부정선거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조치들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멈추지 않아왔다.

 

그녀는 지난달 유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럽의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 유럽의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 가을날의 예빠토리야 사색이 깊어가는 가을날 예빠토리야 산책길이다. 가로에 조형물들은 어린이 만화의 캐릭터들이다.
ⓒ 김형효
가을날의 예빠토리야
  
▲ 사색의 바다 깊은 사색의 바다와 사색의 하늘이 맞닿은 자리에 한 사람이 깊은 고독을 낚고 있는 듯하다.
ⓒ 김형효
사색의 바다

지금 우크라이나 남부 예빠토리야는 6월부터 시작된 휴가가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온 추위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내륙지방에서 온 학생들과 러시아에서 찾아온 학생들이 흑해 바닷가를 붐비게 하고 있다. 가끔 이곳에서 흔하게 목격할 수 없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모델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들에게 낯선 한국인은 신기한 존재인 듯하다. 부끄럼을 빛내며 다가서는 발랄한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왔음을 밝히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나면 그들은 밝은 웃음으로 화답한다.

 

멀고 먼 나라에 대한 호기심은 청소년 모두에게 마찬가지인 듯하다. 필자는 가끔 일어나는 불미스런 성인들의 사건, 사고가 타민족에 대해서 너무 모르거나 접촉면이 부족해서 오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웃음으로 대하며 친근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애를 쓰는 편이다. 그것이 후일 우리를 편하게 하리라 기대를 갖기 때문이다. 물론 나 한 사람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기회가 닿을 때 아끼지 말아야 할 노력이란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 나라에 지내면서 이 나라의 어수선한 정국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과거도 떠올리게 된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80년대 중반까지도 불법, 탈법 부정선거가 있었다. 아직도 그런 일들이 말끔히 사라진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이곳만큼 심한 것 같지는 않다는 데 내 조국에 대한 기대도 갖는다. 물론 이제는 선거 자체의 불법이나 탈법보다는 합법적으로 당선이 되었다고 해서 무소불위 안하무인의 권력자라는 태도는 또 다른 문제다. 맹목적인 힘으로 자신의 정책의 실현을 위해 여론을 무시한 강제적 법집행을 다반사로 저지르는 것 같아 큰 걱정이 앞선다.   

 

  
▲ 정치인들은 바쁘고. 정치인들은 바쁜 선거의 계절이고 어부는 일상을 낚고 있다. 어부의 일상은 평화롭게만 보인다.
ⓒ 김형효
정치인들은 바쁘다.

행정수도 문제와 지방분권문제,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염려하고 있는 4대강은 집권자의 강제적 권력에 의한 정책을 집행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군까지 동원해서 말이다. 정당하게 선취된 권력이라고 해서 그 권력이 모든 것을 무소불위의 정점에서 행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민주적 선택을 독재적으로 실현하는 압제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그런 일이 있는가라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21세기에도 여전히 국민무시 안하무인 정책을 집행하는 권력자가 존재한다면 이는 정당한 권력을 얻은 자의 교만으로 재앙에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우리처럼 민족이 분단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정치인들이 정치에 대한 프로엔지니어가 되어서 더욱 연구하고 섬세한 기술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나 현재나 시대의 변화를 말하는 입은 하나로 버릇이 되어 굳어졌다. 그러나 실재로 발전된 것은 없다.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야말로 정치인들을 보며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박수를 보낼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그런 정치인들이 별로 보이질 않는 것 같다.

 

한국형 대의를 실현하는 일, 그것은 우리 민족의 민족분단문제를 해소하는 일이다. 민족분단문제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통일을 실현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다. 평화없이 얻어지는 그 어떤 것도 기득권자들의 자기 살찌우기에 불과한 일이기 때문이다.

 

  
▲ 용정 윤동주 생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윤동주 선생 생가에 칠판,
ⓒ 김형효
용정 윤동주 생가

외국에 나와 나름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도 귀국이 두렵다. 교만한 정권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웃으며 귀국하고 정당한 권력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그런 나라였으면 하고 기도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