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에베레스트(하늘바다:sagarmatha)를 걷는 일정이 시작되었고
히말라야의 웅장하다고 신성하다고 하기에도 모자랄만한 모습을 하늘에서 마주보았다.
히말라야의 웅장하다 신성하다 하기에도 모자랄만한 모습
그 아래에 계곡도 협곡도 산과 산의 경계를 갈으는 깊이도 있었으며
나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그 경계들을 넘어왔다.
걸어서 루크라까지는 8일에서 9일이 걸리는 일정인데
8~9일은 작은 비행기로 지나쳐버린 것이다.
아쉬움도 크다.
8~9일의 경계가 되는 그 안의 세월과 그 안의 사람의 역사와 삶을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
삶을 살아간다고 하는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편의주의에 나도 넘어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안나푸르나를 걸었을 때나 랑탕을 걸었을 때도 다짐했던 것처럼
에베레스트(=사가르마타)를 찾았다.
지나쳤다가 다시 되돌아볼 수도 있다는 나만의 위안으로 다음 기회로 남겨두자고 홀로말을 한다.
나는 8~9일의 거리가 시작되는 돌카라는 곳을 3년전에 찾은 적이 있었다.
오랜 고대의 사람들처럼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현대적인 것들이 스며드는 모습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오랜 역사적 전통, 문화적 전통을 이어받은 축제는 지속되고 있었다.
어쩌면 미개하다고 말하고 측은지심으로 바라보게 되는 모든 가난한 나라에서
축제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들의 존재방식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고
역사도 문화도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루크라에는 10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도착하였다.
이미 여행객들을 상대로
먹거리는 물론 생존을 지켜가기 위한 불 켠 눈동자로
출구를 지키고 있는 루크라 사람들,
엄밀히 루크라에 사는 사람들만은 아닐 듯도 하다.
왜냐하면 히말과 그 기슭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 벌이가 있다면 외면하지 않고 일을 찾아 나선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팔 사람들 대부분은 그것을 서로 인정하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9~10일을 걸어서 이를 수 있는 적막한 협곡 안의 루크라 공항!
햇살이 모든 영광을 루크라를 위해 쏟아내듯 찬란하게 쏟아져 내렸다.
우리는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루크라의 짐꾼과 가이드를 자청하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활기찬 걸을으로 루크라 중심 상가로 진입해 들어갔다.
사실 그들을 외면하기 힘든 것은 그들의 속 사정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다.
그들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객과의 대면, 그리고 그런 기대가
그들을 살리기도 하고 그들을 버겁게도 하고 지치게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른다고 모른체 할 수 있다면 그냥 편한 여행자로서 자기길만 가면 될 것을
어쩔 수 없는 잔정과 어설픈 동정심이 내 안에 똬리 틀고 있으니 어쩌랴!
벌써 정해진 가이드나 짐꾼들과 대면을 끝낸 여행객도 있고
은근슬쩍 그들을 대하며 흥정을 하는 여행객도 있고
적극적인 자세로 짐을 낚아채듯하며
구애꾼처럼 달려드는 짐꾼이나 가이드를 자청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의 공세에 밀리면 안된다는 듯 급하게 발걸을을 재촉하는 여행객도 있고
우리 일행처럼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낯선 길을 선도해 나가는 사람도 있고
그래! 천태만상까지는 아니라도 사람들의 움직임의 편편을 살피며
그 안에 곳곳히 스며 있는 나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잔잔한 쓸쓸과 웃음이 묻어나온다.
아이들의 눈길과 마주치고
당나귀의 눈길과 마주치고
빗나간 눈길들이지만, 현지인들는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는 그들을 바라본다.
그렇게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같은 바람같은
그런 눈빛과 눈길을 한 채로 흘러가듯 길을 간다.
많은 사람들이 지겟군의 행색으로 길을 오가고 있었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무리지어 오가는 그들을 보면서 말을 걸어본다.
나마스떼~! 나마스떼~!
그들과 나누는 인삿말들이 마치 노래처럼 오간다.
그들과 나 사이를 잇는 다리처럼 말 길이 열리고
그 뒤를 이어 얼굴 가득히 퍼져나가는 미소는
입가에서부터 시작했지만, 히말 멀리까지 퍼져갈 것처럼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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