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아이들과 보낸 추석 연휴
저는 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 고려인 아이들과 명절 연휴를 함께 보냈습니다. 지난 28일과 10월 4일(어제)는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추석 명절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영화 <서편제>와 보아, 이수영의 뮤직비디오도 감상했습니다. 그들은 아직 한류를 모르지만, 그들은 처음 본 한국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고는 보고 또 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사실 본 작품을 다시 보자고 보채서 힘겨울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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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에는 돼지고기를 삶고, 국수를 만들고, 삼겹살에 김밥까지 버거운 준비로 몸이 지쳐 쓰러질 정도였습니다. 모자란 솜씨자랑이었지만, 아이들과 그의 부모들도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곳 아이들은 물론이고 50세가 넘은 어른들조차 추석을 모르고 지냈다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민족의 명절 중에서도 매우 큰 명절로 남북이 모두 차례를 지내며 해외 동포들에게도 중요한 명절 중 하나라는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그러면서 젓가락질 하는 법을 가르쳤는데 그들이 가고 나서 보니 젓가락이 없어졌습니다. 한국에서 올 때 한 모만 가져왔는데 저는 설거지를 하다가 홀로 밝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래 그런 마음으로 우리 것을 배운다면 좋겠구나? 도둑을 맞아(?)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젓가락은 박○○가 가져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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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제가 원활하게 러시아어를 구사하지 못해 좀 더 많은 것을 설명해 주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10월 3일 추석 당일에는 마침 한국에서 도착한 선물이 있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그 중 한 아이에게는 한국에서 보내준 한복을 입혀주기도 했습니다. 한복은 제가 쓴 기사 글을 카페에서 보신 <윤해*>이라는 분께서 보내주셨고 그와 함께 낱말카드, 공책 등을 보내주셔서 추석의 의미를 설명하며 선물을 전하기가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그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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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한꺼번에 다 주지 않고 남겨두었습니다. 오는 10월 17일에는 제법 큰 고려인 집에서 이곳의 고려인들과 송편 만들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그동안 제게 배운 "아리랑, 둥글게 둥글게, 나리나리 개나리"등을 노래 부르고 강강술래도 가르쳐줄 생각입니다.
그날은 보내주신 선물과 제 아우가 보내준 선물이 함께 준비되어 있어 늦었지만 즐거운 추석잔치가 될 듯합니다. 작은 솜씨자랑이 되겠지요. 이곳의 고려인들이 부르는 "아리랑"과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는 "강강술래"는 또 다른 보람이 될 듯합니다. 당초 10월 10일 행사를 가지려 했으나 그날 제가 수도 키예프에 가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수제비를 만들었습니다. 명절 음식은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국음식들을 준비해서 그들에게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이어서 문화방송에서 방송한 "환상의 짝꿍"이라는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서툰 러시아어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기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더군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즐겁게 보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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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아이들이 음악에 맞추어 "둥글게 둥글게, 나리나리 개나리"를 합창할 때는 스스로 입가에 웃음이 번지더군요.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느라 몸이 버거운 시간이었지만, 마음만은 정말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생각처럼 수업의 진도가 나가지지 않고 그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잠시 잠깐 한눈을 팔듯이 그 생각은 그 아이들의 밝은 모습에서 금세 사라지는 아지랑이 같습니다.
더구나 기사 글이나 카페의 글들을 보시고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주시는 밝은 마음을 담은 격려의 말씀들은 더욱 보람을 느끼게 하고 제게 더 열심히 의미를 만들며 살아가라는 채찍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욱 힘쓰겠습니다. 머나먼 곳에 있지만, 그 마음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고국의 모든 분들과 해외의 한민족 모두가 항상 건강하고 중추가절을 맞아 풍요가 넘치시기를 그리고 더욱 보람된 날들이 되시길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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