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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부엉이 바위 눈물로 사람 사는 세상 꽃불 밝혔네.

by 김형효 2009. 5. 28.

 

- 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떠나보내며

 

1.

원 없이 하고 싶은 말씀이라도

하시지 그러셨어요.

달 값던 진실이 가득한 말씀을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말없이 세월이 가지만,

그런 속절없는 세월 따라

함께 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오월의 하늘이 당신을 지켜주지 못했나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마치 다툼(승부)으로 일관한 세월 같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사랑스런 세상을 살고 싶었던 분이라고,

꿈도 꿔 본 적 없는 나라에 살고 싶어서였다고,

그렇게 살게 하고 싶어서라고,

 

2.

세월처럼 구름이 흘러가듯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당신은 그 바람을 따라와서

빛고을을 찬란하게 밝혔습니다.

 

핏빛으로 물들었던 오월의 하늘에

슬픔을 이기고 빛이 들게 하였습니다.

자주와 자존을 일으키기 위해

온몸으로 몸부림 치셨습니다.

 

사람들이 떼 지어 패 지어

이러쿵 저러쿵 중얼거리고 매도할 때도

그런 세월을 탓 할 것은 없다.

그들의 안부는 내 것이 아니다.

그렇게 의연하던 당신이지요.

 

3.

저 아랫녘 멀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

내 고향 사람들처럼

길고 먼 세월 넘어 그 세월에는

부엉새가 울음 울었던

그 마을에 전설처럼

그 세월을 따라 살고 싶었다.

 

당신의 소박한 꿈이었지요.

그렇게 실천하기 위해

모든 것 다 버리고 낙향하셨지요.

모든 무기를 다 버리고

국민과 하나가 된 것 뿐인데,

저들은 그조차 바라보아줄 아량이 없었답니다.

 

당신은 끝까지 오두막 같이 짓고 살았던

사람들의 아픔 같은

눈물이 아직도 비에 젖어 있다.

눈발이 되어 정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신은 그렇게

그들과 함께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지요.

이 암울한 흐느낌 같은

바람과 비와 눈은 당신의 눈물이었던가?

 

4.

냉혹한 얼음장을 얹어둔 하늘같은,

깃발이 흔들리는 대지에는

아직도 흉허물 없는 이야기 소리 들리고

흔들리는 바람에 깃발이 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과 흉허물을 나눈 사람들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서다 고민에 빠졌다네.

아직도 정의는 죽지 않았다고 명상하고 있었다네.

 

그 바람 건너 날선 바람이 찾아와

거짓과 위선으로 당신의 안녕은 끝났다고,

겁박하고 겁박하고

그래도 의연했던 당신이건마는

 

옹졸하고 치졸하게 당신을

겁박하고 겁박해도

아직은 흔들릴 때가 아니라며

굳건하기만 하던 당신은

 

당신의 흉허물을 함께 나눈

그들의 고통 앞에서

가을 낙엽처럼 당신을 던지시는구려!

 

5.

범인은 모르리.

그런 당신의 아픔과 고통의 세월을,

아직은 나의 조국이 안심하지 못하니까?

그렇게라도 사람다운 심장의 울림을 듣겠노라고,

 

안절부절 하는 밤에는

저 깊고 멀고 먼 하늘도

나의 동무라고 말하는 당신의 영전에서

사람들이 꽃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뒤늦은 참회의 눈물들이 맺혀

영정 안에 당신을 바라보며

사무친 그리움과 하염없는 눈물로

진정어린 참회로 다짐 하고 있습니다.

 

부엉새여! 안심하라고,

이제는 안심하라고,

 

6.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잠시라도 나태에 빠져

민주주의를 망각하고

저들에게 틈을 준 우리를,

 

저들은 당신이 대통령직을 마쳤을 때

국민도 함께 물러나 버린 줄 알고 있었다네.

저들은 그런 줄 알았다네.

 

스스로 귀족, 귀족행세에 길들여진 저들은

자신들이 국민과 노무현 대통령을 농락하고

이제는 금수강산 삼천리가

자신들의 아방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네.

 

그랬다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당신으로 하여 다시 깨어났네.

