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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장안문을 걷다.

by 김형효 2008. 10. 22.

-수원의 화성을 걸으며

 

바람도 멎은 문 안으로  나그네가 간다.

천년 세월의 세월을 넘어 온

역사의 소용돌이를 뚫고 지나간 바람처럼

나그네의 발 길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아무도 그의 걸음을 따라잡으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도 그의 걸음을 막아서지 않았다.

그렇게 나그네는 천년 세월의 문을 따라 간다.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나란히 길을 걸었다.

유구한 역사였던가?

그 자리로 흐르던 물과 바람과

그 자리 위의 하늘자리를 날던 바람과 새가

거칠으면 어쩌랴!

그 문 밖의 거칠음,

바람이 멎었거나 바람이 불어오거나

역사의 소용돌이를 향하여 가는 바람처럼

나그네의 발길이 그 뒤를 따라 걷고 있다.

역사의 소용돌이

그 소용돌이의 심장을 향하여 걷고 있다. 

 

안녕!

역사여!

 

내가 있다.

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