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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내가 만난 세상 이야기

다 함께 웃는데, 무슨 이유들이 필요한가요?

by 김형효 2011. 5. 4.

 

다 함께 웃는데, 무슨 이유들이 필요한가요?
Together, smiling, what reasons do I need?
인천아트 플랫홈에 모인 방청객들, 방청객들 중에는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다문화가정의 지주자들이 눈에 띠었다.

‘인천 AALA문학포럼’이 개최한 아시아·아프리카·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 동안 꾸준히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강광)의 다양한 행사에 대한 정보와 활동 내용들을 이메일을 통해 수신해왔다. 하지만 의례적인 홍보성 메일로 이해하고 찬찬히 읽어보지 않았다. 며칠 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네팔 이주노동자가 행사 무대에 오른다면 꼭 와주길 청했다.

'평화를 위한 상상력의 연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행사는 지난 28∼30일 인천아트플랫폼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렸는데 기자는 29일에 참석했다. 평소 안면이 있던 작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특별히 네팔에서 초청되어온 작가 나라얀 와글레 씨를 만나 필자의 시집을 선물로 전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다문화가정의 주인공 베트남인 여성 하밍타잉과 파키스탄인 박이스라르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10여명의 외국인 작가들이 초청되었고 그들의 작품이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었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이 평소 애송하던 자국의 시를 낭송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인천작가회의 정세훈 회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이미 한국인이 되어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주인공 베트남인 여성 하밍타잉과 파키스탄인 박이스라르가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를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말길을 따라 외국인 노동자이거나 다문화 가정을 이룬 주인공들이 시를 낭송하는 것이었다. 

낯선 나라에 살면서 자신의 나라에 시를 낯선 나라의 언어로 소개하는 일은 그들 자신에게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문득 기자가 활동했던 지난 2년의 우크라이나 활동이 떠올랐다. 다르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들의 활동에 대해 보장하고 그들은 그 길을 따라 호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애송시를 낭송하는 다문화가정의 주인공들이다.

살아 있을 때 서로 사랑하라
                                                                            오, 다시발바르 

살아 있을 때 서로 사랑하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남에게 아끼지 마라
가시 있는 말로 상처 주지마라
누군가를 궁지로 밀지마라

 - 중략

 


우리의 목소리는 똑같이 나오고
우리의 볼에 눈물도 똑같이 흐른다
우리의 길에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여자의 눈물을 묻지 말고 닦아주라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줘라


- 후략


행사가 시작되고 막이 열렸다. 스크립트 화면이 올라간다. 큼지막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다 함께 웃는데, 무슨 이유들이 필요한가요?" 웃음뿐이겠는가? 눈물도 마찬가지다. 기쁨이나 슬픔이나 모두 함께 절감하는 사회야말로 공동체로 가는 바른 길이라 생각한다. 

위 시는 사랑치멕이라는 다문화가정을 이룬 몽고 여성이 낭송하였다. 그는 1981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태어나 몽골 농업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시절 몽골의 국가대표 사격선수였다고 한다. 2007년 결혼한 그녀에게는 8개월된 아이가 있다고 한다.

 

필자의 오래된 지인인 네팔인 러메스가 네팔의 네와리 전통 군주의 춤을 추고 있다.

기자는 다시 해외로 발길을 돌려 일을 도모하려한다. 그 길에서 바른 것들을 내가 태어난 곳, 내 발길 머물렀던 곳으로 불러오고 싶다. 이미 이곳에 정착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사람들이나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없이 따스한 눈길이 필요하다. 그들은 우리를 규정하는 희망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겨 가고 있다. 우리도 함께 그 길에서 걸음 옮겨 가기를 희망한다.

*작가 : 오, 다시발바르(1957~1999)
시인. 소설가, 1957년 몽골슈크바타르에서 태어남. 1984년 러시아 막심고리끼 대학교 졸업, 1987년 청년협회, 외무부에서 통역, 편집자로 1987년~1997년 <문학>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문학작품으로는 [별들의 멜로디], [강물 온화하게 흘러내린다], [꿈의 은새], [신의 눈], [마법의 세상] 등 다수의 시와 소설집이 있다.