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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나의 여행기

내 넋을 부르는 소리, 우리의 넋을 불러오는 소리

by 김형효 2009. 6. 18.

- 아픔으로 그 아픔의 기억인 상처를 치유한다

 

하늘이 웃는다.


세상사람 모두가 눈을 감을 때
홀로 눈뜬 하늘이 있네.

 

사람들은 어둠에 질겁하고 잠들었을 때
홀로 눈뜬 하늘이 웃네.

 

눈감지 마라!
사람아, 사람들아!

 

지금 당신 앞에 진실이
당신을 향해 고개 들고 웃고 있으니,

 

나의 기도는 아픔을 보고 외면하지 않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 그들은 나의 신!

 

그들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
그 한 걸음의 그리움을 기억하며 살아가기를,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처럼 나라의 일이 걱정이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잠이 오질 않는 밤에 깊어가는 어둠처럼 수심만 깊어간다. 

한 마디라도 거드는 일이라 생각하며 글을 쓴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양심(어진 마음)을 중요한 미덕으로 삼았을까? 특히 우리네 조상님들은......,

잠이 오지 않는 오늘은 그것이 몹시도 궁금하다. 고향에 안부도, 조국의 안부도 두려운 날들이다.

평소에는 그 누구라도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번갈이 하며 전화를 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람들은 이 것 저 것 안부를 묻는다. 그것이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편하지 않은 뉴스들을 보며 자폐증에 걸릴 지경인 내가 뭘 물을까?

 

수상한 지금의 대한민국에 안부를 묻는 것은 질겁할 일처럼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돌아갈 그날까지 기약 없는 기약을 담아 형제들에게 말을 건넨다.

나의 시처럼 하늘은 눈을 뜨고 있고, 저들의 만행은 하늘이 알고 있고, 그

러니 하늘처럼 웃자고 또한 낙관적으로 사고하면 낙관적인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읍시다.

 

거창하게 혁명적인 낭만주의를 말하지 않더라도 역사를 일으켜 세우는 길은

우리 서로 낙관적 전망을 가슴에 품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그렇게 말을 건네면서 아리다.

그 어디에서 낙관을 찾아올까 말이다. 이렇다 할 대안이나 이렇다 할 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말하고 싶다. 절망을 부여잡고 그 절망의 끝에서 힘주어 일어났던 우리가 아닌가?

비록 내 몸은 영어(囹圄)의 몸이다. 그래서 광장에서 나란히 서지 못하며 앵무새 노름을 하는 것은 아닌가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가 기필코 가야할 길이란 사실을 기억합시다. 다시 다짐한다.

민주와 정의와 평등과 평화의 세계를 향해서 느린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디뎌야 하는 것이라고,

그래야 우리의 슬픔을 뒷길 오는 사람들에게 떠넘기지 않게 될 것이라고,

 

아픔이 넘치는 시기에는 아픔으로 그 아픔의 기억인 상처를 치유한다고 했던가?

여기 태생부터 상처투성이인 중국 연변 동포 시인의 <내 넋을 부르는 소리>를 한편 읽어보자.

“얼어붙은 강판 파란 얼음 밑으로/모래알 굴리면서 시냇물이 흐르더라/가는 길 믿음으로 내처 달려라/

앞으로만 향하여 내처 달려라” 마지막 연의 통곡하고 싶은 울음을 안은 시구(詩句)를 생각한다.

우리도 그렇게 다짐하며 얼어붙은 세상, 모래알 굴리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을,

강한 믿음 처절한 연대의 믿음을 안고 기운차게 달려가기를 기대해본다.

 

같은 글로 말을 하고 쓰는 동포의 심장 소리가 힘찬 맥박소리를 울리며 들려온다.

간간히 이메일로 전화로 주고받는 울림으로 우리가 하나였으며 앞으로도 하나로 살아야 한다는 믿음을 기억 속에 각인한다.

남과 북, 해·내외 모든 동포가 그렇게 어우러질 것을 이 엄중하고 엄혹한 시절에 마음에 새겨보는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민족 사랑인가?

 

좌측으로 부터 고려대 독문과 송용구 교수(평론가), 시인 석화, 그리고 필자...

지난 2007년 중국동포와 해외 동포 그리고 남북한 시인총서 <시향만리> 발간식에 참여했을 때 연변역 앞에서.


내 넋을 부르는 소리

 

인심이 고약한 세월이래서
겨울도 이처럼 무섭게 추우냐

 

흰 해는 흐릿한 구름에 싸여 찬 빛을 뿜고
이 땅은 통 채로 얼음에 뒤덮인 듯

 

하늘과 땅 사이에 홀로 서서
가도 오도 못하고 망상거릴 때

 

내 넋을 부르는 소리 있어
놀란 머리 숙여 발밑을 굽어보니

 

얼어붙은 강판 파란 얼음 밑으로
모래알 굴리면서 시냇물이 흐르더라
가는 길 믿음으로 내처 달려라
앞으로만 향하여 내처 달려라
 


석화 시인 약력 : 1958년 중국 길림성 용정에서  출생. 중국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부 졸업,

한국 배재대학교 인문대학원 석사졸업, 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연변인민방송국 문학부 주임역임,

월간《연변문학》한국서울지사장 역임. 연변작가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회원.

연변작가협회부주석. 연변대학 조문학부 겸임교수.

시집: 《나의 고백》, 《꽃의 의미》, 《세월의 귀》연작시 << 연변>> 외.

수상: 《천지문학상》, 《지용시문학상》, 《해외동포문학상》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