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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네팔 안의 왕국, 무스탕의 독립은 가능할까?

by 김형효 2012. 12. 29.

상그릴라(SHANG RI-LA)의 땅, 네팔에서(55)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내려오는 길에서 순례자들의 발걸음도 만났다. 길을 가고 산을 넘어 티벳으로 가는 사람도 만났다. 흐르는 강물이 그들의 발걸음에 여운을 주는 것도 같다. 알려지지 않은 네팔에는 또 다른 왕이 있다. 무스탕이란 곳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네팔에는 대통령이 있고 실권을 가진 총리가 최대 권력을 갖고 있다. 무스탕으로 가는 여행자에게 말을 건넸고 그에게 지금 왕은 어떤가? 그곳 사람들은 어떻데 지금의 정치 체제를 받아들이고 있는가? 물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지금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듣기에 꿈속에서나 보는 소설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무스탕의 지도자들 그리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독립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한다. 지켜볼 일이다. 아마도 그들의 독자적 삶의 구조가 그들에게 독립의 꿈을 심어준 것은 아닐까? 몽상 같은 사색을 해보았다.

낯선 이방인이 각배니 마을에 들어선다. 성백선 님은 키가 훤칠하다. 그런데도 워낙 큰 수투파에 비해 왜소한 느낌을 준다.



현실이 그들의 독립을 용인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공식적으로 독립을 주장하거나 그런 기도를 할 경우 또 다른 살육전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오래전부터 독자성을 갖고 살아온 고대왕국 무스탕이 현대에 독립 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상당히 요원한 일이다.

사실 네팔은 아직도 네팔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지 모르는 국민도 있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이 알면 놀랄 일이다. 기자는 한 달 전쯤 네팔문화예술인협회 초청으로 비락나가르라는 네팔 제2의 도시에 간 적이 있고 그곳에서 네팔예술인협회가 주관하고 네팔 문화부차관이 서명한 표창장을 받은 적이 있다.

그날 밤 현직 문화부차관이 양주를 들고 숙소를 찾아와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그가 네팔의 지방을 다닌 이야기를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네팔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여전히 왕국으로 존재하는 줄 아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길거리 사람도 아닌 현직 차관의 이야기니 못 믿을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그들이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고대왕국과 같은 시절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또 많은 젊은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오가는 무스탕이고 보면 그저 막연한 몽상만 할 상황도 아니다. 왜 그들은 독립의 마음을 품었을까?

그들이 오가는 길의 숱한 사색도 그들의 독자적인 나라에 꿈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인간은 그 어느 순간 혹은 공간,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사실 인간은 하늘이 열리고 열린 길을 마다않고 질주하고 있다. 그것은 바다도 우주도 인간이 접한 모든 영역에 미치고 있다. 과연 그러한 추구한 인간을 얼마나 발전시키고 충만한 삶에 이르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사슬에 인간이 묶이는 꼴도 많이 보고 사는 것 또한 인간이다.

각배니에 저물 무렵 도착한 일행은 다시 각배니를 순시하듯 돌아보았다. 각배니에는 대형 사원이 하나 있다. 그 사원을 찾았다. 동자승들이 파안대소하며 즐겁게 크리켓을 즐기고 있었다. 동아시아권을 비롯한 미국 문화권에서 유행하는 야구 열기처럼 서남아시아에서는 크리켓이 인기를 끄는 운동 종목이다. 호주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영국 등지에서는 크리켓 열기가 대단하다.

그런데 깊은 산골 각배니의 사원 마당에서 동자승들이 즐기는 크리켓은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가 생각나는 한 장면이었다. 그들의 웃음이 공기처럼 맑다. 그 맑은 영혼들이 추구할 영적인 것들은 또 얼마나 맑은 세상의 빛으로 태어날지 기대된다.

각배니 사원의 동자승들이 크리켓을 즐기다 일행을 보고 빛나는 웃음을 선물했다.



각배니 마을을 들어서면 대형 수투파를 지나야 한다. 각배니는 튼실하게 지어놓은 ‘하나의 집’ 같은 구조다. 스투파를 지나 마을에 들어서면 여성의 상징인 건강한 여성상이 흙으로 빚어져 마을 앞을 지키고 있다. 마을의 미로 같은 집들과 돌로 된 담장들 사이사이 서로 다른 집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대부분의 집의 1층에는 소나 닭, 염소를 키우는 공간이고 2층, 3층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마을을 보는 순간마다 하나의 예술작품에서 보는 다양한 영적인 것들과 만난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느린 걸음으로 작품을 관람하듯 각배니 사람들의 삶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네 한 바퀴’를 두세 번 부를 수 있는 시간이 흘렀을까? 그때쯤 마을 중간이고 끝인 지점에 이른다.
그곳에는 현재의 무스탕과 옛 무스탕으로 이어지는 그리고 티벳으로 가는 길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이른다. 바로 아래 각배니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그 유유한 흐름처럼 길고 긴 외길이 강 양편으로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다. 우리는 그곳에서 마을 이름 유래를 듣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각배니에 대한 이름 유래는 이미 앞서 알고 있었고 소개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땅은 옛 무스탕이다. 옛 무스탕은 묵디낫에서 마르파까지 매우 넓은 지역이다. 관광객들이 매우 많이 찾는 안나푸르나 산행 길의 주요 길목이기도 하다.
티벳으로 가는 길, 지금의 무스탕으로 가는 길, 각배니 강물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조망대 같은 곳을 돌아서면 다시 마을 중심이다. 그곳에는 마니차가 길게 늘어져 있다.

바로 그곳에 강한 남성의 상징물이 원시적인 모습을 한 채 흙으로 빚어져 있다. 그 앞을 지나 작은 마을 놀이터를 지나면 곧 바로 여성의 상징물이 조성된 마을 입구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곁에 사원으로 가는 길이 여러 갈래 길 중 하나로 이어진다.

각배니 중심에 길게 늘어선 마니차가 있다. 그리고 강한 남성을 상징하는 흙으로 된 조형물이 있다.


 

옛 무스탕, 그리고 각배니다. 그곳을 지키는 각배니의 여신이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다.



기자는 각배니의 조형과 마을을 둘러본 후 다음과 같이 느꼈다. 인간이 아무리 현대문명 속에서 살아도 너희들은 결국 고대로부터 흘러온 강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각배니에서 부는 바람도 강물도 우리에게 강하게 울부짖듯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갈 길은 미래일까? 과거일까? 돌고 돌아 제 자리 같은 인간의 삶이란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어쩌면 인간은 원을 추구하는 동물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