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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쓰는 시

황홀한 거리에서 사랑을 생각하다.

by 김형효 2009. 11. 19.

주고 싶은 마음

 

 

나는 살면서 무엇을 내놓을 수 있을까?

나는 살면서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사람을 위해 일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을 위해 일 할 수 있을까?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주절거리다

주고 싶은 마음으로 진열대에 걸린 옷을 본다.

진열장 안에 우두커니처럼 옷을 걸친 마네킹을 본다.

그리고 날 본다.

난 거리의 움직이는 마네킹처럼 우두커니 되어 버렸다.

 

단 한 사람을 위해 주고 싶은 마음은 날 우두커니로 만들었다.

단 한 사람이 그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날 본다.

넌 뭐 했니, 넌 뭐한 거야.

맥없이 살아온 지난 날이 사무치게 늦가을 서정처럼 아련하다.

 

홀로 걷다 망설임 없이 사색의 강에 풍덩 나가떨어지듯 깊이 빠져들어

낙엽이 진을 친 풀숲으로 발길을 옮겨 딛는다.

풀은 죽어 깊은 생명의 잠을 자고 있고 젖은 사색으로 가득한 가을 낙엽이 다칠까

조심조심 꽃이 으깨질까 두려운 꽃밭을 걷듯이 발길을 옮겨 딛는다.

그러다가 그리운 누가 없다는 것에 홀로 분개하다 허허롭게 웃는다.

 

어딘가에서, 그래 어딘가에서 오늘 그도 나처럼 이렇게 허허롭게 웃고 있지는 않을까?

망상 같고 몽상 같은 사색의 강에서 허우적이는 나그네가 낯선 가을 서정을 안고

두려움도 없이, 안타까운 그리움과 막연한 사랑의 강을 넓고 깊은 강을 노 저어 건너고 있다.

주고 싶은 마음으로 주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들이 아직도 그 어느 곳에

정처 모르는 안타까움으로 처절한 고독을 생활 삼아 살고 있으리라.

 

그리움과 고독과 서서히 안녕하시길 빌어본다.

나는 그렇게 우두커니가 아닌 거리의 주인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아름다운 의상을 보고 그리운 사람에게 주고 싶은 마음으로

아름다운 낙엽을 보며 단풍든 눈길로 낙엽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내 마음이 형형색색 무지개처럼 마음꽃밭을 물들이며 서정으로 가득한 가을이 깊어간다.

 

황홀한 거리다. 나의 사랑과 나의 그리움이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낙엽의 형형색색이 사람의 마음을 무지개빛으로 물들이며 연분홍 사연을 만들어야 할 듯 재촉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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