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나는 푸시킨 거리를 지나 남강(ЮЖНЫЙ ЬУГ, South river)을 건너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활기가 준 선물이다.
강을 건너고 있는데 벌써 여름날의 해수욕을 즐기듯 강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는 다리 위에서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도 따라 그렇게 강물에 뛰어들고 싶다.
그러나 혼자서 낯설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을 아직 떨쳐내지 못했다.
나중에 누군가와 함께 와야겠다.
속마음을 다지며 다리를 건넜다.
예정에 없는 걸음이 다시 예정에 없이 강으로 나를 이끌었다.
나는 강가에 가서 물에 손을 적셨다.
그리고 한참을 이 곳 저 곳 강변을 바라보다, 강 건너를 바라보다,
그리고 물놀이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부러운 망중한이었다.
물론 나그네의 낯선 발걸음도 즐거움이지만,
그들과 함께 나도 그들처럼 어우러지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나를 짠하게 했다.
아무튼 이 아름다운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얼마나 좋은가?
어여쁜 아가씨들이 걸어와 인사를 건넸다.
그들도 내게 답례를 했다. 거기까지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즐거운 친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며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었다.
물놀이를 하던 많은 사람들 그들이 나를 쳐다보았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의 군인이 나를 알아보고는 거수경례를 하였다.
익살이 넘치는 군인이다. 나는 쯔뜨라스뜨부이쩨! 라고 답례를 하였다.
즐거운 인사다. 그렇게 뿌쉬킨가에 와서 새로운 번호의 버스를 탔다.
익숙하기 위해서는 낯섦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실천이 이어지는 날이다.
어제에 이어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소처럼 폭스마트에 들리려고 내렸다.
그런데 특별히 살 것도 없다. 오늘 나름 걷기도 했으니 그냥 돌아가자.
그래 오던 길에 아파트 앞에 작은 구멍가게에 들려 맥주를 한 병 사고 아이스크림을 샀다.
나무그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사는 세상 > 내가 쓰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엉이 바위 눈물로 사람 사는 세상 꽃불 밝혔네. (0) | 2009.05.28 |
---|---|
우크라이나 니꼴라예프에서 홀로 차린 분향소 (0) | 2009.05.24 |
쓰고 싶어 쓰는 시 (0) | 2009.05.23 |
나는 아침이다. (0) | 2009.05.19 |
오월이 그립다 말을 걸어 오네. (0) | 2009.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