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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한밭벌에서 - 거리 8

by 김형효 2007. 5. 14.

꽃이 지는 거리보다

꽃 피는 거리를 좋아하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가고 오지만

거리의 꽃들이 저마다의 사연으로 피고 지는 것은 모르지.

 

꽃도 쉬었다 다시 필 수 있다면

아마도 쉬고 싶어할 지 몰라!

거리에 꽃도 절망하잖아.

거리를 밝히는 꽃들이 절망하지.

인간의 마음에 들어맞는 맞춤형 아름다움에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아마도 밤낮 기도하다 지쳐 꽃술이 타들어 가는 지도 몰라!

꽃은 강요된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이 잘려 나가는 고통을 겪지.

이제 우리의 요구를 꽃의 주기에 맞추자.

꽃도 쉬게 하자.

 

꽃을 바라보다

잠시 한 눈 파는 시간

그 시간 꽃이 쉬는 시간이지.

 

사람 꽃아!

바라볼 그리움이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을 새겨보아라!

사람 꽃들은 그걸 알지.

그리다 지쳐 잠들어 본 사람은 알지.

꽃의 그리움을 인정할 줄 알지.

그것이 사랑일 테니까?

지친 그리움이 사랑인 줄도 알지.

거리에 팔랑개비가 날 듯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거리에 사람의 것들이 줄지어 섰다.

사람, 택시, 가로수, 가로등, 줄지어 선 금줄들.

거기 사람들이 꽃등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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