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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세계인은 성탄 축제, 우리는 여전히 자학증세

by 김형효 2010. 12. 23.

 내 동족과 내 나라 사람들을 생각하며 속없고 철없는 눈물 펑펑!

 
  
▲ 런던의 자전거들 수많은 자전거들이 이용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폭설로 길이 미끄럽고 질척해져서 거리에서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들이 꽁꽁 묶여있다.
ⓒ 김형효
런던의 자전거들

 

  
▲ 런던 시내의 쇼윈도우 저들이 즐길 성탄은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내게 그 즐거움은 없다. 연말이 되며 나라와 민족의 장래가 배가되는 서글픈 날들이다. 농담을 섞어 민박의 청년들에게 나라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했는데 그 말은 상당한 사실이다.
ⓒ 김형효
런던 시내의 쇼윈도우

 

여행자에게 길이 막히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일상에선 가던 길이 막히면 쉬었다 가면 된다. 상대적으로 급할 일이 덜한 것이 일상이다. 물론 우리네 한국인들은 허겁지겁 사는 일상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렇기에 필자의 생각과 일반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멈추어야할 것은 막힌 여행자의 걸음만이 아니다. 사고가 터져도 멈추어 사색하고 조사하여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사고라고 난리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권력이 그래서는 더욱 많은 사람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해외봉사단 임기 말에 국외휴가로 이탈리아를 거쳐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베네치아에서 런던을 갈 때만 해도 폭설은 없었다. 눈발이 날리기는 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런던 도착 이튿날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18일이다. 템즈 강가를 거닐며 분위기에 젖어볼 마음도 있었다. 이런 저런 부유한 나라 영국에 대해서 커다란 사색의 짐이라도 짊어진 사람처럼 무거운 머리로 걷고 있었다. 내 조국의 비참이 슬픈 날이다.

 

가끔씩 처음 와본 영국의 수도 런던에 대한 인상으로 놀라기도 하고 우리와 비교도 해보았다. 아무튼 이런 사색도 한가하고 값싼 사색이 되게 하는 조국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사실 이탈리아와 영국 그리고 체코에서까지 한국인, 'REPUBLIC OF KOREA'라는 국호가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 런던 루톤공항의 여행객들 London Luton 공항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이 쪼그려 앉기도 하고 전고아판을 보며 비행기 이착륙 소식에 눈여겨 보고 있다.
ⓒ 김형효
런던 루톤공항의 여행객들

 

  
▲ 서유럽으로 가는 길 막혀 동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는 예정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출발했지만, 서유럽으로 가는 대부분의 여객기는 결항되었다. 영국의 대부분의 공항에서도 많은 결항사태가 있었다.
ⓒ 김형효
서유럽으로 가는 길 막혀

 

한 달 전 동유럽 여행 때 기차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는 겪지 않았던 불편이다. 공항은 그 나라의 얼굴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들에게 왜 그런 취급을 받는가? 공항에 들어갈 때 여권을 제시했을 때 북이냐? 남이냐? 왜 묻는가? 분명 여권에 그들이 충분히 읽어낼 만한 영어 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가? REPUBLIC OF KOREA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내가 세련된 복장을 갖추지 못해서인가보다. 그런데 민박집에 머물고 있던 젊은 청년 몇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그들도 잠깐씩 여권을 다시 보는 과정을 경험했다고 한다. 

 

 

 

대체 국가지도자들이 말하는 국격이 이 모양인가 싶다. 스스로 자존심이 다치는 경험을 한 것이다. 물론 필자는 영국이나 이탈리아, 기타 유럽 국가를 대단하게 보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과거가 폭력의 지배로 전체 역사를 장식하고 있고 그 속에 세계 시민과 세계 각국에서의 약탈로 부를 축적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이나 기타 문명적 업적도 있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그 가치는 현대 과학문명의 세계에서 보자면 과거사의 것이 대부분이기도 한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세계가 있다. 그것은 남북분단이고 날마다 싸움질하고 있는 처지다. 그런데 이 민족의 수치를 우리 국민 일반 모두가 수치로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수치까지 더해진다. 세계는 크리스마스라고 성인을 탄생을 축하하며 평화롭고 즐거운 분위기에 젖어있다. 우리도 기독교인이 많고 성탄절은 눈앞이지만 포탄을 쏘고 받고 서로 남이네! 북이네! 지 자랑이다. 정말 부끄럼없이 자랑할 일인가? 창피스럽고 창피스럽다.

 

몇몇 젊은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마치 사돈 남 말 듣는 듯 하는 젊은이의 태도를 보며 불쾌감이 더하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사회를 경험한 청년들이 내 민족의 창피한 허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에 비통함마저 드는 여행이다. 안타까운 것은 생각하는 사람  뿐인가?

 

 

 

 

 

  
▲ 체코 프라하 공항 19일밤 체코 프라하 공항 모습, 트랩을 내리며 찍은 사진이다. 잠시 후 공항버스를 타는 곳에서는 세찬 바람을 동반한 폭설이 내렸다. 유럽의 많은 승객들도 어쩔 수 없이 공항에 착륙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 김형효
체코 프라하 공항

 

  
▲ 19일 밤 프라하 시내 거리 풍경 폭설로 발이 묶인 승용차들이 중심가 골목길에 줄지어 서있다.
ⓒ 김형효
어젯밤 프라하 시내 거리 풍경

 

  
▲ 런던 빅토리아 역 인근 주택가 빅토리아 역 인근의 한 주택가에서 한 가족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김형효
런던 빅토리아 역 인근 주택가

 

유럽의 폭설 소식과 함께 체코에 뉴스에서도 남북관계와 연평도 문제가 주요뉴스를 장식한다. 그러나 이것이 국격도 민족의 격을 높이는 뉴스도 못되는 것이고 창피스러울 뿐아닌가? 대체 우리가 누리고자 하는 자유는 무엇인가? 한줌도 안 되는 권력자들의 호가호위에 국민들이 세계만방에서 창피를 당해야하는가?

 

필자가 유럽 역사에 박식하지는 못해도 세계 역사에 그 어떤 민족도 자기민족을 겁박하고 협박하며 자랑하는 민족을 보지 못했다. 자기 민족을 향한 총구를 무기로 선전하고 세계에 자랑하는 민족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러고 있는가? 그래 나의 반쪽 저 놈들이 날 쳐서 그런다. 그래 그럼 그렇게 살라고 할 것이다.

 

유럽의 선진국, 세계의 그 어떤 선진국도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전쟁하고 적을 향해서 아량을 베푸는 역사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만은 유럽과 서구 각국의 강대국은 적을 향해서도 아량을 베풀고 미리서 전쟁 선포도 하는 정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가르친다.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의 선의가 우리를 돕는 것을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다. 그들은 우리의 등 뒤에서 강탈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 싸움에 우리가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사실을 우리 국민도 우리 민족 성원도 모두 자각하는 성스러운 한 해의 끝,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유대인 카프카가 세계적 작가로 탄생한 체코 프라하의 밤이 깊어간다.

 

눈이 펑펑 내리듯 내 동족과 내 나라 사람들을 생각하며 속없고 철없는 눈물이 함박지게 쏟아지는 서글픈 밤이다. 오늘 연평도에서는 또 동족을 겁주는 총질을 했다고 자랑하는 내 나라의 권력을 보고 있다. 나는 슬픔으로 그것을 보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른 민족들은 구경난 눈으로 그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