진달래, 개나리, 민들레 꽃들이 안절부절이라네.

삼천리 꽃으로 만발한 금수강산이 안절부절이라네.

 

7.

저들은 모른다네.

하늘이 깊고 멀어도

명상이 깊은 날에는

지척의 친구라는 사실을,

 

잉태한 어머니의 품속처럼

평온한 하늘을 바라보며

고통의 그늘에 멀고 지루한 것은 사라지고

봉하의 착한 바람만 내 가슴을 흔드네.

봉하의 어진 바람만 우리를 흔드네.

 

다행이라네.

그 바람결에 사리사욕에 묻혀

잠시, 아주 잠시

안락하다 착각하고 망상하던 영혼들

조용히 잠들었던 맑은 영혼들이 깨어나고 있네.

 

아! 당신은 그 찰나의 순간

당신의 아픔이 아닌

그들의 깊은 잠을 깨우느라

당신을 던지셨네.

 

아! 봉화산 부엉새여!

오늘 우리는 부엉새 울음을 따라

새벽 울음을 운다네.

 

민주주의와 만인평등의 음율에 맞춰

희망의 기적을 울리는 통일의 노래,

타들어가는 민주주의 영혼을 깨우는 노래,

새벽을 밝히는 평화의 노래를,

 

8.

당신이 가버린 그 자리에

모든 것 산산이 흩어지고

아침 해가 솟아나듯

나는 놀라 일어섰고

모든 형제 모든 국민이 놀라 일어섰습니다.

 

무시무시한 기운으로

아침 일찍 일터로 가는 사람들이

그 웅성거림을 모아

오늘 민주를 압살하는 자들을 향해 바로 섰습니다.

 

저들이 저주의 굿판을 벌이기 위해

저들이 가혹한 훈련을 시작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똑바로 보고 섰습니다.

 

해맑은 처녀들은 아픔에 겨워

고달픈 다리 끌고

사거리를 지나 집으로 갑니다.

능수버들 늘어진 개울가에

어머니 말씀을 듣고

표독스런 승냥이의 울부짖음을 알아채듯

저 하늘의 구름 속 흰 독수리처럼

계곡으로 내려와

우리를 표적 삼은 저들을 바라봅니다.

 

너 살인마 흡혈귀야!

이제 무서운 최후의 심판장에서

민주와 평화와 평등의 꽃불에

타죽을 날 멀지 않았도다.

 

9.

봄밤에 우는 소쩍새 울음소리

슬프다 했건마는

오늘은 아니라네.

 

봄날 맑은 날에 뒷동산

진달래, 개나리, 민들레꽃을 보며

우리네 서글픔은 천지간을 이었다네.

 

어쩔 끄나, 어쩔 끄나,

고비 고비 눈물로 넘어갈 세월이 멀기만 하니,

하늘의 무심함을 누가 탓 하리오.

우리네 사람살이 너나들게

뜻을 모아 살아가세.

 

가신 님도 그리 살게 우리 님도 그리 살게

천지간을 이어가게 우리 모두 힘 모아서

무등에서 봉하에서 대동 세상 열어보세.

 

 

10. 독백

 

1946년에 태어나서 2009년에 세상 떠난

노무현 대통령 님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두 손을 간절히 모아 서로 맹세하며

그 분의 뜻을 이루는 것이 우리가

살아있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 믿으며

지역감정의 끈을 놓아야겠습니다.

우리나라라 말하면서

우리의 주권을 우리가 가져오지 못하고

전시작전권을 미국에게 주자는 정당은

우리나라에서 존재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우리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우리끼리 갈라져서 무엇을 얻자는 것인가요?

그들에게 대들어야 합니다.

그들을 지지해서는 안됩니다.

평등한 세상을 이루자는 정당을 지지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하자는 정당을 지지하고

그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대체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이

왜? 부자들과 권력을 가진

그리고 우리를 갈라 세우는 정당을 지지하나요?

이제 그 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님을 보내면서

꼭 다짐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뜻을 살리는 길은

그 길 뿐입니다.

그 길이 진정으로 옳게 모시는 길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